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근혜의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기획"이 문재인 정부의 골칫거리로 남은 이유

한탄스럽다

  • 박세회
  • 입력 2018.07.17 16:05
  • 수정 2018.07.17 16:31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지배인과 여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기획이었다는 점이 점점 확실해 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2016년 4월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지배인과 여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한 것. 이 사건은 그 규모도 놀라웠지만, 정부가 탈북자들의 심경을 전하고 이들의 이동 장면을 찍은 사진을 통일부가 언론에 공개해 더욱 이례적이었다. 

당시 통일부가 언론에 배포한 사진. 
당시 통일부가 언론에 배포한 사진.  ⓒ통일부

당시 세계일보는 아래와 같이 전했다. 

정부는 그동안 해외에서 탈북자 발생 시 관련국과의 외교 관계, 탈북자 본인 및 북한 내 가족의 안전 등을 감안해 조용한 외교를 전개했다. 일부 외신 보도나 국내 민간단체의 제보로 탈북자 발생이 알려졌을 때도 정부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기자들에게 비보도나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한 뒤 관련 사건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탈출극을 공개했다. -세계일보(2016년 4월 10일)

이 사건을 두고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TV’는 이들을 예수를 로마 병정에게 팔아넘긴 ‘가룟 유다’에 비유하며 ”인간쓰레기”라 비난했으며, 탈북자들의 사진과 실명을 일일이 열거하며 비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이들의 안위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탈북 사실을 널리 알렸을까?

당시는 김정은 체재의 북한이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2월 7일에는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려 핵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 박근혜 정부는 강경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당성이 강한 북한의 국외 인력인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선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였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전한 탈북자 7명의 심경을 보면 이런 속내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탈북자 1 : ”최근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되었다.” 

▲탈북자 3 ”해외 체류시 한국 TV 및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점차 인지하게 되면서 한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 -뉴시스(2016년 4월 10일)

선전의 목적도 확실했다. 이들이 탈북한 시점은 4월 13일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엿새 앞둔 때였다.

이 ‘집단 탈북’이 정부의 기획이었음을 밝히는 결정적 폭로는 2년이 조금 더 지난 2018년 5월에 나왔다. 당시 류경식당의 지배인으로 12명의 종업원을 데리고 탈출한 허강일 씨가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국정원에 속았다”며 ”여 종업원 12명은 어디로 가는 줄 모르고 따라왔다. 우리는 총선 승리를 위해 기획된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아래 계속)

ⓒJTBC/captured

허씨는 이어 7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종업원들을 데리고 오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해 한국에 들어왔으나 (국정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10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한편 허씨의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점이 있었다. 17일 연합뉴스는 이 사건의 초기 상황을 국정원이 아닌 국방부 직할 정보사령부가 주도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취재원의 설명을 보면 ”정보사 요원이 허씨를 회유·협박해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류경식당에서 나오도록 한 뒤 미리 준비한 교통편으로 상하이로 이동히켰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후 이들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한다. 

전 정권에선 칭찬을 받아 마땅했던 일이 정권이 바뀌면 치부가 되기도 한다. 연합뉴스는 정보사와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인 자체적인 조사에서 ”서로 상대측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 떠밀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탈북사건관 관련한 정보사 관계자가 이 건을 내세워 정부에 표창을 신청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한 일도 있다고 한다. 

식당을 차려주겠다는 정부 기관과 북한 식당 매니저 사이의 거래 그리고 이 거래 실패로 인한 분풀이보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들의 안전과 자유의사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에 등장한 한 종업원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왔다”며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말 역시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에 대해 ”언론이나 유엔 무슨 기관에서 물어보면 그들은 당연히 멋모르고 왔다고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북한 가족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신분 노출돼 불쌍한 애들 자꾸 들쑤셔서 자기 의지로 왔냐고 물어보는 인간들도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북에서는 이들의 탈북은 애시당초 ‘납치‘라 규정하고 ‘보내라’는 입장이라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이다. 오는 8월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문제 등과 연계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주성하 기자는 같은 페이스북 포스팅에서 ”박근혜 정부가 더럽게 싼 똥을 이 정부에서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인들이 나서서 영문도 모르고 숟가락을 얹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탈북자 #집단탈북 #류경식당 #집단탈북사건 #주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