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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1심 소송에 개입하려 했다

실제로 재판이 지연됐다.

ⓒ한겨레

2015년 말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직후,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1심 소송에 개입하려 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행정처는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 논리까지 뒤집으며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소송은 지금까지 3년 넘게 지연되고 있고, 그사이 피해자 절반이 숨졌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6년 1월 초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배춘희씨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개입하는 계획을 짰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28일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내용 없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배씨 등이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 낸 조정 신청에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아 그해 12월30일 조정이 무산됐고, 이들은 정식 소송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었다.

행정처 기조실은 한-일 정부 합의 직후이자 조정이 무산된 직후인 이듬해 1월4일께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만든다. 이 문건에서 기조실은 1심 재판 결론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결론 내린다. 우선 기조실은 “국가면제이론으로 소를 각하하는 게 마땅하다”고 정리한다. 각하는 소송 형식이 부적합할 때 심리 자체를 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 법원은 외국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담당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이탈리아 등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는 국제사회에서 한차례 반박당한 바 있다.

행정처는 또 ‘소 각하’ 결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 논리’도 준비했다. 기조실은 “소멸시효나 대일협정상 청구권 소멸로 기각하는 게 상당하다”고 결론 내린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개인이 손해배상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없어졌고, 민사소송의 소멸시효(불법 행위로부터 10년)도 지났다는 논리다. 특히 문건에는 “한국 정부의 대외적 신인도, 외교적 마찰 등을 고려한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하지만 당시는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버티기’를 하던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행정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은 1심 소송의 논리를 미리 만들어 하급심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이다. 이후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도 잇따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 여럿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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