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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이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유가 있다

  • 박찬운
  • 입력 2018.07.27 15:07
  • 수정 2018.07.27 15:14
ⓒhuffpost

나는 작년 6월부터 올 6월까지 꼬박 1년간 경찰개혁위원으로 일했다. 전체회의와 분과회의(수사분과) 그리고 소위원회가 셀 수 없이 열렸는데 적어도 80 회 이상 회의에 참여했다. 과거 정부 위원회에 몇 차례 참여해 보았지만 이런 위원회는 처음이었다. 나도 열심히 일했지만 다른 위원들의 헌신성은 나에게도 경이적이었다. 그 결과 적잖은 개혁권고가 이루어졌고, 그 권고대로 경찰이 개혁될 수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경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개혁위원으로 일하면서 경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경찰 인사 분야다. 공무원 세계에서 인사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그것은 경찰과 같은 유니폼 조직에선 더욱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경찰관들의 인사에 대한 불만은 그 어느 분야보다 크다. 많은 경찰관들이 공무원 조직 중에서 자신들을 가장 홀대받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개혁위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불만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을 텐데 이젠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늘 그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15만 조직에 차관급 공무원이 고작 1명.

국가기관은 기본적으로 기관장의 직급에 따라 외부 영향력이 달라진다. 그런데 경찰은 15만 명 거대 공무원 조직임에도 기관장이 차관급이다. 이에 반해 검찰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이 40명이 넘는다. 직원 200명의 작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도 장관급 위원장 1명, 차관급 상임위원 3명이다. 이 정도면 경찰이 홀대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하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검찰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정권이 허드렛일은 다 시키면서도 대우는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귀족, 경찰은 노예라고 자조한다. 긴말 할 것 없이 경찰청장은 검찰총장과 같이 당연히 장관급으로 대우해야 한다. 

둘째, 계급 단계가 무려 11단계.

경찰관의 직급은 순경에서 경찰청장까지 11단계(순경-경장-경사-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에 이른다. 이렇게 세분화되어 있으니 순경으로 들어와 경찰서장급 총경이 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에 경찰총수는 치안정감(총 6명) 중에서 발탁되니 그 인재풀이 너무 적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빠른 시간 안에 경찰 직급을 현행 11단계에서 9단계 정도로 축소하는 게 필요하다. 그럴 경우 순경에서 경사까지 3단계를 2단계로, 경무관에서 치안총감까지 4단계를 3단계(치안정감 폐지)로 각각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너무나 진급하기 어려운 구조.

경찰은 군대와 같이 위계가 명확한 계급조직이지만 그 피라미드 형상은 군대와 사뭇 다르다. 너무 가파른 피라미드다. 그 중에서도 중간 관리자급인 총경 이상이 너무 적다. 15만 조직에 4급 해당 총경이 600명이 채 안 되고, 3급 해당 경무관급 이상이 100여 명에 불과하다. 어느 공무원 조직이든 서기관이라고 불리는 4급 공무원은 평균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들이다. 이들의 수가 조직의 역량을 말해주는 데 경찰의 경우 총경급이 다른 조직에 비해 턱없이 적다. 법무부의 경우(검찰 제외) 현재 3만 명 조금 넘는 조직에 4급이 400명 정도다. 경찰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다. 이와 함께 경무관 급 이상도 상대적으로 적어 인사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따라서 경찰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총경급을 지금보다 2배 정도 증원해 하위 경찰관들에게 희망을 주고 전문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수사 분야의 경우 총경급 수사관이 배출되어 일선 수사팀장을 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자질 문제를 넘어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

넷째, 너무 잦은 고위직 인사.

어제 경찰 지휘부 인사가 있었다. 민갑용 청장이 들어서자마자 경찰지휘부를 바꾼 것이다. 개혁위 경험으로 보건대 해당 간부들 모두 능력자들이고 제대로 일할 사람으로 본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인사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1년 개혁위 활동 중 경찰청 차장이 두 번 바뀌었다. 수사분과 카운터파트였던 수사국장도 두 번 바뀌었다. 그 외 국장들도 몇 달에 한 번씩 바뀌는 데 머리가 돌 정도였다. 경찰 중간 관리자를 양성하는 경찰대 학장마저 예외가 아니다. 7-8개월 전에 학장이 교체되었는데 이번에 또 바뀌었다. 업무를 파악할 사이도 없이, 연중 이렇게 사람을 바꾸고서도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신기한 일이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간부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잦은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 청장 임기가 2년인 만큼, 임기 중 한 번 인사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지 말아야 한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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