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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왜 흐느끼는 주인 얼굴 핥아 주나

미국의 심리학자들이 실험으로 입증했다.

ⓒColin Hawkins via Getty Images

‘래시’는 미국에서 1954∼1973년 동안 600회 가까이 이어진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인공 티미의 콜리 품종 개이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이, 1970년대와 1990년대에 수시로 ‘래시 구조대’ ‘달려라 래시’ 등의 제목으로 이 시리즈를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다. 래시의 장기는 곤경에 처한 주인한테 달려가 구해 주는 것이다. 우물에 빠진 주인공 소년 티미를 찾아내 구출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개는 오랜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과 공감하는 탁월한 능력을 진화시켰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상태를 구분하는 능력도 있다. 특히 사람의 비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개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드라마의 래시처럼 곤경에 빠진 주인을 구하는 능력도 있을까. 미국 심리학자들은 “티미가 우물에 빠졌어요: 개의 공감과 친 사회적 도움”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학습과 행동’ 2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 39마리와 그 주인이 참여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입증했다. 주 저자인 에밀리 샌퍼드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생은 “우리는 개들이 주인의 감정을 느낄 뿐 아니라, 도울 방법만 안다면 장애물을 뚫고 주인을 돕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누구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앉아 흐느껴 울고 있을 때 어느덧 개가 다가와 얼굴을 핥아 준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바로 그런 걸 과학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자인 줄리아 메이어스-메이노 매칼레스터대 교수는 “침대에서 장난으로 아이를 시켜 베개로 파묻게 한 뒤 도와달라고 외치자,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했지만 개는 몇 초도 안 돼 달려와 베개로부터 나를 끄집어내 주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개들이 비탄에 빠진 사람의 감정을 알고 서둘러 무언가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장치를 고안했다. 개가 주인을 보고 들을 수 있는 투명한 문 맞은편에서, 한쪽 주인은 15초마다 평범한 톤으로 ‘도와줘’라고 말하고 ‘반짝반짝 작은 별’을 흥얼거리게 했고, 다른 쪽 주인은 급박하게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중간에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실험 결과 개의 절반 가까이가 문을 열고 주인에 다가갔다. 양쪽의 비율은 비슷했다. 그러나 다급한 주인의 소리에 반응한 개는 그렇지 않은 쪽 개들보다 3배나 빠르게 문을 열었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곤경이 개의 주의를 끌고, 아마도 급박함을 알려 개가 문을 여는 행동을 하게 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노랫소리를 듣고 문을 연 개의 행동은 호기심과 사회성 때문으로 풀이했다.

연구자들은 개의 심장박동을 통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을 ‘구조’한 개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스트레스 수준이 가장 높은 것은 비명을 듣고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한 개였다.

샌퍼드는 “개는 인간 곁에서 수만 년을 지내면서 우리의 사회적 단서를 읽는 능력을 배웠다. 개가 주인의 감정을 감지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이번 연구는 그 생각이 맞으며 나아가 래시처럼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뛰어나가 도울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mily M. Sanford et al, Timmy’s in the well: Empathy and prosocial helping in dogs, Learning &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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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반려견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