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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같은 성(姓)을 쓰게하는 일본 민법 규정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7월 18일, 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 강병진
  • 입력 2018.07.19 14:55
  • 수정 2018.07.19 15:04

일본의 민법은 결혼한 부부가 같은 성(姓)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부는 혼인 시 정해진 바에 따라 남편 혹은 아내의 성을 사용한다.” 일본 민법 750조는 남편 혹은 아내의 성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96%이상이 남편의 성을 따른다. ‘부부동성(夫婦同姓)규정’이 만들어진 건, 메이지 시대였다. 벌써 100년 이상이 지났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원래의 성을 쓰고 싶어하는 부부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결혼을 인정해주지 않자, 아예 사실혼 관계를 선택했다. 7월 18일, 이에 대한 재판이 도쿄 지방 법원에서 시작됐다. 일본 민법의 ‘부부동성’ 규정은 ‘법 아래 평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와 지자체를 고소해 이뤄진 재판이다. 이들은 부부별성을 원한 탓에 혼인신고가 거절된 사람들이다. 도쿄와 히로시마등에 살고 있는 이들은 각지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판에 참여한 원고는 현재까지 10명이다.

 

“21세기 전에는 법이 바뀔 줄 알았다”

ⓒYAGI STUDIO

7월 18일, 도쿄 지방 법원에 출석한 부부는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어느 대학교수 부부였다. 이들은 “부부별성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법적인 결혼을 하지 못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사실혼 경력은 30년이 지났다.

이들은 함께 살기 전부터 각자 논문을 발표해왔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부부동성 규정을 따르게 되면 자신의 이름이 바뀌게 되면서 그동안 논문발표로 쌓아온 실적이 자신의 것으로 간주되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성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두 사람은 “아무리 늦어도 21세기 전에는 법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1세기가 된 후에도 법은 바뀌지 않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의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움직이려하지 않습니다. 진전없는 개혁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재판에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서류상의 이혼’을 결심한 부부

하치오지시 거주 부부 중 아내
하치오지시 거주 부부 중 아내 ⓒYURIKO IZUTANI / HUFFPOST JAPAN

8월에는 도쿄 지방법원 타치카와 지부에서도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다.

하치오지시에 거주하는 이 부부도 지난 10년 간 사실혼 관계로 살았다. 이들은 처음 부부동성규정을 따르며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이들이 우려한 건, 상속문제에서의 불이익이었다. 결국 첫째딸이 태어나고 3개월 후, 이들은 서류상의 이혼을 했다.

두 사람은 “부부별성이 대등한 부부관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들이 받을 수 있는 부양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추가로 세금을 내야할 일도 있다. 또한 아이를 위해 처리해야할 행정 절차 또한 까다롭다고 한다.

부부는 둘째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임신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입양을 생각했지만, 입양기관에서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에게는 입양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 재판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년전, 일본 최고재판소의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2015년, 민법의 부부동성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부부동성규정은 이미 사회에 정착한 제도이며 가족의 성을 하나로 정하는 건 합리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그때도 판사 15명 중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재판장은 보충의견을 통해 “국민적인 논의와 민주주의적인 과정을 통해 폭넓게 검토해가는 것이 합당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에서의 논의를 촉구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2018년 2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선택적인 부부별성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42.5%였다. 사상 최고의 기록이었다. “성이 달라도 가족의 일체감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64.3%였다.

또 오는 2018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를 표명한 노다 세이코 일본 총무상은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을 호소하겠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사카키 바라 변호사와 10명의 원고 중 한 명인 시라이시 마사미씨
사카키 바라 변호사와 10명의 원고 중 한 명인 시라이시 마사미씨 ⓒYURIKO IZUTANI / HUFFPOST JAPAN

이번 재판을 이끄는 사카키 바라 변호사는 “부부별성제도 도입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시민들이 조속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일본판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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