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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8가지

  • 비온뒤
  • 입력 2018.07.10 16:11
  • 수정 2018.07.10 16:12
ⓒtwomeows via Getty Images
ⓒhuffpost

최근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알 100원도 안하는 종합비타민제로 암 발생률을 8% 떨어뜨리고(2012년 미국의학협회지), 비타민 D로 암 사망률을 12%나 줄인다(2014년 미국 하버드대).

2004년 미국 하버드대는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 D 등 영양제를 매일 먹도록 공식 권유한 바 있다. 오바마나 조지 부시 대통령도 매일 영양제를 먹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고민이 많다. 수백 가지 제품 가운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좋은 영양제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라벨에 속지 마라

제품 표기에 적힌 영양소의 종류와 함량에 현혹되면 안 된다. 종류가 많고 함량이 높다고 좋은 게 절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질이다. 동일 종류와 동일 함량이 적혀있다고 동일한 질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마치 오리지널 약과 카피 약의 차이와 비슷하다. 둘은 동일한 성분임에도 제약회사에 따라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에서 차이가 난다. 단일 성분인 약도 그럴진대 수백 가지 영양소가 포함되는 영양제는 말할 것도 없다. 무엇을 재료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메이커가 중요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영양제는 신약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달리 영세한 곳이 많다.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지 않아 팔고 나면 그만인 떴다방 메이커들이 난무한다. 라벨만 보아선 객관적 품질을 가늠할 수 없다. 메이커가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객관적인 소비자단체의 평가를 거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한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2. 인터넷과 미디어에 속지 마라

많은 영양제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난다.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은 상업적 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영양제 관련 검색은 대부분 메이커들이 내는 돈의 액수에 따라 상위 노출이 이뤄진다. 키워드 검색이란 기법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상업 광고다. 한 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 돈은 결국 소비자가 내는 것이다.

가장 속지 말아야 할 것은 시민단체나 공중파 주요 건강 프로그램의 이름을 도용해 교묘하게 타사 제품을 비판하고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블로그나 카페의 글이다. 이러한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한 소비자가 아니라 업계 마케팅 관계자다. 댓글 조작이나 후기 조작도 이뤄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도 마찬가지다. 영양제와 관련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는 것은 바보다.

TV 건강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많은 종편과 공중파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 특정 성분의 영양소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대개 무엇이 어디에 좋다는 식이다. 대부분 PPL이다. 즉 메이커들이 제작사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자사 제품의 성분이 좋다는 내용을 담는다. 시청자들에게 “그런 게 있어? 나도 사 먹어봐야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신기한 것은 같은 시각 채널을 돌리면 인근 홈쇼핑에서 동일 성분을 담은 제품을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대부분 미리 기획에 따라 짜고 친 결과다. 즉 메이커들이 공중파나 종편 건강프로그램에 일부러 맞춰 홈쇼핑 편성시간을 잡는 것이다.

3. 천연을 과신하지 말라

합성비타민은 해롭고 천연비타민이 좋다는 것이다. 포털에서 비타민을 검색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렇게 100% 천연이라며 고가의 제품을 팔던 한 유명 업체는 지난해 식약처 조사 결과 합성 가루를 섞어 판 것이 적발되어 영업정지를 받기도 했다. 천연비타민제 예찬론자들은 이산화규소나 스테아린산 마그네슘 등 알약을 만들 때 모양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부형제를 공공의 적으로 겨냥해 몸에 해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형제는 전 세계 모든 제약회사에서 알약을 만들 때 사용하며 교과서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안전성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일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부형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이 경우 제조와 유통비용이 급증하고 이것은 모두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비타민은 비타민 E만 천연이면 된다. 라벨을 볼 때 d-alpha tocopherol로 적혀 있는 게 천연비타민 E다. d/l alpha tocopherol은 합성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비타민 E의 경우 천연이 합성보다 좋다는 의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비타민은 합성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효능이나 안전성에서 천연과 차이가 없는 반면 비용 면에서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4. 활성 비타민제를 남용하지 말자

활성 비타민이란 음식에 담겨 있는 그대로의 성분이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인위적으로 몸에서 좀더 빨리 비타민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변형한 제품들이다. 즉 음식 속 비타민을 원유로 비유한다면 활성 비타민제는 이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휘발유라고 말할 수 있다.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유명 비타민제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활성 비타민제의 장점은 효능이 빠르다는 것이다. 먹자마자 바로 피로감이 사라지고 기운이 난다. 꼭 필요한 경우 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 활성 비타민제를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원래 우리 몸이 수행해야 할 일을 영양제에만 떠맡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활성 비타민제를 남용하면 식품을 통해 흡수한 비타민을 원료로 몸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신진대사 과정이 비활성화될 수 있다.

