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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6일 14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26일 14시 52분 KST

이란에서 온 친구를 지키려는 아이들, 특별해서가 아니다

HUFFPOSTKOREA / YOONSUB LEE
19일 오후 서울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중학생 40여명이 모여 A군 난민인정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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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세계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흑마술과 백마법. 흑마술은 말 그대로 검은 마술이다.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해 마구 저주를 퍼 붓는다. 낙인찍고 해치는 마술. 백마법은 사람을 구하는 마술이다. 자기 몸을 던져 가며 흑마술에 희생되는 사람을 보호한다. ‘죄 없는 자 이 여인을 치라’는 예수님처럼 낙인을 지우고 저주를 푼다.

청와대에 난민 청원 둘이 올라갔다. 먼저 올라간 건 난민을 내쫒자는 청원, 동참자수가 70만이 넘었다. 나중에 올라간 게 중학생의 청원, 같은 학교 난민 친구를 구해달라는 호소문. 동참자 수는 겨우 3만. 70 대 3의 애처로운 대결.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나라 인권의식의 현주소다.

제주도에 상륙한 예맨인과 함께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무슬림 포비아. 온갖 이야기들이 난무하지만 핵심은 테러와 범죄에 대한 걱정이다. 알카에다 탈레반 그리고 IS, 밀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국제적 테러단체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왔던 외국인 범죄의 이미지가 합성돼 공포감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중학생 아이들은 왜 그런 무시무시한 중동인을 옹호하고 나선 것일까.

경험의 차이다. 아이라서 특별히 순진해서 혹은 아이라서 특별히 무지해서가 아니고 함께 생활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총 9년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그 중동에서 온 이란인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였다. 함께 장난치고 먹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그 아이를 자신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사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친구의 아픔에 공분했고 친구에게 찍힌 낙인을 지우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몸이 부서져라 학교를 돌며 잠을 자지 않고 악플들과 전쟁을 치르며.

제주도에 갈 수 없으면 이태원에 가 보라. 이슬람 모스크가 있다. 무슬림들은 교회 가듯이 성당 가듯이 예배 보러 모스크에 가는 것뿐이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싸우는 일도 적다. 그렇게 수많은 무슬림들이 우리나라에서 평화롭게 살아 왔었다. 잘 알지 않은가,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엔 동남아사람이 많고 그들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란 걸. 예멘 이전에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는 걸. 굵직굵직 했던 외국인 사회범죄에 무슬림이 개입돼 있는 건 정말 적다는 걸.

테러나 범죄는 차별에서 나온다. 때리고 욕하고 임금체불하고 여권 빼앗고 하는 차별이 증오를 키워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이 깃들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이슬람인들의 테러가 무섭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못된 차별을 감시하고 척결하는 일이다. 그들을 밀어내지 않고 끌어안아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치유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보여 준 마법이 이것이다.

자기만 생각하고 국민세금이 얼마 들어가는지나 따지는 각박한 기성세대에게 펼쳐 보인 눈부신 하얀 색의 마법. 언젠가부터 사라져 버린 함께 살기와 인정의 나눔이라는 문화의식의 복원이라는 가슴 시린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