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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뉴질랜드가 국기를 놓고 싸우는 이유

생각보다 갈등의 골이 깊다

대표적 ‘형제국’으로 인식돼온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 것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오스트레일리아 국기를 바꾸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저신다 아던 총리의 출산휴가로 총리 대행을 맡고 있는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4일 <티브이 뉴질랜드> 인터뷰에서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랫동안 사용된 우리 국기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가 이 디자인을 처음 고안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국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피터스 총리 대행의 말처럼 양국 국기는 구분이 어렵다. 영연방 국가인 뉴질랜드 국기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왼쪽 상단에 그려넣고 오른쪽에는 남십자성을 상징하는 별 네 개를 넣었다. 역시 영연방에 속하는 오스트레일리아 국기도 왼쪽 상단에 유니언잭이 있고 오른쪽에 별들을 그렸다. 오스트레일리아 것이 별이 2개 많고, 바탕색과 별 색깔 및 모양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피터스 총리 대행은 1954년에 공식 지정된 오스트레일리아 국기는 1902년에 만들어진 자국 국기의 ‘짝퉁’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두 나라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4년 이민법을 개정해 추방을 확대했다. 12개월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만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실제로 유죄를 선고받지 않더라도 추방하기로 하면서 지난 2년간 뉴질랜드로 추방된 사람이 1000여명에 달한다. 이런 정책의 최대 피해국인 뉴질랜드는 자국에 실질적 연고가 없는 이들도 뉴질랜드 시민권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보내면 어쩌냐고 항의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멜버른의 이민자 구금시설에 갇혔다가 최근 풀려난 17살 뉴질랜드 소년 문제도 갈등을 키웠다. 뉴질랜드 정부는 작은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이 소년을 구금한 것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부총리와 의원들이 뉴질랜드 국적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물러난 것도 양국 관계에 앙금을 남겼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보수적인 자유당이, 뉴질랜드에서는 진보적인 노동당이 집권하는 상황도 사이를 벌려놨다.

앤드루 리틀 뉴질랜드 법무장관은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민 정책에 대해 “었다”고 비난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의 친구 또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피터 더튼 오스트레일리아 내무장관은 “우리가 뉴질랜드를 위해 해주는 일이 많다”,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뿌리가 같은 두 나라의 관계가 차원이 다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의 존 와너 교수는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한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르지 않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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