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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여의도 당사 현판 떼어냈다

돈 때문이다.

ⓒ뉴스1

“자, (이제) 떼어내야 합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뒤, ‘자유한국당’이란 다섯 글자가 적힌 현판을 건물 벽에서 떼어냈다. 자유한국당은 이 현판을 들고 두 명(이명박·박근혜)의 대통령을 배출한 서울 여의도를 떠나 영등포로 당사를 옮기게 됐다.

김 권한대행은 11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현판 철거식을 마친 뒤 “여의도 당사에서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이룬, 보수 정당의 여의도 당사(시대)를 이제 마무리한다”며 “저희들은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국민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유한국당은 2007년부터 여의도의 한양빌딩 6개 층을 빌려 당사로 사용해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뒤 재정난을 이유로 결국 영등포로 옮기게 됐다. 새로 옮기는 영등포구 우성빌딩 2개 층의 경우, 여의도 당사 시절보다 월 임대료를 8000만원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앞 여의도 한가운데 자리잡은 한양빌딩은 ‘여의도 명당’으로 이름이 높다. 자유한국당은 이곳에 자리잡은 뒤 17, 18대 대선에서 연이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다. 과거 1997년 15대 대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가 이곳에 입주한 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2003년엔 민주노동당이 입주해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이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전신 신한국당은 재집권에 실패한 뒤 ‘당사 이전 프로젝트’까지 가동하며 한양빌딩에 입주했다. 2007년 6월 입주한 이후 자유한국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와 함께 영광의 시대는 저물었다. 19대 대선, 6·13 지방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며 결국 각 정당 당사들이 몰려 있는 ‘정치 1번지’ 여의도를 떠나게 됐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이 11일 새 영등포 당사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이 11일 새 영등포 당사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한겨레

“영욕의 세월 여의도 당사시대를 마감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그런 서민 개혁 중심 정당으로 영등포 시대를 활짝 열어가겠다.”

김 권한대행은 새 당사 앞에 현판을 옮겨 걸고 이렇게 선언했지만, 야당으로서 ‘겨울나기’에 본격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당사의 15% 규모인 새 당사는 엘리베이터도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2~3층 두 개 층을 쓴다. 국회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 도보로는 22분 거리로, 주변에는 영등포시장역 근처 기계공구상가들이 가깝다. 이날 새 당사를 둘러보고 나온 김 권한대행은 “여의도 당사에 비하면 15% 정도 사이즈밖에 되지 않지만, 기존 기득권과 관성, 또 잘못된 인식과 사고들은 다 여의도 당사에 버려두고 여기서는 오로지 국민들의 삶만 생각하는 그런 진정한 서민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그런 측면에서 영등포 당사는 자유한국당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공사중인 영등포 새 당사 2층에는 총무국과 민원소통실, 다목적 강당이 3층에는 당대표실을 비롯한 당직자실과 회의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당 대표가 없는 상황이어서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전까지 당 대표실은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도 마침 여의도 당사 문을 닫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화제가 됐다.

앞으로 중앙당의 실질적 기능은 영등포 당사보다는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 기획조정국도 국회 4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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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여의도 #영등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