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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편지에 등장한 노회찬의 요리교실 '매생이굴국' 편을 여러번 봤다

"각별한 영상"이라고 했다

  • 박세회
  • 입력 2018.07.25 16:13
  • 수정 2018.07.25 16:26
ⓒhuffpost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는 한 조문객이 쓴 편지가 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는 한 조문객이 쓴 편지가 있다.  ⓒNews1

어제 통신사 페이지에는 노회찬 의원의 빈소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자리에 앉아서도 빈소의 분위기를 그려볼 수 있었다. 오후 늦게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은비 올림’이라고 되어 있는 편지였다. ‘사랑하는 우리 노회찬 의원님께’라는 말로 시작했다.

다행히 글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은 초점이 맞았다. 확대를 하니 보였다. 은비 씨는 첫 줄에 “제가 의원님이 나오시는 영상 중에 각별히 좋아하는 게 있는데요. ‘노회찬의 요리교실’에서 매생이굴국을 끓이시던 모습이에요”라며 “이전에는 정치인들은 다 부자고 다른 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의원님 옷이며 집이며 꼭 우리 아빠 같은 거에요”라고 썼다.

‘노회찬의 요리교실’에서 첫 번째 물음표가 한번 뜨고 ‘매생이굴국 두 번째 물음표가 떴다. 어떤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매생이를 끓여야 누군가에게 ‘각별히 좋아하는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영상을 찾아봤다. 유튜브에 ‘노회찬의 요리교실 : 매생이굴국’이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고양이 아이콘을 프로필 사진으로 쓴 ‘Building21’이란 사용자가 2010년 2월에 업로드 했다. 사용자는 영상의 출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2010년 2월의 그는 진보신당의 후보로 그해 6월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 중이었다.

시장 선거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고양이 아이콘 사용자의 채널을 통해 요리 프로그램을 찍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지금이야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지만 2010년엔 그렇지도 않았다. ‘쿡방’ 이란 말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게 불과 4년 전이다. 그런데 이 방송이 결국 누군가의 ‘각별한 영상’이 되었다.

이제는 오래된 부엌의 상징이 되어버린 갈색 시트지로 마감한 부엌, 같은 색으로 색 맞춤한 천장과 벽면 사이의 몰딩, 사용감이 꿈틀거리는 냉장고. 냉장고 오른쪽에 살짝 삐져나온 대형 사진의 프레임. 폭이 7㎝는 되어 보이는 X세대 스타일의 셔츠 카라, 게다가 셔츠는 체크 무늬. 거칠게 걷어붙인 소매, 원전을 알 수 없는 화려한 앞치마. 안경에는 계속 빛이 반사되고 있어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매생이굴국’ 편은 1탄이었지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아내를 위한 매생이굴국 요리”라는 말밖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노회찬의 요리교실 3탄’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벨기에식 홍합요리”다. 그러나 온종일 구글을 두들겨 봐도 노회찬의 요리교실 2탄의 흔적을 찾을 순 없었다. 1 다음에 반드시 2가 없어도 위화감이 없는 세계.

2012년 어렵게 재진입한 의원직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2013년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유죄 확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때도 그는 ”고소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지역구인 노원병에 아내 김지선 씨가 진보정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안철수 씨에게 졌다. 오마이뉴스가 전한 선거 사무소의 해단식 풍경을 보면 그는 이날 아내와 춤을 췄다고 한다. 

영상에는 이제 슬슬 ”일이 통 손에 잡히질 않아 헛헛한 마음으로 자리만 지키고 있습니다”, ”보고 싶을 때 이 영상 보러 올게요” 등 그를 그리워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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