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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로 인종 차별을 비판하고 동성애 혐오를 비틀다

  • 김주현
  • 입력 2018.07.30 14:06
  • 수정 2018.07.30 14:48
ⓒhuffpost

사회적 이슈는 시장에 반영된다

일상은 시대를 반영한다, 라는 말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붉은 색의 제품디자인으로 이른바 ‘애국 마케팅‘이 열풍이었고. 한 기업에서는 짝짝짝-짝짝 ‘박수 응원’을 광고로 선보여 그 응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응원이 되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장에서 북측이 가져온 ‘평양냉면’이 화제에 오르면서 전국의 냉면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한 식당에서는 한반도기를 장식으로 꽂은 냉면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사회적, 정치적 이슈는 시장에 반영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시장이 대중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다

요즘 ‘무슨무슨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되는 마케팅들이 심심찮게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다.

예를 들면 모 기업은 자사 광고에 욱일승천기를 넣은 키비주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모 기업은 여성 혐오의 시선을 드러내는 카피 문구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맥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맥주 중 하나인 하이네켄도 ‘때로는 가벼운 것이 더 좋다‘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바텐더가 ‘하이네켄 라이트’ 병을 한 백인 여성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흑인을 피해다니는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중의 비난 여론에 하이네켄 미국 담당자는 “우리는 단지 하이네켄 라이트가 고칼로리 맥주에 비해 좋다는 것을 느낌을 표현하려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어 놓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개인이 갖는 사회적 스탠스가 다각화되면서 제품에 자사의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싣는 일은 맥주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단순히 제품의 홍보와 유통, 판매에 주력하는 것을 넘어 풍자와 주장까지 담은 맥주들을 소개한다.

트럼프 정부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조롱하다 : Make Earth Great Again

2017년, 미국 트럼프정부는 파리기후협약 탈퇴했다. 이에 영국의 브루독(Brewdog Brwing Company)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Make Earth Great Again(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일명 MEGA)’라는 이름의 맥주를 출시했다. 제목은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당시의 슬로건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차용하면서 한 번 더 비꼬았다. 

이 맥주의 스타일은 세종(Saison)이며, 이 세종이라는 맥주는 맥주 양조 과정 중 가장 높은 온도에서 발효된다. 이 맥주의 라벨 또한 공장 매연을 배경으로 기계로 표현된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곰과 싸우는 모습으로 디자인을 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브록독은 이 맥주를 백악관에 보냈으나 당연히 백악관의 입장 발표는 없었다.

반(反)동성애자법에 서명한 푸틴 대통령을 풍자한 : Hello, My Name Is Vladimir brewdog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성애 혐오법’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반(反)동성애자법에 서명한다. 이에 브루독 브루어리는 “Hello, My Name Is Vladimir brewdog(안녕 내 이름은 블라디미르야)”를 출시한다.

라벨에는 화장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미국의 앤디워홀의 팝아트처럼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동성애자는 마시지 마시오 (Not for Gays)‘라는 문구가 아이러니하게도 붙어 있는데, 이는 이른바 반(反)동성애법인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정면으로 비꼬면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브루독의 공동설립자인 제임스 와트는 밝혔다.

이 맥주는 맥주 판매 수입금의 50%를 성소수자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쓰인다고 밝혔으며 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확고한 입장을 피력할 것을 요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맥주의 생산과 동시에 스코틀랜드에서 동성 결혼이 법제화 되었다. 브루독 브루어리는 푸틴에게 그랬듯 이 맥주를 크램린 궁의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고, 당연히 러시아 정부는 침묵했다.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 PINK IPA

‘우리는 여자를 위한 술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핑크에요. 여자들은 핑크랑 반짝이를 좋아하니까, 맞죠? ’

라는 코멘트 뒤에 #풍자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출시된 이 맥주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선보인 맥주다. 기존 브루독의 시그니쳐인 펑크(Punk) IPA에 라벨만 다르게 붙인 것으로 같은 내용물인데 ‘여성의 색’으로 규정지어지는 핑크색의 라벨을 붙이는 순간 서로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점을 들어 남녀 임금격차를 지적했다.

‘여자를 위한 맥주(Beer For Girls)’라고 밝힌 브루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2017년 남녀 임금격차 수치 활용 프로모션을 펼친다.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높은 한국(37.2%)과 가장 낮은 벨기에(3.3%) 사이의 평균값인 20%를 기준으로 할인 혜택을 주고 수익금의 20%를 성평등 단체에 기부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비판하다 : Yellow Belly

스웨덴의 브루어리인 옴니폴로(Omnipollo)는 ‘겁쟁이’라는 뜻을 가진 옐로우 밸리(Yellow Belly)를 출시했다.

독특한 포장을 보면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저 고깔두건(까삐로떼, capirote)은 원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추모하는 아주 경건한 의미로 쓰여졌으나 KKK 때문에 원래의 종교적인 의미가 대중적으로 사라진 상황이다.

고깔안에 숨어서 집단의 이름으로 익명으로 행해지는 모든 ‘겁쟁이’들의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선입견 없는 평등을 지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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