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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여객기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에는 '재앙'이다.

초음속 제트기는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허완
  • 입력 2018.07.20 15:44
록히드마틴과 에어리온(Aerion)이 개발중인 초음속 상용 제트기 AS2의 그래픽 이미지. 
록히드마틴과 에어리온(Aerion)이 개발중인 초음속 상용 제트기 AS2의 그래픽 이미지.  ⓒHandout . / Reuters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가 운항을 중단한지 15년 만에, 전 세계 부자 여행객들을 태우고 세계를 누빌 초음속 여객기가 개발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이 상용 제트기는 최대 2000대까지 생산될 것이며, 10여년 내에 운항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기후변화 위험 경고는 이미 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나 ”위대한 미국 정신”의 사례라며 초음속기의 부활을 반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록히드 마틴과 계약을 맺고 소닉붐(초음속 비행기가 내는 큰 소음)을 억제할 수 있는 있는 더 조용한 엔진 개발에 2억4750만 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기후 활동가들은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7월17일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는 차세대 초고속 상용 제트기를 강하게 비판한다.

폭스바겐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스캔들을 밝혀내기도 했던 ICCT는 새로운 제트기의 배출가스가 ”큰 환경 피해”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 연구는 초음속 제트기가 일반 항공기에 비해 연료 소모가 5~7배 많으며, 유엔이 정한 항공기 이산화탄소 배출 한도를 70% 초과한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연구자 중 하나인 대니얼 러더포드는 “다들 우려해야 한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초음속 제트기들이 없어도 전 세계 항공기의 탄소 배출은 2050년이 되면 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더포드는 2050년에는 국내 및 국제선 항공기들의 탄소 배출 규모가 파리 기후협약에서 구상중인 세계 탄소배출목표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는 추산을 봤다고 말했다.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러더포드의 말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개발됐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진은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의 '마지막 비행' 모습. 2003년 10월24일. 퇴역한 콩코드 기체는 현재 영국과 미국 등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개발됐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진은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의 '마지막 비행' 모습. 2003년 10월24일. 퇴역한 콩코드 기체는 현재 영국과 미국 등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Phil Cole via Getty Images

 

새로운 초음속기를 개발중인 붐, 에어리온, 스파이크 같은 미국 스타트업들에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35년까지 미래형 상용기 1000~2000대가 비행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에어리온은 웹사이트 ‘클라이밋 홈 뉴스’에 초음속 제트기 600대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주 작은 규모의 부자에 집중하는 틈새 시장이 될 것이다. 바로 대서양을 넘어가는 비행시간을 몇 시간 절약하기 위해 수천 달러를 쓸 용의가 있는 고객들이다.

이렇듯 잠재적 고객층의 규모가 작다는 데에서 환경 이슈가 부각된다. 브뤼셀의 씽크 탱크 ‘운송과 환경’의 항공분야 디렉터 빌 헤밍스는 이렇게 말한다. “ICCT 보고서는 몇 대 안 되는 항공기도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걸 보여준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중 0.1%의 비행시간이 아주 조금 줄어드는 대가로 환경을 해치는 것이 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인가?”

헤밍스는 보다 직설적인 말도 했다. “인구의 극소수가 그저 빨리 이동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이것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면제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개발됐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진은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가 르 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 첫 날 '마지막 착륙'을 하는 모습. 2003년 6월14일.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개발됐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사진은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가 르 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 첫 날 '마지막 착륙'을 하는 모습. 2003년 6월14일.  ⓒSTR New / Reuters

 

저조한 승객 숫자와 높은 비용 때문에 콩코드 여객기의 운항이 중단된 2003년을 끝으로 초음속 여객기의 상업 비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파리에서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가 이륙 직후 추락해 113명이 사망하는 사고는 콩코드 운항 중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귀를 찢을 듯한 소닉붐과 이륙 소음에 대한 대중의 우려에다 이산화질소 오염,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이미 제기되고 있다.

초음속 제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기체가 더 무겁고 이륙하고 음속을 넘어서는 데 더 많은 연료가 들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같은 배출가스는 일반 항공기 운항고도의 약 두 배 높이인 상공 60000피트에서 뿜어져 나오게 된다. 지표면에 닿는 햇빛과 우주로 반사되어 돌아가는 에너지의 균형을 복사강제력이라 하는데, 초음속 제트기의 배출 물질은 복사강제력에 영향을 주어 지구온난화를 크게 높인다.

ICCT 보고서에는 이러한 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담겨있다.

세계자연기금(WWF) 미국 부지부장 브래드 섈러트는 “미래의 안전한 기후를 위해서는 이번 세기 안에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초음속 제트기가 일반 비행기보다 5~7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은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을 출발한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가 2003년 10월23일 영국 런던에 착륙하는 모습. 
미국 뉴욕을 출발한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가 2003년 10월23일 영국 런던에 착륙하는 모습.  ⓒReuters Photographer / Reuters

 

국제 항공업계는 배출가스가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원천 중 하나다. 이 분야는 2015년에 약 8억500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이는 독일 전체의 배출량과 거의 비슷하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항공기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복사강제력을 고려하면 지구온난화의 기여도는 5%로 올라간다.

그러나 초음속기에 대한 의미있는 세계적 배출 규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새 비행기의 프로토타입이 시험을 거쳐 생산될 때까지 규제가 도입될 것 같지도 않다.

헤밍스는 그 때는 너무 늦을 것이라 말한다. “제조회사들은 이제 트럼프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EU로 비행할 수 있도록 연방항공국(FAA)의 인증을 받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그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비행기의 이산화탄소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ICAO가 이 규제를 통해 초음속기의 운항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조회사들의 데이터가 없이 초음속 제트기 규제 수준을 정할 수는 없다. 초음속 제트기에 대한 지지가 고조되고 나서야 관련 데이터가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헤밍스는 “ICAO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제조회사들은 서두르고 있다. 제조회사들은 ICAO가 작업을 마치기 전에 운행을 시작하길 원한다.”

2001년 11월7일, 영국항공과 에어프랑스의 콩코드가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운항 재개 기념 행사를 갖는 모습. 콩코드는 2000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추락사고 이후 운항을 전면 중단했었다.
2001년 11월7일, 영국항공과 에어프랑스의 콩코드가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운항 재개 기념 행사를 갖는 모습. 콩코드는 2000년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추락사고 이후 운항을 전면 중단했었다. ⓒReuters Photographer / Reuters

 

지난 주에는 초음속 제트기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충돌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미국이 초음속 제트기 도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글로벌 소음 기준을 낮추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콩코드의 소닉붐과 이착륙 소음이 너무나 심하자 1973년 미국 연방항공국은 미국 영공의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

세계공항협의회(ACI)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데이비드 화이틀리는 “전세계 공항들은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손잡고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것은 계속되어야 하며, 항공업계도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발 중인 초음속 제트기가 일반 항공기보다 더 시끄럽거나 환경오염을 더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허프포스트에 전했다.

초음속 제트기보다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비행기, 물과 이산화탄소로 만드는 저탄소 연료 등의 혁신 테크놀로지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섈러트는 주장한다.

녹색 사업가를 자처하면서도 초음속 제트기를 지지하는 이들(초음속 제트기의 부활을 ‘넥스트 빅 씽’이라며 지지한 리처드 브랜슨을 생각해 보라)에 대해서 섈러트는 “항공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입으로 두말을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Supersonic Jets For The Ultra Rich Could Be A Climate Change Disast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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