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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계 독일인 '외질'의 분노가 독일의 정계를 뒤흔들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

ⓒStuart MacFarlane via Getty Images

“그를 높게 평가한다. 국가대표팀에 큰 공헌을 한 선수였다. 존중 받아야 할 선택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독일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30·아스널)의 대표팀 탈퇴 선언에 이런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독일 사회에선 외질의 ‘존중 받아야 할 선택’이 분열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란 참담한 결과에서 시작된 외질의 탈퇴 선언은 독일 내 이민자 통합 문제로 불똥 튄 모습이다. 외질의 조부모는 터키 출신이다.

외질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4장짜리 장문의 글을 공개하면서 인종 차별주의와 무례함 때문에 대표팀에서 더이상 뛸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라인하드 그린델 축구협회장과 그 지지들 눈에, 나는 팀이 이기면 독일인이었지만 지면 이민자였다”고 했다.

(아래는 외질이 트위터에 올린 4장 중 첫 장)

 

지난 5월 외질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런던의 한 행사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불과 월드컵 시작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두 사람이 친밀한 듯 보이는 이 사진은 여당 정의개발당 선거 운동에 일부로 사용됐고, 지난달 정의개발당은 총선에서 크게 승리했다.

외질이 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나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속속 나왔다. 독일은 2016년 터키 쿠데타 시도 사건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해왔다. 독일 시민들은 외질에게 인신공격적 비난을 쏟아냈다.

외질의 탈퇴 선언이 나온 뒤 독일축구협회(DFB)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인종 차별과 연계됐다는 사실은 강력히 부인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최근 유럽 사회를 흔들고 있는 이민자 유입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불행히도 그는 터키-이슬람 문화에서 넘어오는 너무 많은 이민자들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지 못했다는 통합 실패의 전형적 사례”라고 주장한 반면, 카타리나 바레이 독일 정의장관은 “외질같은 훌륭한 선수가 인종주의때문에 자신의 국가가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은 비상 신호”라고 지적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월드컵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은 외질이 에르도안 총리와 함께 사진 찍은 것과 상관이 없다”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정당한 행동을 했던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주간지 <디 차이트>는 “외질의 은퇴는 독일이 진보적 사회라는 믿음을 잃은 것”이라며 “극우 정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난민이 바다에 빠지길 원한다’고 주장하는 나라가 됐다는 치명적인 상징”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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