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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죄수'를 위해 쇠창살 아래 뽀로로를 붙였다

여성 수용자는 자신이 낳은 18개월 미만의 아이를 교정시설에서 키울 수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8.07.25 20:18
  • 수정 2018.07.25 22:22
구치소에서 자식 키우는 수용자들을 위해 서울동부구치소가 꾸며준 모자수용거실. 보행기와 좌식 의자, 장난감 등이 놓여 있다. 
구치소에서 자식 키우는 수용자들을 위해 서울동부구치소가 꾸며준 모자수용거실. 보행기와 좌식 의자, 장난감 등이 놓여 있다.  ⓒ서울동부구치소

“아직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밤에 순찰 돌 때 가끔씩 생각나요.”

3년 전 여름이었다. 지금처럼 무더운 밤이었다. 그날따라 시간은 더디게 갔다. 새벽 1시. 최형석(가명) 교도관은 마지막 순찰을 돌기 위해 4동으로 향했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사동은 열기로 후끈했다. 1방부터 순찰을 돌았다. 현원과 실제 자고 있는 사람 수가 맞는지 한눈에 파악해야 한다. ‘아이고 저노마는 옷을 다 벗고 자네~. 몸이 도화지구먼~.’ ‘저 양반은 꼭 새벽에 샤워를 하네~.’ 10방… 11방… 12방까지 둘러봤다. 13방 독거실.

 “악! 수용자가 창살에 목을 맨 거예요.”

저녁 주간근무자가 적어 놓은 공유사항이 떠올랐다. “4동 13방 수용자 예의주시 바람. 2심 실형 선고로 실의에 빠짐. 우울증 환자 사고 우려.” 부랴부랴 문을 열어서 줄을 풀었다. 흔들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눈동자는 위로 치켜 올라가 있었다. 목숨이 이승을 떠나고 있었다. 무전으로 본부에 상황보고를 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다른 사동 순찰을 돌던 교도관들이 무전을 듣고 달려왔다. 심장 압박과 인공호흡을 병행했다. 5분여 되었을까. 가까스로 옅은 호흡이 돌아왔다. 의무과 직원들이 그를 이동침대에 싣고 갔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눈이 매웠다. 바닥에는 러닝셔츠를 찢어 만든 줄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가장 위쪽 창틀에 걸고 거기에 목을 맨 것이었다. 발이 닿는 높이였다. 한 시간 전 순찰 때는 자지도 않고 복도 쪽을 쳐다보고 있어서 식겁했더랬다. ‘그때 어서 주무시라고 했는데 이럴 줄이야.’

수용자는 죽다가 겨우 살아났다. 석달 뒤 그는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 그땐 실패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갔다.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것이 좌절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날의 야간 근무자와 주간 근무자 모두 징계를 받았다. 최 교도관은 비번이었다. 그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본 희번덕대는 눈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최 교도관은 몸서리를 쳤다.

교도관들은 자살의 공포를 이야기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자살 현장을 목격한 교도관은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순찰을 돌 때마다 수용자가 화장실에라도 있으면 뒤돌아가 꼭 나온 걸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자살하지 않았나 싶어서다. 교도관의 임무는 계호(戒護)다. 경계와 보호라는 뜻이다. 이 단어에 교도관 업무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야간 근무자는 밤사이 수용자들이 도주하는지 감시하고 그들의 안전사고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6월24일 저녁, 12시간 야간근무에 들어갔다. 교도관들은 사동 근무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와 담배, 라이터를 사물함에 넣고 들어가야 한다. 급한 외부 연락은 보안과에서 대신 받아 전해준다. 교대자가 없으면 사동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다. 스스로 반(半)징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2인1조로 이뤄진 야간 근무조는 주간 근무자가 퇴근하는 오후 5시50분까지 사동에 도착해 인수인계를 받아야 한다. 근무는 통상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이어진다. 2명이 두 층씩 나눠 한 조가 모두 4개 층을 담당한다. 밤 10시까지 함께 근무를 선 뒤 선번 근무자와 후번 근무자로 나눠 순찰을 돈다. “한번 둘러보실까요?” 이아무개 교도관과 7~8층을 한 바퀴 돌았다. 한 층당 4개 사동이 있는데 사동별로 대·중·소로 수용거실이 나뉘어 있다. 5명이 정원인 대방(16.99㎡)에는 평균 7~8명씩 수용돼 있고 3명이 정원인 중방(10.3㎡)에는 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소방(5.7㎡)은 티브이가 있는 독거실과 티브이가 없는 조사방(징벌방)으로 나뉜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시설이 쾌적하지만, 노후한 구치소나 교도소의 여름 징역은 겨울 징역보다 몇 배는 더 고되다. 고 신영복 선생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말한, 옆 사람을 열덩어리로 증오하는 원시적 감정에 사로잡히는 계절이 여름이다. 사고 쳐서 일부러 독거방으로 가는 수용자가 나오는 이유다.

