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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만큼 달콤한 맥주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이야기

맥주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 김주현
  • 입력 2018.07.20 17:53
  • 수정 2018.07.20 17:56
ⓒhuffpost

광활한 다양성 위에서 항상 변화하는 술, 맥주

보통 맥주는 시원함과 가벼운 청량함으로 상징되곤 한다. 뜨거운 여름날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시는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맥주는 격한 운동후 지친 몸이나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퇴근길에 생동감을 주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술은 각 주종에 따라 어떠한 감성과 낭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가 내리는 날은 막걸리에 파전이 땡기고 탁 트인 바닷가에는 해산물에 소주가 땡기는 것 처럼.

맥주의 가장 멋진 점을 꼽으라면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는 원동력이라고 하겠다.

단순히 “다양성”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거대하고 위압감이 들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계보를 갖고 있다. 사진처럼 맥주의 수 많은 갈래들은 서로 얽혀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왔으며 지금도 그 종류는 시대의 유행에 맞추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탄생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ussian Imperial Stout)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제정 러시아로 가던 고된 길 위에서 태어난 술

앞서 글에서 인디아 페일에일(IPA)의 기원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인도를 지배중이던 영국에서 식민지 체류중이던 자국민을 위한 물품을 보내는 과정에서 선박을 이용한 운송중 변질/산패되기 쉬운 맥주의 보관을 용이하기 위해 쌉쌀한 맛이 나는 홉(Hop)을 다량으로 넣는 과정에서 쌉쌀한 맛이 특징인 IPA가 탄생되었다는.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역시도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스타우트는 18~19세기, 영국을 출발하여보내지던 제정러시아의 수도인 상트 페테르 부르크(St. Petersburg)에 보내지던 스타우트(Stout : 로스팅을 한 맥아로 양조하여 검은 빛이 도는 맥주, 일명 “흑맥주”라고 통용된다.)로부터 시작된다. 영국에서 시작하여 인도로 가는 뱃길 만큼이나 영국발 러시아행 뱃길도 힘들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서쪽 항구도시였던 상트 페테르 부르크까지 가려면 춥고 험난한 북해와 발트해를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도 그 당시의 수송능력과 시간을 감안하면 변질되기 쉬운 컨디션이었을 것이다.

결국 변질을 막기 위해 IPA에서처럼 홉(Hop)을 다량 넣게 되었고, 결빙을 막기 위해 맥아(Malt)를 다량 넣게 되었다.

맥아는 맥주의 제조공정에서 단 맛과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데 관여하는 재료인데 결국 홉의 영향으로 쓴 맛이 강해지게 되었고 맥아의 영향으로 단맛이 생겼으며 알코올 도수는 높아지게 되었고 그 도수는 9~10%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진하고 강한 매력적인 변형된 스타우트 맥주는 러시아 황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점차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를 잡아 러시아 황실을 위한 맥주라는 뜻으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ussian Imperial Stout)라고 불리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통상적으로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흔히들 알고 있는 라스푸틴 황제 이후 제정 러시아는 쇠퇴의 길을 걷다 결국 몰락하게 되었고 수요가 줄어든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입지는 좁아지게 되었고 그렇게 명맥이 끊기는가 싶다가 다시 부활하게 된다.

냉전시대 소련의 붕괴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다시 부활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제정러시아의 몰락을 시작으로 갈 길을 잃더니 냉전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에는 미국에서 부활한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되던 시절은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시장의 성장시기와 일치한다. 다양한 맥주가 만들어지던 창의성의 시대에 차갑고 가볍게만 즐기던 전형적인 그 당시 미국맥주에 사람들은 질렸으리라 생각된다. 그 상황에서 초콜릿이 느껴지는 달큰한 맛 뒤로 묵직하며 강한 힘이 느껴지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미국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요즘에 들어서는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붙은 “Imperial”도 맥주의 장르를 나타내는 대명사가 되었다. 다량의 몰트가 사용되거나 배럴통에 넣어서 2차로 숙성을 시킨다던지 고도수의 강하고 센 느낌의 강렬한 맥주에 “Imperial”이 붙어 통용되고 있다. 예를들면 10%에 가까운 IPA를 Imperial IPA(임페리얼 IPA)라고 부르는 식으로.

처음에도 이야기 했듯이 맥주의 스타일은 다른 스타일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고 서로 영향을 주며 항상 변하고 있다. 달콤하면서 진하고, 묵직하지만 벨벳처럼 결이 고운 질감이 입 속을 감싸는 임페리얼 스타우트 한 잔을 추천해본다.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Imperial Stout 3종류

1. 올드 라스푸틴 (Old rasputin)

미국 North Cost Brewing Co. / ABV 9%

미국 노스 코스트 브루잉 컴퍼니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 일반적인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비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매력이 강한 편이며 단맛 역시도 질척이지 않아서 처음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접하는 분에게 추천할 만하다. 대형마트를 비롯해서 구할 수 있는 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2. 코코아 사이코(Cocoa Psycho)

영국 Brewdog Brewing Co. / ABV 10%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훌륭한 브루어리, 브루독의 제품. 쌉쌀한 에스프레소와 카카오닙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훌륭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헤드의 지속력도 굉장히 좋은 편이라 풍부한 풍미를 즐기며 마시기에 괜찮은 맥주이다.

3. 프래리 밤(Prairie Bomb)

미국 Prairie Artisan Ales / ABV 13%

13%라는 강렬함은 마시는 순간 부드럽게 녹는다. 물리지 않는 깔끔한 초콜릿 향이 물씬 나고 질감또한 부드럽다. 칠리가 들어가서 깔끔하게 아주 미묘하게 맵싸한 끝 맛의 마무리가 환상적이다.

* Pairing TIP : 독보적인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페어링, ‘초콜릿’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카카오닙이나 초콜릿, 커피빈등을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정의 특성상 점도가 있는 편이며 거품 역시도 풍성하게 올라온다. 쌉쌀한 IPA에는 기름진 음식이, 새콤한 람빅에는 치즈가 어울리듯 임페리얼 스타우트에는 독보적으로 초콜릿이 페어링 안주로 가장 사랑받고 있다.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그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미지근한 물로만 맥주를 먹는 사람들도 있다.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넣고 맥주를 흘려넣고 녹이는 그 환상적인 맛. 임페리얼 스타우트, 그리고하는 초콜릿과 함께 달콤한 주말저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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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초콜릿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