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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노회찬도 지키지 못한 정치자금법, 무엇이 문제일까?

현역의원, 거대정당에 유리하다

진보정치의 ‘스타’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결국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행 정치자금법을 두고 “심지어 노회찬도 못 지킬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 후원금 모집 등이 ‘현역 의원,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다 보니,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들, 원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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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

24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에서 정치활동을 해나가려면 기본적으로 ‘고비용’이 불가피하다. 지역구 사무실 및 관리비용, 인건비는 기본이고, 여기에 정책개발비, 사람들 만나는 밥값·차값, 생활비 등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명함, 펼침막, 차량운행비, 문자메시지 발송비 등 ‘모든 것’이 다 비용이다.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은 “지역 사무실 얻고 직원 두면 월 1000만~1500만원 고정비용이 나간다. 낙선하면 고스란히 자기 돈으로 갚아야 한다”고 했다. 노회찬 의원이 김동원(필명 ‘드루킹’) 쪽 도아무개 변호사에게 돈을 받은 시점은 2016년 3월이다. ‘삼성 엑스(X) 파일 폭로’ 대법원 판결로 19대 의원직을 상실하고,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나마 현역 의원들은 임기 내내 후원금을 모아 선거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자격은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대통령 후보 및 예비후보 등이다. 지방의원이나 지방의원 후보자들은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총선 120일 전에야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이 아닌 정치 지망생에게도 후원금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 적어도 선거 1년 전부터는 지역 사람들을 만나야지 그걸 막아놓으니까 현역들만 유리한 게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거대 정당에만 쏠리는 나랏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에 배분하는 국고보조금과 기탁금도 거대 정당에 쏠리도록 설계된 구조다.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은 전체 보조금의 절반을 교섭단체(20석 이상)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50%를 의석수, 선거 득표율에 따라 여러 단계로 차등 배분한다. 지난해 선관위가 7개 정당에 지급한 경상보조금 421억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각각 126억원씩 받은 반면, 정의당은 27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소수정당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공당으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현안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회의원 수는 적어도 당직자 수는 큰 차이 안 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선관위는 교섭단체에 정당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지급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거대 양당의 ‘텃세’에 막혀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정치자금 기부자의 후원금을 받아 일정 요건이 되는 정당에 나눠주는 ‘기탁금 제도’ 역시 정당보조금 배분 기준과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는 “국민들이 선관위에 기탁금을 낼 때 원하는 정당에 지급되도록 국민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자금법 ‘입구’ 얼마나 넓혀야 하나

현행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은 후원금을 연간 1억5000만원 모금할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다. 법인이나 단체는 후원할 수 없다. 개인도 특정 국회의원 1명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500만원이다. 2002년 차떼기 논란 이후 ‘돈정치’를 없애자며 2004년 개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미국 등 외국처럼 기업·단체도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주는 대신 사용을 투명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당위성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치자금법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정치환경이 많이 깨끗해졌다”면서도 “다만 예비후보 자격 기간이나 후원금 액수 등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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