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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의 공연

  • 이원열
  • 입력 2018.07.24 12:17
  • 수정 2018.07.24 12:32
밥 딜런 내한공연 포스터
밥 딜런 내한공연 포스터
ⓒhuffpost

이번 주 금요일이면 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보게 된다. 밥 딜런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2010년 첫 번째 공연이 워낙 황홀했기 때문에 그때의 좋은 기억이 희미해질까봐 오히려 망설여졌지만, 딜런과 나의 여생 동안 서로 동선이 겹칠 일이 다시 생길 것 같지 않아 결국 예매했다.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1960~70년대의 딜런의 음악과 가사와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되풀이할 필요는 없으니 21세기로 훌쩍 넘어와 보자. 그의 초기 음악에 깊은 감화를 받았던 세대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 나서 자신들의 오랜 영웅 딜런을 이런저런 스포트라이트 앞에 세웠다. 2004년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에 딜런의 노래가 깔리고 딜런이 직접 출연했을 때,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을 때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딜런을 겨냥한 공격은 아니었다. ”너희는 아직도 밥 딜런밖에 모르느냐”고 기성세대에게 내뱉는 울화였다. ”소싯적에 반문화입네 히피입네 하던 인간들이 나이 들고 썩어빠진 기득권층이 되어서는 젊은 시절 추억 놀이나 하고 있느냐”는 비난이었다. ‘트레인스포팅’ 등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 어빈 웰시는 딜런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나는 딜런 팬이지만 이건 망령 들고 횡설수설하는 히피들의 악취 나는 전립선에서 쥐어짠, 잘못 계획된 추억 시상이다”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그렇다. 기성세대가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등짝을 걷어차는 것이 다음 세대의 의무이자 권리다. 딜런 본인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타임스 데이 아아 체인징…. 그러나 딜런의 음악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영원히 있을 그의 음악을 다시 직접 듣게 된 것이 기쁠 뿐이다.

공연에 큰 기대도 걸지 않는다. 다만 곧 입국할 딜런에게 단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논·밭 작업, 건설 현장 등 야외 활동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

*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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