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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력예비율이 7%는 위험한 상황일까?

발전 설비가 과거와는 다르다

예상치 못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수요량 최고점이 정부 전망치(8830만㎾)를 웃돌고 전력예비율이 한때 7%대까지 떨어지자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원전 반대 진영이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강행하려고 원전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었고, 그 결과 전력수급이 빠듯해졌다’는 주장을 펴고, 일부 언론이 이를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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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전 가동률은 일단 높아야 한다는 ‘이상한 믿음’과 예비율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가 만들어낸 잘못된 주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 원전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설비 결함 등이 발견돼 ‘장기간 정비’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났던 7년 전에 견줘 예비율 1%에 해당하는 예비전력 총량이 2배 이상 늘었다. 그사이 발전설비 총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25일 <한겨레>가 국내 원전 23기(폐쇄 결정된 월성 1호기 제외)의 최근 계획예방정비 기간과 내용을 종합해본 결과, 100일 이상 장기간 정비를 받고 재가동된 원전이 7곳에 이른다. 계획예방정비란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15~18개월 단위로 핵연료를 교체하고, 설비 점검 및 개선을 하는 것이다. 법이 정한 정비 기간은 없지만, 통상 2~3개월가량 소요돼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노후 원전 곳곳에서 격납고 철판 부식이나 콘크리트 공극 등이 줄지어 발견됐다. 또 2016년 경주 지진 뒤 국내 원전의 내진 기준이 규모 6.5에서 7.0으로 상향 조정돼 설비 강화 및 교체가 불가피했다.

일례로 부산 지역의 고리 3호기와 4호기에서는 부식 철판을 교체하고 규정보다 얇은 철판의 안전성을 시험하느라 각각 479일과 375일간의 정비가 진행됐다. 건설 당시 콘크리트를 부실하게 타설해 ‘공극’이 생긴 전남 영광의 한빛 6호기는 202일 동안 정비가 진행됐다. 김관용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실무팀장은 낮은 원전 가동률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여름이 오면 안전하지 않은 원전들도 일단 가동하고 봐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원전 주변지역 주민으로선 화나고 서글픈 이야기”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원전 6기가 정비를 받느라 멈춰 있는데도, 최대 전력수요가 9248만㎾까지 치솟은 24일에도 예비전력은 709만㎾(예비율 7.7%)로 ‘정상’ 상태를 유지했다. 2011년 ‘9·15 순환정전’ 때 예비전력 334만㎾(예비율 5%)의 2배를 넘는다. 예비율 산출의 기준이 되는 최대전력수요량 자체가 당시보다 크게 증가(6728만kW→9248만kW)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블랙아웃 때에 견줘 이날은 원전 2기 분량의 전력이 더 ‘공급준비’ 상태였던 것이다.

예비전력이 241만㎾(3.28%)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3단계 ‘주의’가 발령되고 국민 절전운동까지 벌어졌던 2013년 8월12일과 비교해도 지금은 예비전력이 넉넉한 상황이다. 당시는 부품 납품비리 사태 여파로 원전 6기가 멈춰 있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갔다고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전체 설비가 얼마큼 늘어났는지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비전력은 ‘돈을 내고 버리는 전기’라는 점도 중요하다. 당장 25일 오전 2시 예비율은 46.68%, 예비전력은 6726만㎾에 달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구매한 6726만㎾가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 것이다. 원전은 한번 핵연료를 투입하고 출력을 시작하면 24시간 가동해야 해, 피크타임이 지난 뒤 전력이 남아돌아도 발전을 멈출 수 없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100만㎾의 예비력을 갖추는 데 2조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높은 예비율은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된다”며 “예비력은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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