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8년 07월 23일 10시 51분 KST

태국 치앙마이가 거리의 개들을 다루는 놀라운 방식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냥 유기견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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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북부 도시 치앙마이의 왓차이시품무에앙 주변에서 거리의 개들 사이에서 세 마리를 거둔 라(41)가 개들 앞에서 웃고 있다. 

치앙마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은 주인이 있을까 없을까? 타이 북부의 경제·문화 중심도시 치앙마이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유유히 차를 피해 길을 건너는 개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는 그런 개들을 ‘떠돌이 개’(stray dogs)가 아니라 ‘커뮤니티 개’(community dogs)라고 부릅니다. 절, 학교, 관공서 등의 여러 사람이 밥과 물을 주며 돌봐왔기 때문이죠.”

지난 10일 만난 수의사 뽕뽄 홈콘의 설명이다. 그는 10년 전 치앙마이시에 개설된 최초의 동물보건서비스센터 소속 수의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치앙마이 길거리 개들에게는 주인이 여러 명 ‘있다’는 얘기다.

 

하루 일정표 따라 움직이는 개들

 

하지만 올해 초 유행한 광견병은 타이 정부를 행정적, 정치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이에 정부는 개를 ‘주인이 있는 개’와 ‘거리의 개’로 나누어 개체수를 파악해 예방접종에 들어갔다. 치앙마이의 경우 주인이 있는 개 약 1만-1만1000마리, 거리의 개 약 1600마리가 광견병 백신 예방접종을 마쳤다. 실제 지역사회가 돌보는 ‘커뮤니티 개’는 약 2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돌아다니는 개들의 사정상 100% 백신 접종은 어려웠다고 한다.

치앙마이 거리의 개들에게는 하루 일정이 있다. 대개 불특정 다수의 주인들 하루 일과를 따라간다. 해가 뜨면 시주를 받기 위해 가게를 도는 탁발승을 따라다니며 아침을 먹고, 낮에는 버스 터미널 대합실이나 가게 앞길에서 낮잠을 자다가, 해질 무렵엔 절에 가서 관광객과 승려, 주민들이 나눠주는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친다.

커뮤니티 개들은 특히 치앙마이의 구도심 사원 안팎에 많이 산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왓치앙만에는 7~8마리의 개가 있다. 지난 9일 왓치앙만에서 31년간 수행하며 살아온 스님이 말했다.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 와서 버리고 가면서 여기 눌러살게 된 개들입니다. 지금까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고, 정부에서 매년 나와 광견병 백신 주사를 놓고 가죠.”

이 개들은 밤에 수상한 것들을 향해 짖어주고, 낮에는 불상 앞 시주 음식 먹는 새들을 쫓는다. 경비견으로서 ‘밥값’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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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탁발 중인 승려를 따라다니는 치앙마이 거리의 개. 

치앙마이 구도심의 절 왓차이시품므앙 건너편에서 사는 주민 라(41)는 거리의 개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세 마리를 거뒀다. 자신이 거둬 키우지만, 목줄은 채우지 않았다. 친구에게 ‘내 것’ 표시를 하지 않듯이,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자유를 빼앗는 폭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도 개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매년 정부가 제공하는 광견병 예방 백신 주사를 맞는다.

이제는 성견이 된 세 마리 개들은 밤에는 라의 집에서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 길 건너 사원이나 구도심의 상징 타패문을 지나 사각형의 거대한 성내로 출근한다. 그래서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여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혼자 다니는 개들을 떠돌이개로 생각하는 선입견을 가진 외국인들의 눈에는 몸이 성치 않은 유기견으로 보일 것이다.

치앙마이 시당국은 이런 지역 공동체의 ‘공동 돌봄’ 문화를 인수공통전염병인 광견병 통제 전략으로 삼았다. 주민들에게 길거리 개들에게 밥도 주고 만져도 주면서 교감을 쌓으라고 정기적으로 교육한다. 개체수 통제가 안 된다는 이유로 개 먹이 주기를 비난하고 반대하는 일부 방콕시 주민과 외국인 거주자들과 상반되는 입장이다. 치앙마이시 수의사 뽕뽄 홈콘이 말했다.

“광견병 통제 방법 세 가지 중 하나로 주민과 거리의 개 사이에 교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후에 주민들 도움을 받아 백신을 주사하기도, 질병을 관리하기도 수월해집니다.”

 

시민들이 보살피는 개

 

다른 두 가지 광견병 통제 방법은 백신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이다.

정부기관과 협력해 광견병 백신 접종,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 온 영국 동물보호단체 ‘세계동물의료서비스 개에 대한 보살핌’(WVS Care for Dogs)의 타이 지부는 이런 전략 덕분에 치앙마이에 굳건한 ‘광견병 방화벽’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단체의 상근자 이안 클라크는 지난 11일 “치앙마이는 효율적으로 광견병 예방 계획을 수립해 장기간 운영해왔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 정부기관과 전문가, 외부 단체와의 협력에도 충분히 열린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왜 올해 광견병 발생 위험 지역 13개주에 포함된 방콕이나 송클라 같은 곳에서는 전문적인 광견병 백신 캠페인을 운영하지 않느냐고 묻자, “치앙마이에서 성공적 모델을 먼저 만들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개에 대한 보살핌이 진행한 ‘미션 래비즈’는 광견병 감염이 전체 인구의 사망 원인 3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한달 동안 5만마리의 개들에게 백신 주사를 놓는 식의 대규모 집중 캠페인이다. 

세계동물의료서비스(WVS Care for Dogs) 제공
타이 북부 치앙마이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수의사들이 거리의 개에게 광견병 백신 주사를 놓고 있다. 광견병 확산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세계동물서비스 개에 대한 보살핌’은 치앙마이 지방정부, 타이 가축개발부와 협력해 백신 캠페인을 추진했다.

올해 타이의 공수병 환자 치사율은 100%에 이른다. 광견병이 확산되자 인도의 성공 모델을 따라 타이에서도 시작됐다. 모두 5만개의 백신을 지원받아 방콕시에 4만5000개를 전달하고 남은 5000개를 개에 대한 보살핌 타이 지부 사무소인 치앙마이로 가져온 것이다.

이 단체는 백신 접종 말고도 지난 2005년부터 중성화 수술 캠페인과 수의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지난 5월 중순부터 4주간 치앙마이시 산퐁구에서 2600마리에게 백신을 주사하고, 136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중성화했다. 치앙마이에서 3시간30분 거리인 소도시 빠이에서도 같은 기간 1100마리에 백신을 주사하고, 227마리를 중성화했다. 주인이나 주인처럼 돌본 이들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했다. 이런 대규모 중성화 수술에 대한 ‘동물권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과 동물의 도심 속 공존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개와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치앙마이의 성과를 바탕으로 타이 전역에 길거리 개의 중성화 수술과 대규모 백신 접종 노하우와 개 개체수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을 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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