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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자가 러시아 점령 크림반도에서 '옴진리교'를 찾아 헤맨 이유

옴 진리교는 계속되고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8.07.12 13:30
  • 수정 2018.07.12 13:34

2014년의 크림반도

도시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소속 부대의 표식도 없이 복면을 쓴 ‘수수께끼’의 군인들이 거리를 감독하고 있었다.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지배하의 크림반도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나타나자 거리가 어수선해졌다. 이 군인들의 비호 아래 일부 주민들이 공연히 크림반도의 독립을 외쳤다.

KAZUHIRO SEKINE. 크림 반도에 출현한 복면의 병사들.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의 정변을 계기로 시작된 ‘크림의 위기’는 들판의 불처럼 반도를 뒤덮었다.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이에 호응하듯 복면의 장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의 병사들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기지를 내어줬다.

당시 아사히신문 모스크바 지국 소속이었던 나(세키네 가즈히로)는 크림반도의 거점 도비인 ‘심페로폴’(크림반도의 주도)로 향했다.

정체불명의 병사들이 러시아군이라는 소문은 처음부터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완강하게 부정했지만, 직접 물어보자 당황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우린 모스크바에서 왔어. 그런 것보다 돈이 없어서 당황스러워. 러시아은행의 현금카드가 여기서는 안 되는데 어떻게 안 될까?”

러시아가 크림반도 사태에 개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건국 이래 서부는 친 유럽, 서부는 친 러시아 성향을 띠고 있었다. 27년 전까지 거대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있던 우크라이나. 그중에서도 러시아와의 유대감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동부에서 더 강했다. 2014년에 이 동서 갈등이 터졌다. 2013년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의 경제 협력을 미룬 것을 계기로 서부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야누코비치를 대통령 자리에서 쫓아내고 친 유럽 성향의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친 유럽에 대한 동부 크림반도 주민들의 반발심과 구소련의 영토를 자국의 세력권으로 여기는 러시아의 패권의식이 러시아 크림반도 점령의 배경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크림 반도의 옴 진리교

강대국들이 국경선을 바꾸는 세계사적인 상황에서 내 또 다른 미션은 심페로폴에 있는 옴 진리교 관련 단체를 취재하는 것이었다. 옴 진리교는 러시아에 꽤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인 1992년 9월 모스크바에 지부가 건립됐으며 조유 후미히로(옴 진리교의 후신을 세운 사람)를 교주로 세력을 확대해 당시 신자가 3만에서 5만 사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미국과 팽팽하게 겨루던 소련이 12개국으로 분열된 데 따른 러시아인의 상실감과 경제적 빈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소련 시절 종교는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소련 인민들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붕괴하자 옴 진리교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교단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교의를 선전했고, 유력정치가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입교한 신도들이 집과 돈을 없는 재산을 털어 교단에 바쳤다.

명상 중인 옴 진리교의 러시아 신자들. 
명상 중인 옴 진리교의 러시아 신자들.  ⓒGEORGES DEKEERLE VIA GETTY IMAGES

한편 교단은 러시아로부터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AK 소총)과 군용 헬기 등의 무기를 조달했다. 이렇게 모스크바 지부는 포교와 교단의 무력화 양면에서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신자 수도 국외 지부 중 가장 많아졌다.

옴 진리교의 아사하라 쇼코(본명 : 마쓰모토 치즈오)가 1995년에 체포되면서 러시아에서도 옴 진리교는 금지됐다. 이때 일부 러시아인들은 해외로 나가 근거지를 마련했는데 그중 하나가 심페로폴이었다.

집회에서 러시아인 신자와 이야기 중인 아사하라 쇼코(오른쪽 첫 번째). 러시아 지부의 톱을 맡았던 단체 간부 조유 후미히로(오른쪽 두 번째).
집회에서 러시아인 신자와 이야기 중인 아사하라 쇼코(오른쪽 첫 번째). 러시아 지부의 톱을 맡았던 단체 간부 조유 후미히로(오른쪽 두 번째). ⓒGETTY IMAGES

 

주택이 줄지어있는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가 목적지의 주소에 다다르자 높은 벽에 둘러싸여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낡은 집이 나타났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여러 사람이 출입하고 있었지만, 종교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KAZUHIRO SEKINE

헛스윙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단체가 10년 전에 이미 거점을 모스크바 인근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한 신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게 이전의 이유였다.

옮겨간 곳은 모스크바 서쪽으로부터 약 400km 떨어진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교외. 이번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전 후에는 단체의 이름도 바꿔 활동을 재개했으나 러시아에서는 옴 진리교가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단체는 옴진리교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상향’의 출현을 둘러싼 소동

이 단체가 다시 이목을 끌게 된 것은 크림 위기가 터지기 직전 해. 신자들이 ‘이상향’을 만들려고 한다며 현지 언론이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넓은 땅에 하얗고 장엄한 사원을 세우고 있었다. 한 여성 신자의 아이가 이유도 모른 채 죽은 사건도 있었다. 심페로폴의 관계 처를 방문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이후 크림반도의 러시아 점령 취재에 쫓기다 보니 더는 이 종교단체를 조사하지 못한 채 모스크바 지국으로 복귀했고, 인사이동으로 일본으로 귀국했다. 시한이 만료된 것.

그러나 이후 현지 보도를 보니 이 단체는 설립한 종교 공동체에 강제로 사람들을 입교 시키려 한 용의로 수사기관에 적발되었다.

러시아에서 이어지는 옴 진리교

이 단체뿐이 아니다. 모스크바에서는 2018년 5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옴 진리교 포교 활동을 하던 남성이 체포됐다. 수사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이 남성은 일본에 있는 지도자의 지시를 받고 2010년 종교 단체를 설립해 옴 진리교의 가르침을 설파하고 입교를 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옴 진리교와 관련되어 적발된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일본에선 7월 6일 교단의 간부 6명과 함께 아사하라 쇼코의 사형이 집행됐다. 그러나 후신 격인 ‘알레프‘나 알레프에서 분파한 ‘빛의 고리‘, ‘야마다의 집단’(수사 기관이 정한 편의상의 명칭)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러시아에서 옴진리교의 문제는 계속된다.

*이 기사는 허프포스트 JP의 ‘オウム真理教の痕跡をクリミアで見た。今もロシアに残る麻原彰晃の幻影’을 번역 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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