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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8일 15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18일 15시 29분 KST

기무사 개혁의 본질

뉴스1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기무사 문건 관련 긴급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작년 3월 촛불집회 당시 작성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등장하는 부대의 지휘관을 소집해 문재인 대통령 지시와 관련한 사항들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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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으로는 기무사의 방첩 기능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정보, 대전복 임무 등의 핵심 기능을 해체한 후, 그 지휘권을 합참 정보본부에 귀속시키는 개혁 방안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처음으로 검토되었습니다. 1999년에 군에 난립하던 정보 부대를 합참 정보본부로 지휘권을 일원화하는 대개혁이 추진되었습니다. 기무사도 처음에는 그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기무사에는 통수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역대 정권마다 집권 초에 기무개혁을 검토했지만 대통령 보좌기능이 있는 이 부대를 손대지 못했습니다. 제가 언론인 시절에 취재 차 만난 한 기무사령관은 “도무지 개혁을 하려해도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며 털어놓습니다. 개혁을 하려고 하면 장성급 처장들이 사령관실에 들어와서 “통수기능은 손대면 안 된다”며 경고하더라는 것입니다.

그 통수기능이라는 게 뭔가? 군의 쿠테타 방지라는 일명 ‘대전복 임무’ 수행을 위해 장교들의 동향을 관찰하고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절대 충성의 차원에서 각종 정치 및 민심 동향까지 넘보게 됩니다. 군 정기인사 기간이 되면 장교들의 존안자료까지 청와대에 제공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탈이 기무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그걸 필요로 하는 정치권력에게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무사 보고를 받아보면 달콤할 뿐만 아니라 유용합니다. 군인을 줄 세우고, 군 통수권을 사유화하려는 정치권력일수록 기무사의 존재는 더더욱 달콤합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가 정보기관의 정보를 독점하지 않으면 된다”며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보고를 폐지했습니다. 물론 그 효과도 매우 컸지만 대통령 보좌 기능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절반의 개혁이었습니다. 그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기무사는 과거 권력기관으로 부활했습니다. 이것이 최근 폭로된 기무사의 각종 문건에 드러난 정치 지향성이라고 할 것입니다.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폭로에 이어 향후 개혁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논의 방향이 “기무사 해체는 아니다”라는 걸 전제로 “기무사 인력을 30% 줄인다”, “기무사를 외청으로 독립시킨다”는 내용들입니다. 이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줄인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가?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입니다. 일단 청와대가 “대통령 보좌를 위해 기무사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리면 그 자체로 수요가 없어지니까 개혁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겁니다. 그것이 시작이어야 합니다. 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청와대에 이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기무는 칼날에 불과하고, 정치권력이 칼자루입니다. 개혁의 핵심은 칼을 휘두르는 칼자루에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 기무는 그대로 존치시킨다”면, 이건 개혁이 아닙니다.

작금의 문건 파동이 겨우 그런 가짜 개혁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면 저는 결연하게 반대할 것입니다. 방첨과 보안은 600명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정상적 사고를 가진 장교라면 더 이상 쿠테타를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4200명을 유지하는 데는 기무 자체 이익보다는 정치권력의 이익이 있습니다. 계속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30% 줄여도 그 독성은 그대로 보존됩니다. 역대 정권마다 개혁이 실패한 책임의 당사자는 정치입니다. 이걸 바꿔야 합니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