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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 맥주 전쟁 총정리 "어떤 맥주가 만원에 4캔이냐가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 박세회
  • 입력 2018.07.13 16:56
  • 수정 2018.10.23 16:50
ⓒNews1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9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맥주뿐만 아니라 전체 주류에 대한 종량세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또다시 종량세 논란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SBS의 보도를 보면 김 부총리는 ”대중주라고 할 수 있는 소주·맥주 가격이 안 오르는 것이 정책 최우선순위”라고 밝혔으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어떤 맥주의 가격이 올라가느냐가 소비자의 행복을 가장 크게 좌우한다.

아래는 지난 5월 정부가 맥주 과세 개편안을 들고나왔을 때 과세 방법이 바뀜에 따라 수입과 국산 맥주의 가격이 어떻게 변동할지를 정리한 글이다.

업데이트 : 2018년 10월 23일

정부가 추진 중인 맥주 과세 개편안이 발표되고 나자 여기저기서 눈치 싸움을 벌이며 소리 없는 화살이 테이블 밑을 오가고 있다. 이번 맥주 전쟁의 골자는 ”기존에 가격에 세금을 물리는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내 이윤과 판관비를 포함한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국산 맥주의 세부담이 과하다. 수입이고 국산이고 다 똑같이 양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는 ‘종량세’ 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내가 마시는 맥주가 바싸질 것이냐”다. 특히 만원에 4캔이 문제다. 지난 11일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이 이러한 내용의 조세 개편안을 발표하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이 ”만원에 4캔 맥주 사라지나”라는 보도였다. 그러나 같은 날 ”맥주세 개편, 수입맥주 세금 오히려 낮아져...‘6캔에 만원’ 나오나”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뭐가 맞는 말일까?

현행 국산 맥주의 과세를 보면, 맥주 한 병의 공장 출고가를 1000원으로 가정하면 주세가 720원(출고가의 72%), 교육세가 216원(주세의 30%) 붙는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93원(출고가+주세의 10%)이 붙으면 1000원으로 만든 맥주가 리터당 2129원이 된다.

수입 맥주는 과세율은 같지만, 과세 대상이 다르다. 해외에서 만든 맥주를 수입해 팔다 보니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한다. 수입 신고가는 ‘CIF 가격(물품 가격+운송료+보험금) + 관세’를 적용하지만 적어내고 싶은 대로 적어내는 게 가능하다. 수입 신고가를 낮춰서 세금을 적게 내고 판매가는 높여 이윤을 늘릴 수도 있고, 전략적으로 가격을 낮춰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이를 판매한 리터당 과세하는 종량세로 바꾸면 어떤 맥주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고 어떤 맥주는 세금을 덜 내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 가장 가능성 높게 거론되는 세액은 리터당 840~850원. 아래 표에서 보듯이 비싼 맥주일수록 현행 과세 방식보다 종량세로 세금을 더한 가격이 낮아진다.

위 표를 보면 출고가가 각각 500원, 1000원인 A, B 두 제품의 경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했을 경우 각각 주세와 교육세를 더한 가격이 637원, 169원이 늘어나지만, 1500원, 2000원인 C와 D는 각 299원, 767원 감소한다. C와 D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원가가 비싼 맥주일수록 더 큰 세금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리터당 850원을 기준으로 정하면 한계선은 1180원이다. 현재 수입원가가 리터에 1180원이 넘는 맥주는 종량세가 시행되면 세 부담이 적어질 것이고 1180원이 넘지 않는 맥주는 세 부담이 많아질 것이다. 이는 아주 묘한 선인데 이런 과세금액이라면 국산 맥주는 거의 과세의 변동이 없고(리터당 평균 과세액 1143원 기준), 편의점 묶음 상품에 해당하는 다수의 수입 맥주들은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JTBC의 보도를 보면 일본 맥주는 리터당 평균 967원을, 중국 맥주는 754원을, 아일랜드 맥주는 1026원, 프랑스 맥주는 896원을 냈다. 역산하면 일본 맥주의 수입원가는 약 1033원, 중국 맥주는 805원, 아일랜드 맥주는 1096원, 프랑스 맥주는 957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원가가 낮은 상품을 비싸게 팔았다고 오해할 일은 아니다. 국산 맥주의 가격에는 국내 판매 및 일반 관리비와 이윤이 포함되어 있지만, 완제품을 수입해 파는 수입사의 가격에는 국내 판매비와 이윤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업체는 도매 출고가를 정할 뿐 최종 소비자 가격을 정하는 건 유통 단계의 마지막인 편의점, 백화점, 마트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편의점 맥주 중에서 종량세 시행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맥주들이 있지만, 아주 많이 늘어나는 맥주는 그다지 많지 않다”라며 ”유통 마진을 줄이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만 원에 4캔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만 원에 4캔이라는 걸 수입사가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유통 업자들이 묶음 판매를 시작했다가 반응이 좋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만약 각 맥주의 세금 변동으로 도매 출고가가 변하게 되면 유통 업체들이 어떤 상품을 묶어 파느냐가 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만원에 4캔을 마시는 것보다 만원에 어떤 맥주 4캔을 마시게 될지를 논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의 종량세 전환은 국산 맥주의 과세를 거의 그대로 두고 수입 맥주의 세금을 올려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 과연 최종 소비자의 선택을 넓히고 만족감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올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에서는 소규모 고급 수입 맥주의 가격이 낮아진다며 이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소규모 수입업자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산 대기업 맥주에 과세 이득을 주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종량세 전환이 바른 방향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특히 맥주의 종량세 전환 얘기가 나오자 국산 소규모 양조장들은 활기를 띠고 있다. 소규모 양조업자들의 경우 실력 있는 양조업자들을 영입해 좋은 재료로 고급 맥주를 만들고 싶어도 세금이 제조 원가에 덩달아 증가하는 ‘종가세’ 체계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3종류의 에일과 1종류의 라거를 케그(생맥주) 형태로 시장에 판매 중인 ‘안동브루잉컴퍼니’의 이인식 대표는 ”종가세는 좋은 맥주를 만들기가 힘든 과세 체계다. 세금을 매기는 출고가에 인건비, 임대료 등이 다 포함되다 보니 세금을 줄이려면 사람을 적게 쓰고 임대료가 싼 곳에 양조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라며 ”게다가 홉이나 몰트 등을 원재료를 좀 더 좋은 걸 쓰고 싶어도 재룟값에 세금이 붙어 불어나니 동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 3사가 지배적인 국산 맥주 시장. 10여 개 수입 업체가 70%를 차지하는 수입 맥주 시장. 크래프트 비어 붐을 일궈낸 소규모 수입 업체들. 이제 막 시작 중인 국내의 소규모 양조 업자들 모두가 입장이 다르다. 과연 종량세가 시행될 것인지, 종량세의 과세 선은 얼마가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맥주를 두고 싸우는 남성들. (자료사진)
맥주를 두고 싸우는 남성들. (자료사진) ⓒSouth_agenc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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