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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주사 자국'으로 일본인임을 증명하라 요청받은 30대 남성의 이야기

무호적·무국적의 드문 케이스다

  • 박세회
  • 입력 2018.07.23 17:06
  • 수정 2018.07.23 17:18
ⓒYagi Studio via Getty Images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나라가 내 나라가 아니라면? 

겐다이비즈니스는 22일 일본의 한 30대 남성이 자신이 일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거쳐온 과정을 보도했다. 

겐다이비즈니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혼슈의 남동부인 간토 지방 인근에 사는 남성 곤도 마사키(近藤雅樹, 가명)씨는 올해로 31살이다. 

곤도 씨가 엄마로 알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난 네 진짜 엄마가 아니야. 진짜 엄마는 널 낳고 죽었어”라는 말을 들은 건 그가 14살 되던 해였다. 

친모는 호적이 없었고, 양모는 그를 입적시키지 못했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았고, 16세부터 회사 기숙사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양모는 19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일본의 어떤 시스템에도 등록되지 않아 보험증 등의 행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콘도 씨의 사례가 일반적인 ‘무호적자’와 다르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무호적자는 국적이 있다. 무호적자의 70%는 민법이 규정하는 ‘이혼 후 300일 규정에 의하여 추정되는 아버지와 실제 아버지가 다른 경우’다.

일본의 민법은 출생신고를 할 때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전남편의 아이로 본다. 전남편이 아닌 ‘현남편’을 아이의 부모로 등록하려면 전남편과의 조정과 재판 등을 필요로 하는데 전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아이는 ‘무호적자’ 상태가 된다.

이 ‘무호적’의 경우엔 그래도 국적은 확실하다. 최소한 엄마는 무조건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혈통을 중시하는 속인주의 국가 일본은 ”부모 또는 중 한 명이 일본인”인 경우 국적을 부여하는데, 곤도 씨의 경우는 호적도 증인도 없어 부모 중 한 명이 일본인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하는 사례다.

10살이 넘어 고아 등에게 부여되는 인도적 차원의 국적을 받을 수도 없는 곤도 씨는, 일본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곳은 가정 법원이다. 가정 법원에 국적 취득신청서를 쓴다. 신청서에 증거를 붙이는데 콘도 씨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유일한 사람인 ‘양모’는 이미 세상에 없다. 조사관과의 1차 면담으로 간략하게 신청 사실을 확인하고 두 번째 면담에서는 지문을 채취하는 등 본격적인 확인이 시작됐다. 이때 갑자기 조사관이 와이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그 시대에는 BCG, 보통 ‘도장 주사’라는 걸 맞았지요. 제 주사 자국도 보여드릴 테니까 곤도 씨의 것도 보여주시겠습니까?” -겐다이비즈니스(7월 22일)

의무접종을 시행했던 결핵 예방접종(BCG)은 세대에 따라 그 흉터가 달라 어느 정도 생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피내용 예방접종밖에 없어 접종자에게 ‘불주사 자국’이라 불렀던 흉터를 남겼으나, 이후 세대는 경피용 예방접종을 시행해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았다. ‘도장 주사’는 이 경피용 결핵 예방접종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곤도 씨에게 불주사 자국이나 도장 주사 자국이 있을 리가 없다. 그의 두 팔은 깨끗했다.

결국 일본 법원은 곤도 씨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곤도씨의 유창한 일본어와 PC 사용 능력 등이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겐다이비즈니스에 따르면 법원은 ”일본어가 유창하고 어휘도 풍부하며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 진술서 및 보고서를 스스로 PC를 사용해 작성했고 오탈자도 없다”라며 ”이런 점을 볼 때 신청인이 초등학교에 두 번 등교한 것 말고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양모에게 수학하거나 독학했다는 진술을 신용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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