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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30일 10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30일 11시 08분 KST

누구를 위한 에너지입니까?

Soe Zeya Tun / Reuters
huffpost

라오스에는 소수민족이 많습니다. 라오스어를 할 줄 모르는 이들은 대부분 산골에 삽니다. 지배적인 민족인 라오족이어도 문맹에 가까운 사람들, 빈곤한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깊은 산속, 오지에 삽니다. ‘아시아의 배터리’, 라오스 정부가 최빈국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개발정책입니다.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해 잘사는 이웃 나라에 팔아 외화를 벌겠다는 전략입니다. 국제적 갈등을 초래할 게 뻔한 메콩강 본류에 계획된 댐만도 9개에 이릅니다. 이들 댐이 지어지는 곳이 바로 소수민족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군청 공무원이 일년에 한번 들어올까 말까, 도청 에너지국장이 수몰지역 강제이주를 집행할 때가 되어서야 댐 건설 계획을 통보받는 지경이니, 주민들의 의사와 동의 여부는 댐 건설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안중에는 전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깊은 숲과 강에 의지해 채집과 어로로 생활해왔던 주민들이 쫓겨나 농사지으라는 벌판에 수용됩니다. 정착촌에는 라오스어를 배우라는 학교가 있고 지배적인 민족의 종교, 절도 지어줍니다. 생활의 모든 것을 보장해주던 삶터를 빼앗긴 주민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내던져져 생존을 위해 화폐를 벌어야 합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이런 강제이주를 두번이나 겪었습니다. 명확히 밝히지 않지만 환경영향평가 부실에 따른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 유치가 어려워져 몇년을 끄는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우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은 이 환경영향평가는 문외한이 듣기에도 비상식적인, 댐 건설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습니다. 국립공원이 넓게 분포하는 두개의 도에 걸쳐 있는 거대한 볼라벤 고원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평야 저지대와 기후가 전혀 다를 정도로 고도가 높습니다. 댐은 고원 안에 여러 강을 막아 한군데로 방류하여 그 낙차와 수압으로 발전합니다. 그렇다면 조사는 건설지 일부가 아니라 그 때문에 유량이 줄거나 아예 없어지게 되는 강들과 그 물로 크게 농사를 짓고 사는 저지대 평야까지 됐어야 합니다. 이미 그 지역에는 똑같이 한국 건설업체가 지어 하류의 유량 변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작은 발전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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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2000년대 유엔 사무총장을 내면서 한국은 국제개발협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하위 수준의 지원금을 늘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국제협력단 중심의 무상원조와 수출입은행의 유상원조를 무상원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통합 조정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졌습니다.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국제회의도 개최하였고, 시민 참여와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협력프로그램(PPP)도 강조되었습니다. 십여년이 흐른 지금, 지원 규모는 여전히 최하위이고 한국기업 수주 조건과 이자가 달린 유상원조가 무상원조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민관협력 통로로는 취약계층과 직접 접촉하는 시민단체보다 건설공사 위주 기업들의 진입이 두드러졌습니다.

라오스에 외국자본이 지은 댐들은 보통 25년 후 반환됩니다. 단순 기술자로도 참여하지 못했던 라오스 사람들은 수명이 다한 댐을 고쳐 자신들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로 다시 쓸 수 있을까요? 생존을 위협 받다 결국 생명까지 잃은 라오스 주민들의 비극은 이렇게 미래로까지 이어집니다. 개발협력은 숫자로 표기되는 소득이 아니라 구체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이 목적입니다. 현지 주민들의 희생을 통한 선진국 국민의 풍족한 전기 소비, 기업과 자본의 이윤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