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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남자 검사 점오야" 성차별 대책위가 주요 보직에 여성 30%를 권고하는 이유

선순환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발표하고 있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발표하고 있다.  ⓒNews1

법무·검찰조직 성희롱 성범죄 대책위의 전수 조사 결과가 충격을 던지고 있다. 법무·검찰 여성구성원의 61.6%가 성적 침해행위가 있었다고 털어놨고, 업무에 있어서 차별받고 있다는 답변은 85%에 달했다.

성범죄대책위는 지난 3월부터 전국 12개 검찰청 기수별 여검사 55명을 비롯해 여성수사관·실무관 및 교도소, 보호관찰소, 출입국사무소, 법무부 본부 소속 직원을 상대로 총 24회 간담회를 실시하는 한편, 법무·검찰 내 여성구성원의 90.4%(8194명 중 7407명)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15일 성 관련 고충사건을 처리할 법무부장관 직속 담당기구 설치 및 전담담당관 신설과 법무·검찰 주요 보직에 여성검사를 30%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고등검사장이 전무하고 검사장도 단 1명에 그치는 등 고위급 검사 진급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자세한 조사 결과와 권고 사항은 아래와 같다. 

◇61.6% ”성적 침해 당해봤다”

조사에서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의 발생율이 61.6%로 집계됐다. 임용 후 3년 이하의 직원들 경우에도 4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약자인 신입 여성직원들을 상대로 성범죄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대책위의 전수조사에는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가 일상적으로 발생해온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적 라인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대부분 묻혔다.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단 3차례 회의를 통해 18건의 고충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응답자들은 성희롱·성범죄에 노출당하고도 신고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로 △보고체계의 복잡함 및 담당자의 전문성 결여 △신고해도 은폐되는 구조와 감찰에 대한 불신 △제대로 처리된 전례가 없음을 지적했다.

대책위 전수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3%가 ”달라질 것이 없어서”라고 답해 현행 성관련 고충처리 기관·절차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이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등 2차피해 우려 등이 뒤를 이었다.

대책위는 ”사람을 추적하는 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인 검찰에서 성희롱 등 피해발생 시 특히 빠른 소문의 유포가 가능하여 피해자 신상누설과 2차피해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범죄대책위는 이같은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무부에 장관 직속의 담당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처리절차도 일원화하고 관련 사건 조사를 전담할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의 전문인력 충원을 건의했다.

또한 대책위가 이미 제안했던 ‘성평등위원회’가 감독권을 갖고 법무·검찰 내 성 관련 고충사건 처리 과정과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평등위원회에는 외부전문가가 70% 이상 참여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 성별 균형도 갖춰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소문유포·인사불이익 등의 2차피해 방지를 위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지침의 개정과 행동수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고충사건 신고·접수사건 정보 및 자료 접근권한 최소화 △접근권한 위반시 엄정한 징계조치 △피해자 및 조력자의 신상, 소속, 직위 등 익명화 △소문유포, 집단따돌림, 인사불이익 등 2차피해 유발행위 및 은폐 관련자 징계규정 명문화 △내부망을 통한 피해자 정보수집 금지 행동수칙 마련 △피해자 관련정보 취득 등 2차 가해행위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을 제시했다.

 

ⓒNews1

◇여성고등검사장 전무...”넌 남자 검사 점오야”

성범죄대책위는 성고충 처리와 더불어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권고안도 별도로 제시했다. 여성구성원이 낮은 직위에 머물러 차별과 인식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인식에서다.

전체 검사 2158명 중 여성검사는 650명으로 30.1%에 달하지만 대검 검사급 이상은 검사장 1명, 차장검사 2명, 지청장 1명, 부장검사 25명, 부부장검사 23명 등 5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598명의 여성검사는 모두 평검사이고 고등검사장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여성수사관·교정직·보호직·출입국 역시 대동소이 하거나 오히려 고위직 여성비율이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기울어진 현실이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공고히 악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대책위 전수조사 결과, 법무·검찰 내 여성구성원의 54%는 성희롱·성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성차별적 조직문화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적극적 문제제기 대신 사건무마를 택하는 이유로 67%가 ‘근무평정, 승진, 부서배치에 부정적 영향‘을 꼽았다. ‘조직에 부적합한 인물로 취급당할 수 있기에’ 등 직장 내 따돌림을 우려하는 답변은 74%에 달했다.

응답자의 절반(50.9%)은 근무평정, 업무배치, 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는데, 여성 검사 중 85%가 이같이 답한 것으로 나타나 검찰에서 성차별 문화에 대한 불만이 두드러졌다. 여성검사의 82.3%는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도 답했다.

성범죄대책위 간담회에서는 상급 남성검사가 ”넌 남자검사의 0.5(점오)야” ”여자니까 너는 성폭력 사건이나 담당해” 등 성차별 인식을 담은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핵심보직에 보내지 않거나 육아휴직 후 인사불이익 등 사례도 적발됐다.

이같은 성차별 문화의 고질적 문제는 고위직 검사로 올라갈수록 남성이 득세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왜곡된 성 인식에 제동을 걸거나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을때 후배 여성직원들을 대변할 고위직 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성평등정책담당관과 성희롱등고충담당관 배치와 더불어 법무·검찰 내 각 소속기관별 인사, 예산, 감찰 담당 등 주요 보직에 여성 우선 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에 대해 여성검사 비율 30% 달성과 인지부서와 비인지부서의 인사평정 분리, 여성검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형사부 출신의 검사장 등 주요보직 비율의 평등한 확보를 권고했다.

아울러 향후 3년 내 승진자 비율을 여성비율만큼 달성하도록 해야 하며,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배격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조직운영 및 제도 확립도 권고했다.

대책위는 5차례 걸쳐 내놓은 권고나 추진을 위한 임시 집행기구 ‘성평등정책담당팀’(가칭)을 법무부 기조실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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