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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1일 12시 23분 KST

어젯밤 북악스카이웨이 '불법개조' 바이크 단속 현장에서 벌어진 일

9월30일까지 집중 단속이 이뤄질 예정.

뉴스1
이성호 교통안전공단 차장이 20일 저녁 서울 종로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불법개조된 LED전등을 확인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경찰입니다. 오토바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조등 개조하셨죠?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20일 오후 10시 기준 기상청 위험기상감시시스템 상 서울 종로 북악산 소재 AWS(자동기상관측장비)가 기온 27.3도, 습도 74%를 가리키는 후덥지근한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 한눈에 봐도 커다란 오토바이에 경찰이 다가서자 막 시동을 끈 차주는 움찔거리며 긴장한다. 스쿠터만 타다가 처음 오토바이를 샀다는 30대 김모씨는 오토바이가 순정품이라고 주장하다 차량 조회를 마친 종로구청 공무원이 다가서자 ”출고할 때 서비스로 해준다길래 공짜로 바꿨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한국교통안전공단, 종로구청 등이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이륜차 소음기 등 불법개조 일제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단속을 벌여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11건을 형사입건하고 안전기준 위반 5건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날 단속에는 서울청과 종로경찰서, 서대문경찰서에서 경찰관 11명, 종로구청 교통행정과 공무원 3명 등 유관기관 17명이 투입됐다.

경찰이 단속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단속을 시작한지 4분여 만에 첫 번째 단속 대상자가 적발됐다. 이성호 교통안전공단 차장이 규정에 따라 50㎝ 떨어진 위치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해당 차량의 소음은 119㏈이 측정됐다. 이 차장이 차주에게 ”구조 변경 승인을 받지 않아 자동차 관리법 34조(자동차의 구조·장치의 변경) 위반이다”고 말하자 함께 단속한 경찰은 차주를 곧바로 형사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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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교통안전공단 직원이  20일 저녁 서울 종로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오토바이 소음 크기를 측정하고 있다.

 

오토바이 소음 위반 기준은 연식마다 다르다. 1999년 12월31일 이전 생산 이륜차는 110㏈(데시벨) 이상, 이후 생산된 제품은 105㏈ 이상이면 위반에 해당한다. 서울지방청 교통범죄수사팀 임재민 경감은 ”자동차의 구조를 허가 없이 변경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사용자와 불법개조업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공무원, 차량 전문가로 이뤄진 ‘단속 어벤저스‘가 팀을 꾸리자 곳곳에서 순조롭게 단속이 진행됐지만,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전조등을 허가받지 않은 LED등으로 바꾼 한 남성은 ”처음에는 소음을 측정한다고 접근했다가 경찰이 전조등으로 트집잡는다”며 신분증 제시를 완강히 거부하며 ”공권력을 남용한 표적수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량 트렁크에 LED 조명을 달아 일명 ‘스마일 라인’을 만든 차량 운전자는 ”인터넷에 나온 것을 보고 따라한 게 불법인지 몰랐다”면서 ”지금 뗄 테니 한 번만 봐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중고거래를 통해 불법개조된 줄 모르고 이륜차를 구입했다”는 운전자도 여럿 있었다. 경찰은 ”경찰서에 출석해 그대로 진술하면 전 차주가 조사대상이 될 것이다”면서도 ”자동차관리법상 ‘운행한 사람’이 처벌받게 돼 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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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소속 공무원이 20일 저녁 서울 종로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차량 불법 개조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종로구청 공무원들은 경찰과 합동 단속해 그나마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랑 종로구청 운수행정팀장은 ”부암동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계속돼 공무원들끼리 단속을 나오려 해도 단속을 피해 ‘‘칼치기’로 도망가거나 오히려 위반 당사자가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늘은 그런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단속을 주도한 이 차장은 ”불법 LED 전조등은 반대편 차선에서 마주보고 오는 차량이 4초 가량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정 안에서 개조하고 지자체에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개조 차량은 분진과 먼지에도 영향을 줘 미세먼지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며 순정품 이용을 당부했다.

야경을 보려고 팔각정에 들렀다 단속을 지켜본 노경환씨(25)는 ”팔각정까지 올때도 오토바이들이 불빛을 번쩍번쩍 내며 갓길로 달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단속이 잘 이루어져 좋은 이륜차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유관기관은 9월30일까지 53회에 걸쳐 ‘모터사이클 성지’로 불리는 세빛둥둥섬과 용마터널 등에서 불법개조 일제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