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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3일 12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13일 13시 04분 KST

당신들이 다 죽여 놓고 무슨 소립니까?

“난민 신청자들이 우리 딸들을 빼앗아 간다”

huffpost


다음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주최한 난민법 개정 토론회에서 축사를 맡은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이 ‘실제로 한 말’ 이다.

“난민 신청자들이 불법체류자가 돼서 우리 딸들을 빼앗아 간다”

“딸(여성)이 부족해서 베트남에서 데리고 오는데, 난민에 빼앗기고 있다”

일단 이 끔찍한 발언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인식의 빈약함은 차치하고 우리나라에 왜 여성이 부족한지 한 번 간단한 계산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 대한민국의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전국이 30.24세, 서울이 31.2세, 경기도가 30.3세다. 이는 말 그대로 평균이므로, 위아래로 +10세를 해서 20세부터 40세까지가 결혼을 유의미하게 많이 하는 연령대로 가정하면 2018년 현재 1999년생부터 1979년생까지로 한정해 볼 수 있겠다.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발언을 한 사람은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는데, 대한민국에서 저 시기에는 전근대적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유례 없는 여성 학살이라는 인구 구조적 만행이 저질러졌던 시기였다. 일반적인 자연 성비는 105.0명, 즉 여아 100명이 출생하면 남아 105명이 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70년대 초부터 이미 출생성비가 110에 근접해 있었다. 이것이 1986년 111.7이 되더니, 1990년 116.5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후 2000년대 초반까지 112-115 사이를 유지해 왔다. 이것이 자연성비로 본격적으로 회귀하기 시작한 것이 2003년 이후부터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예를 들어 1990년생의 경우, 신생아 수 649,738명에 출생성비가 116.5 였기 때문에 여아 300,804명 및 남아 348,933 명이 태어났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자연성비가 그대로 적용되었을 경우, 여아는 332,317 명이 태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 3만 2천명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1994년의 경우 신생아 수 721,185명에 출생성비가 115.2 였으므로 여아 335,123 명이 태어났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연성비대로라면 367,677 명이 태어나야 했다.

즉 간단한 연립방정식으로만 생각해 봐도 한 해에 거의 3만~3만 5천명 가까이 되는 여아가 낙태로 희생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이것이 1-2년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2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인데, 당연히 당신네들이 ‘딸들’ 이라 일컫는 여성 인구가 눈에 띄게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당시 벌어졌던 이 사태에 대해 1944년생인 김승규 전 장관은 기성세대로써 일말의 사회적 연대를 통한 책임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가?

 

etorres69 via Getty Images

 

우리나라에 왜 ‘딸들’ 이 없을까? 당연하다. 당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들을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이제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아랫세대가 죄다 뒤집어쓰고 있다. 한국인들의 사회적 책임의식 결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전근대적 가부장제 질서를 위해 수십년 간 온몸 바쳐 싸워온 당신들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여성이 부족하네 마네를 따진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