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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위험한 전염병들이 발생한다. 우리는 왜 우려하지 않고 있나?

위험 요인은 점점 상승 중이다.

ⓒCesare Ferrari via Getty Images

재앙이었던 에볼라는 11300명의 사망자를 냈다.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당시 WHO는 전염병이 다시는 에볼라 수준의 세계적 보건 위협에 다다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2015년 총점검의 일환으로 WHO는 어떤 질병이 대규모 공공 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위험이 가장 큰지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예방 기금 촉진을 위해 예방 대책은 거의 마련하지 않았다. 3년 후, WHO의 ‘우선 순위 질병 청사진’에서 강조했던 8개 종류의 질병 중 6개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질병들이었다. 에볼라, 메르스, 지카, 니파 바이러스, 라사열, 리프트 밸리열. 이런 치사율이 높은 질병과 병원균의 발발로 올해만 최소 190명이 사망했고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소모되었다. 그러나 이 질병들 모두 다시 퍼져 더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세계 경제를 파탄내고, 유례없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위의 6가지 질병은 모두 아직 집단발병 상태였다. WHO의 응급 준비와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라이언 박사는 25년 동안 집단발병의 최전선에서 일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한다.

“‘블랙 스완’ 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우리의 경제와 문명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무역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게 막히게 되면 큰 위협이다.”

세계에서는 보통 1년에 4~5가지의 고치사율 질병이 발병하지만 이정도 숫자의 질병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은 드물며, 최초일 가능성이 높다고 라이언은 말한다. 어찌 보면 집단발병에 대한 세계적 ‘스트레스 테스트’인 셈이었다고 한다.

“이중 하나라도 선을 넘게 되면, 특히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선을 넘게 되면 전세계 보건 커뮤니티가 대응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세계 보건 위원회의 로이스 페이스 회장이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올해의 집단발병 사건들은 비교적 잘 억제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집단발병이 멈출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지게 되는 위험요인 중 하나로 R&D 투자 부족을 꼽는다.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세계 안보와 안정성도 위협하게 된다. 집단발병은 국경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FLORENT VERGNES via Getty Images

 

위험 요인 상승

특히 우려되는 전염병의 집단발병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유는 긍정적 발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세계 보건 시스템이 개선되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WHO,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 등 여러 기관들이 집단발병을 트래킹하고 위협의 기록을 예전보다 잘 남기고 있다.

의회에서도 정기 업데이트를 더 자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에볼라 퇴치 기금 요청에 앞장서 온 외교 위원회 소속 에이미 베라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은 민주당의 게리 코놀리(버몬트), 릭 라슨(워싱턴), 존 가라멘디(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함께 첩보수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새로 등장하고 있는 감영성 질환과 유행병의 예상 영향에 대해 국가정보국이 의회에 브리핑해주기를 요구하는 법으로, 7월 19일에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의원들이 예산 책정시 질병의 위협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질병 확산 예방은 우리 국가 안보의 중요한 부분이며, 의회는 이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개선이 이루어진 상태이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베라가 허프포스트에 보낸 성명이다.

그러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집단발병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만은 아니다. 세계에 위험한 병원균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대규모 도시화가 널리 퍼졌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세계적 이동이 늘었고, 생태 요인들이 변했고, 기후가 꾸준히 변하고 있고, 환경을 착취했기 때문에 집단발병의 위험이 집중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동하고 바뀌는 것은 세균이 아니라 인간이다. 달라진 것은 인간과 바이러스의 관계, 인간과 우림과의 관계다.” 라이언의 말이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까이 모여살고 있고, 모여사는 사람들의 수도 늘었다. 때문에 고대한 도심에서 집단발병의 위험도 커졌다.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전파가 쉽다. 낯선 지역에 노출된다거나, 생물들의 서식지를 무시한다거나,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등 환경이 변하면서 인간들은 처음 가보는 곳에서 예전에 접하지 않았던 것들을 접하고 있다.

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CEPI)의 CEO 리처드 해칫 박사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을 보라고 한다. 라사열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콩고 민주공화국에서는 에볼라가 터졌다. 해칫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건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질병들은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불쑥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환경을 찾는다면 폭발할 힘도 가지고 있다. 질병들이 나타나서 퍼질 곳을 찾으며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무섭다.”

이러한 집단발병은 진원지 주민들만을 위협하는 게 아니다. 전세계의 안정성을 뒤흔들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위험에 처한 것은 개인의 생명만이 아니다. 이미 목도했듯이, 전염성 플루, SARS, 에볼라 등의 위기는 보건 시스템과 경제 전체를 파괴하고, 미래의 성장을 늦추고, 심지어 정치적 불안정까지 가져올 수 있다.” CDC의 글로벌 헬스 센터장 레베카 마틴의 말이다. 마틴은 2003년에 SARS 사망자가 800명 발생했으며 비용은 400억 달러가 들었음을 지적한다. 다음 번 세계적 전염병의 비용은 600억 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마틴은 말한다.

