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비트’의 민이 죽지 않았다면?“에 대한 정우성의 상상

정우성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언급되는 캐릭터다.

  • 강병진
  • 입력 2018.07.14 11:33
  • 수정 2018.07.14 11:36

영화’비트’(1997)는 배우 정우성의 세 번째 영화였다. 고소영과 함께한 ‘구미호’(1994)로 데뷔했던 그는 ‘본 투 킬‘(1996)을 거친 후 이 영화에서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란 첫 대사를 직접 썼고, 90년대 20살 남성의 로망이 됐다. 21년 전의 영화지만, 아직도 정우성을 이야기할 때, ‘비트’의 민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에 선정된 정우성은 7월 13일,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 메가토크’ 행사를 가졌다. 영화 ‘비트’의 상영과 함께 ‘비트’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 함께한 이 대화에서 그는 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속의 민은 로미(고소영)와 재회하지만, 친구 태수(유오성)가 죽은 후 그의 복수를 위해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폭력조직과 맞선다. 그리고 죽는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화에서 정우성은 당시 민의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혼이 밖으로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왜 민이 나약하게 죽어야 하나. 내 마음속에서는 살려야겠다. 같이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민을 간직해왔다.”

ⓒ뉴스1

 그리고 “민이 죽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가”란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내가 있을 거고 애도 한두 명 있을 것 같아요. 번듯한 직장에는 못 들어갔을 테니까 조그만 자영업을 할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잘 타니까 택배 일을 했을 수도 있겠네요. 늘 얘기하지만 소소한 일상처럼 찬란한 아름다움은 없는 것 같아요. 2018년의 민은 소소한 일상을 찬란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정우성의 상상한 민의 미래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원작이 제시한 결말과 비슷하다. 원작에서 민과 로미는 헤어진 지 3년 후에 재회한다. 로미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상황. 로미는 이제 자신이 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만난 민이는 뒷골목에서 불법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민이에게는 이미 아내도 있고, 딸도 있다. 그리고 딸의 이름은 ‘로미’였다.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헤어지는데, 민이는 로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내 영혼이 늘 그 어깨에 쉬었으면 하는 존재. 늘 가슴에 안고 일생이 끝날 때까지 간직하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존재가 신이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 너... 겠지.”

아래는 원작 만화가 연출했던 장면이다.

‘비트’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20년 후, 다시 정우성과 만나 ‘아수라’를 만들었다. 정우성이 ‘아수라’에서 연기한 인물은 경찰인 한도경이다.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김성수 감독은 “(‘비트’의 민이) 한국사회에서 이십년을 보내도 한도경이 된 것 같다”는 의견에 “그렇게 봐도 무리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CJ ent

 

“그때 스무살이었던 친구가 지금 사십대 초반이 됐을 텐데 사회는… 더 나빠졌다. 어른들의 비열한 세계로 가고 싶지 않던 스무살짜리가 어른이 돼서 현실에 치여 비루한 삶을 살게 되고 권력에 꼬리를 흔들며 살고 있지만 얼마나 희망이 없고 거지 같은지…. 그런 모습을 비주얼로 보여주자고 정우성에게 얘길 했다.”

“민이와 같이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정우성의 말처럼, 다시 20년 후에 정우성이 연기하는 인물에게도 ‘비트’의 민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배우 #셀러브리티 #정우성 #김성수 #아수라 #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