즉 원유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몸 스스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비타민제를 식품에 있는 그대로의 성분으로 섭취한다. 그래야 몸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신진대사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다.

5. 특정 성분이 농축된 영양제를 남용하지 말자

식단에 포함되지 않는 성분을 말한다. 영양제의 기본 개념은 원래 하루 세끼 매일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먹지 못할 때 부족한 성분을 보충하자는 것이다.

여기엔 5가지 종류가 있다. 즉 채소와 과일을 대신해서 종합비타민제, 햇볕과 동물 내장, 버섯을 대신해서 비타민 D, 요거트나 김치, 된장을 대신해서 유산균 제제, 멸치나 우유를 대신해서 칼슘 등 미네랄 제제, 등푸른 생선을 대신해 오메가 3를 말한다.

매일 먹는 영양제는 이들 5가지 종류를 기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음식에 포함되지 않는 특정 성분이 어디에 좋다며 다량으로 농축된 형태의 영양제로 매일 먹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가격이 비쌀뿐더러 과량 섭취 시 간 등 몸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Ponsulak Kunsub / EyeEm via Getty Images

6.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다. 식품이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간접적으로 몸 전체의 건강을 돕는다는 느낌으로 먹는 게 좋다.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먹는 것은 넌센스다. 질병의 치료는 의사를 찾아 약을 먹는 게 좋다. 이게 확실하고 비용도 싸다.

고혈압을 치료하려면 고혈압 치료제를 먹는 게 정답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게 훨씬 확실하고 비용도 싸다. 전립선 비대증도 마찬가지다. 일부 메이커에선 무엇을 먹었더니 혈관 두께가 달라졌다고 광고한다. 넌센스다. 혈관 두께는 혈관질환을 암시하는 수십 가지 지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것이 곧 중풍과 심장병을 예방하는 게 아니다. 중풍이나 심장병은 죽고 사는 중차대한 질병이다. 이것은 당연히 영양제보다 의사의 처방을 거친 치료로 접근하는 게 옳다.

영양제에 의존하다 적절한 치료를 놓쳐 생명을 잃거나 후유증에 시달린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질병의 영역은 영양제가 아닌 의사의 처방을 거친 약으로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 약은 모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한 알 당 100원도 하지 않는다. 이보다 효능은 훨씬 떨어지는데 비용은 비싼 영양제를 굳이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7. 해외 직구가 능사는 아니다

최근 해외 직구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다. 이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은 순기능이 있다. 다양한 제품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그리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제품인지에 대한 객관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들 직구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도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업체 관계자가 운영하므로 객관성이 떨어진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고함량 제품도 문제다. 예컨대 일일 상한선을 넘기는 비타민 D 10,000 IU 제품도 판매된다. 아직 효능이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성분인데 단지 해외에서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나중에 생길 부작용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법적 구제 장치도 메이커가 해외에 있어 쉽지 않다.

8. 주사보다는 먹는 게 좋다

영양제를 병원에 가서 주사의 형태로 맞는 이들이 많다. 종류도 비타민 D부터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혼합된 마늘주사나 신데렐라 주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러나 모든 영양제는 주사보다 입으로 먹는 게 좋다. 약이 아닌 식품이기 때문이다. 주사는 아주 피곤할 때 등 제한적 경우 빠른 효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사는 농축된 형태가 바로 혈관으로 들어오게 되므로 몸에 부담을 준다. 비타민 D 주사의 경우 매일 일정한 농도로 수개월씩 몸에서 녹는다고 하지만 입으로 먹어서 되는 영양소를 굳이 주사로 맞을 이유가 못된다. 비용이 싸지도 않고 병원에 가서 주사기에 찔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주사가 아닌 입으로 먹는 영양제로 비타민 D를 섭취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결론

선진국의 경우 전문가들이 시민단체나 언론기관과 연계해 객관적인 품질을 평가해 발표한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그러한 시스템이 없다. 다만 라일 맥윌리엄 박사 등 전문가의 저서나 컨슈머랩, 뉴트리션 비즈니스 저널 등 외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을 직접 고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메이커들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믿을만한 논문의 형태로 발표됐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임상시험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므로 제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논문의 수준이다. 객관적으로 최소한의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라야 한다. 듣보잡 논문을 통해 과장된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책임있게 추천하는 방식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

*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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