“국가별 공공 보건 비상사태 대응 능력이 다른 것은 전세계적 심각한 취약점이다. 다음 전염병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발병할 거라는 건 분명하다.”

ⓒMario Tama via Getty Images

 

R&D가 더 필요하다

에볼라를 진압하기 위해 대규모 전략적 국제 자원과 실험적 백신이 콩고 자유민주공화국 도심지에 동원되었다. 이번 집단발병은 곧 종료가 선포될 것으로 보인다. 총 사망자는 29명이다. 3330명이 백신 접종을 맞았는데, 이 수치는 기록적이라고 WHO가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세계 보건 단체들은 질병 확산과 치사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20000번 이상 추가 방문했다.

이런 집단발병에 맞서고 지역적 수준에서 전국적, 국제적 수준까지 커지지 않게 하려면 이정도의 대량 자원이 필요하다. 에볼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니파 바이러스 집단발병 때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2000명 이상이 자택에 격리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라사열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퍼졌고, 케냐는 리프트밸리열의 숙주로 의심되는 낙타와 염소를 살처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MERS의 클러스터 4곳을 발견했는데, 그중 두 곳은 의료시설이었다.

그리고 지카가 터졌다고 해칫은 말한다.

전세계에 걸쳐, 지카 바이러스가 처음 도달한 지역에서 광범위한 감염율을 보였던 것은 ‘질병 X’의 자리를 대신한 셈이었다고 해칫은 말한다. ‘질병 X’는 목록에서 여덟 번째 분류에 들어가는, 알려지지 않은 병원균이다. 집단발병 전문가들이 보통 가장 우려하는 것이 ‘질병 X’이다. 알려지지 않은 병원균에 맞설 대비를 하고 싸우는 것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널리 퍼진 적은 없었으므로 2016년의 지카 바이러스 집단발병은 질병 X가 안겨줄 진퇴양난과 비슷한 경험이 되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지카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고 해칫은 말한다.

“60일 안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는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가 나온다면, 막는 수단이 생길 때까지 2년 반이 걸린다는 건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이 병들의 백신이 절실히 필요해지기 전부터도 백신 개발 노력은 있어왔다. 2017년에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웰컴 트러스트, 세계경제포럼, 노르웨이와 일본 정부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만든 CEPI는 WHO의 우선순위 명단에 기반해 라사열, 니파 바이러스, MERS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머크는 실험 단계의 에볼라 백신 및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CEPI와 같은 국제 단체가 꼭 필요하다. 해칫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해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질병에 대한 상업적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비싼 신약 개발 투자는 이윤이 남지 않는다.

희귀하지만 재앙이 될 수 있는 병의 집단발병에 맞설 수 있는 약을 개발하지 못하면, 세계에 약이 꼭 필요해진다 해도 몇 년 후에나 얻을 수 있게 된다. CEPI의 계산에 따르면 목록에 있는 알려진 질병 10가지 전부에 대한 백신과 치료법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수십억 달러가 들것이다. MERS, 니파, 라사열을 목표로 모은 돈 6억3천만 달러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보건 전문가들은 패닉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염병과 공공 보건 자금 지원의 사이클을 지적한다. 집단발병 사건이 터져야 자금 지원이 이루어진다. R&D 역시 다르지 않다.

“공공 보건과 R&D가 겪는 문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일은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는 일이란 점이다. 우리가 성공하면 그건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으로선 투자가 왜 중요한지 알 기회가 없다.” 존스 홉킨스 건강보장센터장 토마스 잉글스비 박사의 말이다.

R&D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잉글스비는 요즘엔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어 힘이 난다고 말한다. WHO가 전세계 상황을 보다 잘 평가하고 있고, 집단발병 위협지수가 올라간 것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이러한 질병들은 전세계의 여러 위협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주고, 집단발병이 일어나고, 또다시 등장한다. 에볼라 같은 일이 언제 또 생길지 모르지만, 또 생기고, 또, 또 생기리라는 건 분명하다.” 잉글스비의 말이다.

그리고 집단발병이 터질 때면- 질병에게 국경이란 없다.

“외딴 마을에서 시작된 발병이 미국을 포함한 모든 대륙의 주요 도시에 36시간 안에 퍼질 수 있다는 걸 우린 안다. 서로 연결된 오늘날의 세상에서, 어디에서든 보건 위협이 생기면 그건 세계 전체의 위협이다.” CDC의 마틴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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