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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6일 18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16일 18시 26분 KST

정말 '박근혜 정권 평균보다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일까?

직접 계산해봤다

huffpost

2019년 최저임금인상안이 발표했다. 작년보다 10.9%, 820원이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폭의 인상이다. 첫 번째는 16.4%가 오른 지난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노사 양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노동계 측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며 비난했고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극심한 타격을 주는 인상률이라며 반대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성명을 발표하며 ”외형상 두 자릿 수 인상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효과는 한 자릿 수에 불과하고 그 수준도 역대 최악”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이번 최저임금 결정안이 ”박근혜 정권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감옥에 있는 박근혜가 비웃을 수준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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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큰 틀에서는 민주노총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최저임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급여 기준이 기존에는 기본급만 해당됐다가 내년부터는 상여금과 복리후생금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최저임금법의 근거가 되는 산입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상여금과 복리후생금을 지급받는 일부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이 효과를 적용하면 실질 인상률은 2% 대에 불과하다며 이게 ‘박근혜 정권 평균보다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에 공식 보고한 ‘산입범위 확대 시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에 의하면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 이익이 감소할 수 있는 노동자의 실질 인상효과는 10%를 인상할 경우 실질 인상률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딱 그렇게 되었다.” - 민주노총 성명서 중

그런데 정말 임금인상 폭이 박근혜 정부보다도 못한 수준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먼저 민주노총이 근거로 내세운 것은 민주노총이 작성한 ‘산입범위 확대 시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민주노총이 분석한 ‘실제 인상률’은 9.8%다. 민주노총은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삭감 효과가 1.1%p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성명서에 내세운 2.2%와는 거리가 있다.

 

민주노총

 

‘실제 인상률 2.2%’는 전체 노동자가 아닌 산입범위에 큰 영향을 받는 일부 노동자를 근거로 산출했다. 민주노총의 설명에 따르면 7,530원 이하 노동자 중 최저임금법 개악에 따른 새로운 산입임금이 7,530원을 초과하면서 소득분위 1∼3분위에 속하는 노동자 19만 7천 명이 그 대상이다. 여기에 ”통상적인 임금인상 없이 최저임금 위반을 면하기 위한 인상률만을 고려한”이라는 또 다른 조건이 붙는다.

 

민주노총

 

다시 풀어서 쓰자면 기본급이 157만3770원 이하면서 실제 월급이 157만3770원 ~ 253만820원인 노동자가 ”통상적인 임금인상 없이 최저임금 위반을 면하기 위한 임금 인상”만을 얻어낼 경우 2.2% 상승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이 대상이 19만 7천명이라고 했다. 전체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 241만 8천명 중 8%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주장을 전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이번 최저임금 10.9% 인상이 ‘박근혜 정권 평균 7.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주장한 2.2%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 전체 노동자에게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두 해 동안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약 9%다.

 

 

민주노총은 또 이 보고서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인해, 31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의 노동자들은 2019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수혜자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노동자 중 500만명이 최저임금 대상자가 되어야 하지만 산입범위의 조정으로 460만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대상자(최저임금 영향률)는 2016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5년엔 267만명(전체 노동자의 11.6%)였던 적용대상자는 2016년 342만명(18.2%)으로 늘더니 2018년에는 462만여명(23.6%)이 됐다. 이제 전체 노동자의 1/4정도가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 것이다.

한국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미국(2.7%) 프랑스(10.6%) 일본(1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산업 구조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노총의 주장과는 다르게 산입범위 확대 이전에도 계속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게 받았던 노동자들의 임금은 제대로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OECD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인건비의 빠른 상승은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으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이례적으로 최저임금에 큰 불만을 품으며 회의 참석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그 자체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무너져가는 제조업을 다시 세울만한 혁신이 있지 않는 한 소득주도성장은 기반없이 세운 성에 불과하다는게 그 내용이다.

굳이 ‘박근혜‘를 거론하며 데이터를 왜곡하지 않아도 ‘노사정’의 한 주체로서 민주노총이 정부에 촉구해야 할 과제는 충분히 많다. 마찬가지로 노사정의 주요 당사자로서 민주노총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그렇게 해야할 만큼 한국 경제가 위기에 서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