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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생(年生)을 알면 보이는 것

ⓒ울림엔터테인먼트
ⓒhuffpost

모든 것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들 한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 예술가’ 같은 신화는 흥미롭고 매력적이긴 해도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티스트가 몇 년생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작품이 어떤 양분을 먹고 자랐는지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작가의 생년을 외우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언제나 비치 보이스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을 것만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 아버지와 동갑인 49년생이란 걸 알고 놀라기도 했고, 에릭 클랩튼과 현철이 45년생 동갑이라는 데에는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58년 개띠 동갑인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60~70년대 대중음악을 흠뻑 빨아들였을 것이다. 예외도 있는데, 83년생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재즈 뮤지션 친척이 많아 자기 세대에 비해 오래된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때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자리에 오른 젊고 잘생긴 그를 보며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트럼프와 클린턴은 사실 46년생 동갑이다. 하지만 취임 시기 기준으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이다. 그 이전의 최고령 대통령은 재선 때의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11년생인 레이건은 81년부터 89년까지 재직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만난 뒤 돌아가는 비행기 기내 인터뷰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건에 대해 ”대선 유세 중에 ‘대통령 되면 우리 아들 유해를 되찾 게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아들이 한국전에 참전한 부모라면 대체 몇 년생일까? 그들이 트럼프 유세에 찾아와 유해 송환을 부탁했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쉽게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역시 생년을 확인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나저나, ‘건강상 이유‘로 잠시 활동을 중단한 걸그룹 러블리즈의 96년생 멤버 ‘진(JIN)’의 쾌유를 빈다.

*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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