순찰을 한 번 도는 데는 40~50분이 걸렸다. 순찰을 다 돌고 나면 다음 순찰을 돌 시간이 됐다. 하룻밤에 1만5천보를 걷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최근 동부구치소는 전동휠을 각 사동에 배치했다. 근무자들이 이동과 순찰을 할 때 이용한다. 특히 심야 근무 때 통상 4개 층을 한 사람이 담당하는데 이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닥으로부터 15㎝ 정도 올라가 있어서 수용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점도 있다.

사건·사고가 나면 다른 층 근무자도 지원을 가곤 한다. 그러나 남자 교도관이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3~4층 여자수용동이다. 최근 이곳에 갓난아이가 두 명이나 입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10개월도 안 된 핏덩이고 하나는 돌을 갓 지난 아기다.

박은경(가명·22)씨는 지난달 동부구치소에 육아 신청을 내 허가를 받았다. 형집행법 53조는 여성 수용자가 자신이 낳은 아이(18개월 미만)의 육아를 신청할 경우 교정시설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시 아이는 지방의 한 복지원에 있었다. 원래는 해외입양을 보내려고 했다고 한다. 아이 생각에 며칠 밤을 뒤척였다. 고충처리팀과 상담했다. 구치소에서도 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신청을 했다.

비극의 시작은 연애였다. 한 남자와 만난 지 3개월 만에 임신을 했다. 연락을 피하던 남자는 도망을 갔다. 배신감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배는 점점 불러왔다. 아이랑 먹고살 일이 막막했다. 임신부인 박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힘든 일은 할 수가 없고 돈은 벌어야겠고.” ‘중고나라’에 체온기와 생활용품 등 수십가지 매물을 올렸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400만원 정도가 수중에 들어왔다. 거기까지였다.

사기죄로 구속이 됐다. 임신을 한 채 구치소에 들어왔다. 산달을 앞두고서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밖에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어떻게 젖을 먹여야 하는지 몰라 어린 엄마는 쩔쩔맸다. 구치소로 돌아갈 날은 무심하게 다가왔는데 아이를 맡길 연고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복지원에 맡기고 엄마는 다시 구치소로 갔다. 그사이 추가 피해자의 고소로 죄는 더 무거워져 있었다. 지난달, 교도관과의 면담에서 박씨는 아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을 하려고 했는데, 나도 아버지 없이 자랐거든요. 내 자식도 부모 없이 키울 수는 없었어요.”

 

지난달 23일, 서울동부구치소의 기결 수용자들이 기독교 강당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동부구치소의 기결 수용자들이 기독교 강당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

 복지원 쪽은 승합차에 아이를 태워 동부구치소로 왔다. 구치소는 엄마가 아이와 편하게 해후할 수 있도록 특별접견실을 제공했다. 포대기에 싸인 아이를 받아들고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내년 1월1일, 박씨의 형기는 만료된다. 출소하면 아이와 함께 지낼 집조차 마땅치 않다. 누군가의 고난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구치소에 있던 중국 국적의 이미연(가명)씨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아이와 함께 동부구치소로 이감을 왔다. 이감 전 서울구치소에서 돌잔치를 했다. 다른 수용자들과 여성사동의 교도관들이 돌상을 차려줬다고 한다. 아이는 돌잡이로 무엇을 집었을까. 법원으로 출정 나갈 때 엄마와 아이는 늘 같이 있었다. 대법원 법정에도 아이를 안고 들어갈 예정이다. 대법관들이 아이를 안은 이씨를 굽어볼 것이다. 이씨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은 6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18개월 미만의 아이에 대해서만 육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고 결과에 따라 그는 다시 아이와 생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은 고통을 견디며 큰 고통을 앞두고 있다.

동부구치소는 각 과별로 두 모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수용실을 포인트 벽지로 도배해 아기방 느낌을 주었고 보행기, 장난감, 아기 의자 같은 유아용품을 들여놓았다. 전신인 성동구치소에 비해 여자 수용자가 늘어난 만큼 수용자의 처지에 맞는 교정·교화 프로그램 제공도 고민하고 있다.

선번 근무를 마치고 새벽 2시 반이 돼서야 침대에 몸을 뉘었다. 씻고 온 사이 옆 침대의 이 교도관은 잠들어 있었다. 누구도 들어오길 원하지 않는 공간에서 수용자와 교도관들과 아기들이 밥을 먹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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