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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척 하려고 꿀꺽 삼켜버린 감정들은 어디로 갈까

ⓒ박지선
ⓒhuffpost

어른인 척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고 있다. 자신의 행동과 말속에서 얼마나 옹졸한 모습들이 드러나는지, 얼마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드러나는지, 얼마나 청개구리 같은 심보로 사람을 대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감쪽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자부하며 신사적으로 세련되게 사람을 대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어른인 ‘척’. 그 척하는 사람은 관계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 얼마나 많은 장해물들을 투척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아마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데도 그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정서적으로 깊게 맺을 생각이 애초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인 ‘척’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옹졸’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고 그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처럼 재빠르게 숨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성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감정을 모른 채 넘어간다고 해서 그 감정이 알아서 뚝딱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불편하지 않다며 자신의 상태를 부인하고 있겠지만, 그 감정을 야기한 상대방이나 상황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잔재해 있다. 그 잔해물들은 안타깝게도 아주 작은 일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에 어른인 척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관계의 결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에 화나고, 서운하고, 야속함을 느꼈을 때 어른인 척하는 사람은 절대로 티를 내지 않는다. 그도 사람이기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것인데도 자동적으로 아닌 척한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일정량의 시간을 사용해서 자신의 분을 삭인 다음, 상대방에게 웃는 낯으로 대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해소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삼켜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꿀꺽 삼켜버린 그 감정들은 어느 곳으로도 배출되지 못한 채, 계속 계속 쌓이게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감정이 생겼을 그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충분히 대화로 해소할 수 있었던 감정이었을지 몰라도, 차곡차곡 쌓인 감정들은 나중에는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는 아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감정이 쌓여있는 상태에서는 작게 서운한 일에서도 이제까지 쌓였던 감정들을 와장창 표출하며 관계를 단절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큰 사건으로 헤어짐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어른인 척하는 사람은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의 밑마음에는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말이다. 그들은 절대로 쿨하지도 어른스럽지도 못하다. 그저 쿨한 척, 성숙한 어른인 척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사실, 진짜 쿨한 사람, 진짜 어른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하고 유치한, 미성숙한 모습 또한 수용하고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니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우리 진짜 쿨하게 내가 가진 부족하고 찌질한, 어둡고 더러운, 어린아이같이 유치한 모습, 감정들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나는 부족한 모습 그대로 너를 만나고 너도 부족한 모습 그대로 나를 마주하며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채워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

*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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