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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9일 17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19일 17시 38분 KST

40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선택한 사우디 여성 운전자들의 이야기

"으르렁거리는 소리 때문에 이 차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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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내 드림카를 살 겁니다. 머스탱, 컨버터블 머스탱. 노랑에 검정색으로요. 제가 응원하는 축구팀 알-이티하드 색깔이거든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한 직후, 올해 64세인 사하르 나시에프는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스탱. 컨버터블. 노란색과 검정색의 조합. 그의 ‘드림카’는 구체적이었다. 

영문학 교수로 일했던 나시에프는 20여년 전 미국 유학 시절 머스탱과 사랑에 빠졌다. 강력한 엔진, 우렁찬 배기음, 그리고 조랑말 로고까지. 머스탱은 야생마 같은 ‘상남자’ 스타일의 미국 머슬카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스포츠카 중 하나다. 여성 운전 금지가 폐지되기 전까지 그에게는 말 그대로 ‘드림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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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들이 시뮬레이터로 운전 연습을 하는 모습. 2018년 6월12일.

 

나시에프는 사우디 여성운전 허용을 촉구하는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26일, 내 친구를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경찰차가 나를 세웠다. 경찰차 6대가 더 왔다. 나한테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묻기 시작했다. (...) 그들은 내 차를 가져갔고 1주일 뒤에 찾아와야 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게 통했다. 마침내 우리는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꿈 같은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BBC 트위터 계정에 이 인터뷰가 소개되자 머스탱을 생산하는 포드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당신의 드림카를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머스탱사하르 #사우디여성도운전할수있다”

 

약속은 현실이 됐다. ‘사우디가제트’에 따르면 지난 9일 제다에서 포드 현지 딜러사 주최로 열린 특별 행사에서 나시에프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드림카를 전달 받았다. 트리플 옐로우 색상의 2018년식 포드 머스탱 GT 컨버터블이었다. 검정색 19인치 휠과 검정색 뱃지, 검정색 리어 스포일러와 검정색 시트가 추가됐다. 그렇게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검정·노랑 조합의 특별한 머스탱이 완성됐다. 

나시에프는 ”나는 머스탱을 완전 사랑한다.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 차를 렌트했던 그 순간부터 나는 내 머스탱을 갖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시트도, 모양도, (엔진의) 으르렁 대는 소리도, 이게 컨버터블이라는 것까지도. 나는 이 차의 모든 걸 사랑하며, 그건 지금도 그렇다.”

 

나시에프는 ‘스포츠카’를 선택한 사우디 여성들을 조명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흥미로운 기사에도 소개됐다. 이제 그는 자신의 드림카로 제다 시내를 질주한다. 16명의 손주들에게 한 번씩 드라이브를 시켜주기도 한다. 물론, 덥더라도 차의 뚜껑(소프트탑)은 꼭 열어야 한다. 사람들이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나시에프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때문에 이 차를 사랑한다”고 WSJ에 말했다. ”스포츠카를 타는 여성이라서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안 될 게 뭔가? 솔직히 말하면 심지어 우리가 남성들보다 훨씬 훌륭한 드라이버다.”

 

WSJ 기사에는 스포츠카를 선택한 또다른 여성이 등장한다. 아우디 딜러회사에서 근무하는 23세 여성 사미아 웨헤바는 ’400마력짜리′ 스포츠세단 아우디 RS3를 구입했다. 젊은 남성들의 드래그레이스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종류의 차다. 그는 ”특히 이 나라에서 이 차는 남자들의 자동차”라고 말했다.

그가 동료들에게 RS3를 산다고 했을 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웨헤바는 ”다들 나에게 노란색 (소형 SUV) Q2를 사라고 했다”고 말했다. 너무 ”귀엽다”며 Q2를 일축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노란색 Q2나 탈 여자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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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소형 SUV Q2.

아우디가 사우디 여성 운전 금지 폐지를 기념해 제작한 영상.

 

WSJ은 자동차 딜러들의 예상과는 달리 사우디 여성들이 ”으르렁” 대는 스포츠카나 대형차를 많이 찾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많은 자동차 전시장들은 6월24일 여성 운전 금지 해제에 맞춰 여성 영업사원을 고용하는 한편 여성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여겼던 차량들을 출시했다. 그들은 대개 밝은 색상의 저렴한 세단들과 소형 SUV를 준비했다.

슈퍼-럭셔리 자동차 메이커 롤스로이스에서는 체리-레드 색상의 던(Dawn) 드롭헤드 쿠페를 비롯해 미래의 여성 고객을 위해 커스터마이징 된 차량들이 준비됐다. 정통세단 고스트(Ghost)는 (핑크빛) 로즈 쿼츠 색상에 검정색과 별빛 천장으로 마감된 차량이 마련됐다.

아우디의 경우, ”우리는 여성들이 작은 엔진을 단 소형차로 시작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제다의 여성 영업사원 타그리드 알 숌라니가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큰 엔진을 단 큰 차를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7월18일)     

Rolls-Royce
'로즈 쿼츠' 색상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나시에프는 운전을 할 때 한 손은 운전대에, 다른 한 손은 경적 위에 올려둔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거나 운전 도중 휴대폰을 쓰는 남성 운전자를 발견하면 곧바로 ‘응징’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보이면 나는 ‘빵 빵!’ 경적을 울린다.” 나시에프의 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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