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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추진되나?

뜨거운 감자다

‘은산분리’는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다. 은행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이름의 이 제도는 산업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골자로 한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한국은 은산분리가 비교적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걸 막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아픈 선례도 있다. 지난 2013년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자사의 부실회사채를 우량한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결국 4만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았고, 약 1조 3000억원의 피해액을 발생했다. 이른바 동양증권 사태다. 금융과 산업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교훈이었다.

 

ⓒ뉴스1

 

최근 은산분리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은행 때문이다. 지난 18일, CBS노컷뉴스가 최근 새로 구성된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 10명을 상대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명이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 나머지 5명 중 2명은 ‘의견보류‘, 3명은 ‘현안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정무위에서 같은 물음을 했을 때 70%가 은산분리 ‘반대’ 의견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국회에는 은산 분리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이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은행법을 개정해 은산분리 자체를 완화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특례법을 만들어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규모 확대와 경제시스템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라는)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며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을 덜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의원들께서 특례법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인 23일에도“앞으로 정보통신(ICT) 경쟁력이 금융회사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을 혁신적으로 운영하게 해달라는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국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은산분리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두자고 돌아선 데에는 배경이 있다. 현재 두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운영사는 각각 (주) 카카오와 (주)KT이다. IT기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게 다른 금융사와 인터넷뱅크의 차별점이지만 이 두 회사는 수차례의 증자 이후에도 10%로 묶여 있다. 증자를 비롯한 여러 의사결정에서 다른 주주들에 의존해야 한다.

그나마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투자금융이 사실상 대주주에 가까워 증자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케이뱅크의 경우 참여 주주들이 많아 증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세 케이뱅크는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불참으로 실패했다. 증자가 원활하지 않아 여신 규모도 생각보다 늘지 않는다. 케이뱅크 심성훈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20개에 달하는 주주사마다 자금 사정이 제각각이라 유상증자 등 자본 조달이 쉽지 않다”며 “과감한 의사 결정과 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대주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angpor_2004 via Getty Images

 

은산분리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여전하다.한 금융 전문가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은산분리 완화가 결국 은산분리 제도 자체의 형해화가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제3자가 대출받아 대주주에게 전해주는 등 산업자본 대주주가 규제를 피해 은행을 사금고로 사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인터넷은행에서 제2의 동양증권 사태가 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 특히 케이뱅크가 기존 시중은행의 온라인 서비스와 비교해 혁신성과 차별성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며 “이 정도로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기존 은행들도 ‘오프라인 점포를 모두 없애고 온라인 영업만 할 테니 인터넷은행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에서 비대면이 쉽게 가능했던 건 다른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통장이 금융실명제 하에서 본인 확인을 해왔기 때문이고,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쉬웠던 것도 오프라인 은행들이 가계 부채 증가 억제라는 이유로 사실상 신규 대출 제한을 걸어놨기 때문에 반사 이익을 본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에 제한을 두고 인터넷은행에 혜택을 줘 메기효과처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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