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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비싸지 않은 공공 주택 천국이다

서울이 배워야한다.

ⓒRafael_Wiedenmeier via Getty Images

우베 마우흐는 비엔나에서 산지 30년이 넘었다. 52세의 오스트리아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마우흐는 비엔나 북부에 있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아파트에 산다. 지방 정부가 녹음이 우거진 뜰 주위에 지은 여러 저가 아파트단지 중 한 곳이다.

마우흐가 사는 침실 하나 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300유로로, 그의 소득의 10%에 불과하다.

“아주 좋다. 난 여기서 사는 게 정말 행복하다. 창밖에 녹지가 있다는 게 좋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찾아오면 이렇게 좋은 집이 이렇게 싸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한다.”

저렴하면서도 매력적인 주거공간들을 갖춘 비엔나는 공공주택의 국제적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를 ‘공공 지원 주택’이라 부르는데, 비엔나의 경우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주택을 지방 정부나 비영리 주택 협회가 임대해주는 형식이다. 미국의 공공 주택 프로젝트는 인기도 없고 자금 지원도 부족한 반면, 비엔나의 제도는 진보적 정책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설계면에서도 선두에 서있다.

마우흐가 사는 플로리드스도르프 구역의 한 ‘카 프리’ 공공 주택의 경우 보통 주차장이 있을 공간을 자전거 수리점, 어린이 놀이 구역, 카셰어링 구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엔나 남부 오벌라에 있는, 공공 지원금을 받는 실험적 개발지역에서는 가정 난방에 인근 온천수를 사용하고 빗물을 변기 내리는 물과 정원에 주는 물로 재활용한다.

전후에 사회민주당이 장악한 지방 정부가 비엔나 전역에 고밀도 건물을 짓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비엔나에는 공공 주택이 널리 퍼졌다. 공용 녹지 공간이 있는 6~8층 아파트가 보통이었다. 현재 세후 소득이 연 53225달러 이하인 사람은 누구나 비엔나의 보조금 아파트에 지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연소득 중간값은 31500달러 정도다.

비엔나 지방정부에 의하면 현재 비엔나 시민 중 62%는 공공 주택에 살고 있다. 월세는 규제를 받으며 세입자의 권리는 강력히 보호된다. 반면 미국의 공공 주택 거주율은 1% 미만인데, 이들은 거의 저소득 가정, 노년층, 장애인이다.

ⓒWIENER WOHNEN/STADT WIEN

비엔나의 주택 의원 카트린 갈은 공공 주택은 저소득층과 ‘광범위한 중산층’을 겨냥한 것이라 말한다. “비엔나가 특이한 것은 집 주소만 봐서는 이 사람의 소득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비엔나의 공공 주택 등의 워킹 투어 가이드인 유진 퀸은 9년 전 런던에서 비엔나로 이사했다. 그는 애정담긴 목소리로 비엔나의 뜰에서 열리는 ‘그릴 파티’ 이야기를 한다. 공공 주택 주민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서로 알게 된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공공 주택의 공용 공간에 익숙하고,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걸 아주 편안해 한다. 다른 주요 도시들처럼 사람들이 월세에 허덕이지 않으니, 창조하고, 공부하고, 지역사회 일에 참여할 시간이 생긴다.” 퀸의 말이다.

비엔나가 시민들에게 준 긍정적 영향은 주목받고 있다. 올해 비엔나는 9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삶의 질이 가장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다.

오스트리아 비영리주택연합(GBV)의 주택 경제학 담당인 에바 바우어는 거주 비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것은 시민들의 웰빙에 필수적 요인이라고 말한다.

비엔나의 보조금 지급 주택 규모 덕분에, 비엔나는 전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생활비가 낮은 편에 든다. GBV에 의하면 정부 보조금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내는 평균 월세는 시의회 세입자 경우 470달러, 주택 협회 세입자의 경우 600달러였다. 월세를 내기 힘든 주민의 경우 매달 보조금도 나온다. 비엔나 세입자들은 소득의 평균 27%를 월세로 지출했다.

반면 StreetEasy의 2015년 연구에 의하면 뉴욕 월세의 중간값은 2015년 기준으로 27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이는 뉴욕 소득 중간값의 58.4%에 해당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공공 주택이 중요한 우선 순위로 취급된다. 자금원은 소득세, 법인세, 직업이 있는 모든 시민들이 내는 주택관련 분담금이다. 갈 의원에 의하면 비엔나의 연간 주택 예산은 7억 달러이며, 5억3천만 달러는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이 예산은 낡은 아파트 개조 및 아파트 신축 등에 쓰인다.

바우어는 비엔나에서는 매년 아파트 13000호 정도가 신축되며, 이중 3분의 1 정도는 정부 자금으로 충당되고 주택 협회가 위탁받는다고 한다.

“공공 주택은 인기가 높다. 입주 전까지 몇 년을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주택 협회 세입자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비엔나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짓고 인기의 요인이었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지금의 과제다.” 바우어의 말이다.

1990년대에 개발자들 간의 경쟁 절차가 도입되어, 건축가와 변호사 등 주택 전문가들이 패널을 맡아 새로운 공공 주택 단지 건축 비딩을 심사한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품질이 좋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WIENER WOHNEN/STADT WIEN

비엔나는 공공 주택 개선의 모범 사례이지만, 오스트리아 역시 최근 몇 년 간 정부 지원을 받는 난민들의 유입에 대한 공포에 영향을 받았다. 12월 선거에서 우파 연정 정부가 다선되었고, 난민들에 대한 수사 때문에 공공 자원에 대한 압력이 커졌다. 코스모폴리탄 대도시인 수도 비엔나조차 예외일 수는 없었다.

“공공 주택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 강하다. 하지만 우리 역시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난민들이 공공 주택을 얻을 자격이 있는지 이야기하는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있다. 그러니 [비엔나] 모델에도 아직 위험이 남아있다.” 비엔나의 건축가 안드레아스 룸프후버의 말이다.

파라다이스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와 미국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현저하다.

미국의 공공 주택 부문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주거지로 악화, 격하될 때까지 버림받았다. 최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를 찾은 주택 도시 개발부 벤 카슨 장관은 국가에 대한 의존성을 키우지 않도록 공공 주택 내의 삶이 너무 ‘편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비엔나 사람들은 공공 보조금 주택을 자랑스러워한다.

“우리는 부자들만이 좋은 조건에서 살아서는 안된다는 낡은 이념을 지니고 있다. 이건 중요한 이념이다. 우리는 이걸 지켜야 한다.” 비엔나 말고 다른 곳에서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마우흐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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