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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원연수’라더니…가족여행에 수천만원 혈세(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직원들이 ‘교육 연수’를 명분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와 빈축을 사고 있다. 애초 계획됐던 연수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진행되지도 않았다. 예산 수천만원이 고스란히 여행비로 쓰인 셈이다.

12일 <한겨레> 취재결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4~6일 법원 사무국과 재판부, 등기국에서 일하는 일반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원연수’를 열었다. 법원 직원 80명과 가족 등 모두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 연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부터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 능률 향상 및 역량 강화 목적’으로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동료나 가족들과 함께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조직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돌아보겠다”는 계획에 따라 강원 고성, 전북 변산, 경북 경주 리조트 객실료(식비·교통비는 개별부담)를 지원했다. 주제발표, 설문조사와 함께 통일전망대(고성)·새만금방조제(변산)·한국수력원자력 본사(경주)를 탐방하는 계획도 짰다.

하지만 계획은 대부분 시행되지 않았다. 이 법원 총무과 직원이 연수 직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안내문에는 “계획서상 일정은 계획안 작성을 위한 것일 뿐, 실제로 운영되지 않는다. 모두 자유일정이다”라고 돼 있다. 대신 리조트에서 연수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인증사진’을 “몇 컷 찍어야 한다”고 안내했다. 설문지에는 ‘프로그램 편성이 적절했는지’, ‘교육 기간과 연수과정이 적절했는지’ 등 질문이 담겼다.
‘연수’에 참여한 직원 ㄱ씨는 <한겨레>에 “연수 둘째 날 ‘가짜 사진’을 찍은 것 외에는 어떤 공식 프로그램도 진행되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과 함께 휴양지를 찾는 등 자유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연수 목적과 동떨어지게 운영된 셈이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변산·고성에서는 가족끼리 ‘자율 탐방’을 했다. 경주의 경우 탐방이 시행되지 않았는데 구체적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변산·경주에서는 (연수 관련) 주제발표를 했다. 고성에서는 설문조사만 진행했는데 주제발표를 대체할 수 있어 규정에 배치되지 않는다”면서 “연수 자체가 가족도 참여할 수 있어 목적 외로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연수에 들어간 예산은 6700만원이다. 총무과에서 보낸 ‘문제의’ 이메일 안내문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사무국장은 “애초 지원율이 낮아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빡빡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취지로 직원이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안내 이메일이 전송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간 법원행정처는 법원 예산 중 ‘임차료’ 예산 일부를 이 연수 숙박시설 비용으로 전용해 썼다. 지난해 4월 감사원이 ‘예산 전용’을 지적하자, 이후 각급 법원별로 별도 예산을 편성했다. 전국 법원 직원연수에는 해마다 7억6700만원이 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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