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캐나다에 오니 아이와 있는 시간이 늘었다

[이민자 인터뷰⑫] 캐나다 토론토 이성진, 권세은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던 베이커리에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던 베이커리에서. ⓒ이성진 제공
ⓒhuffpost
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0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한인 이민자들을 만났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한다.

이성진(35세), 권세은(38세)

- 가족 : 부부, 아들(4세)

- 거주지 : 캐나다 토론토 2년

- 거주 신분 : 취업비자

*모든 내용은 2017년 4월 인터뷰 시점이 기준입니다.

2015년 3월 캐나다로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서 찍은 이삿짐
2015년 3월 캐나다로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서 찍은 이삿짐 ⓒ이성진 제공

캐나다로 제빵을 배우러 가다

이성진씨는 NGO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그러나 NGO의 속 모습이 정작 자신의 생각과는 다름을 느끼고 전업을 결정했다. 제빵을 배우기로 결심한 그는 2015년 아내, 아들(3세)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살이었다.

-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성진 : 처음부터 아예 이민은 아니었고요. 일단 전업을 생각하고 제빵 유학으로 온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1, 2년 나가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캐나다에 남을 수 있으면 남고요.

- 제빵을 공부할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세은 : 제가 남편에게 조지브라운 대학(George Brown College)에서 제빵을 공부하는 사람의 블로그 링크를 보내줬어요. 지나가다 보고 ‘제빵 기술을 배워서 캐나다에 사는 것도 가능하겠다’ 해서 보내준 거예요. 남편이 그때는 음식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뭘 해서 먹이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디저트류를요. 잘 맞을 것 같아서 보내준 거예요.

성진 : 제빵을 배우고 있는 모습에 반했던 것 같아요. 제가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블로그 보고 그날 바로 (캐나다행을) 결정했어요.

세은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캐나다에 가기 전에 (남편이) 빵집에서 일해봤는데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 조지브라운 대학 제빵 수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성진 : 2년 과정(4학기)이고요. 원래 9월이 입학 시즌인데, 제가 들어갈 때는 제빵학과가 인기라 5월 학기를 추가로 개설했어요. 한 학기에 4개월씩이고 입학 후 (4개월 방학을 포함해) 20개월 즈음에 졸업해요. 제가 공부할 땐 학생 50명 중 한국인은 2, 3명이었어요. 중국 사람이 많아서 동양인 다 포함하면 전체의 40~50% 정도예요. 캐나다인은 약 20~30% 정도고요.

토론토 포시즌 호텔에서 일하는 이성진씨
토론토 포시즌 호텔에서 일하는 이성진씨 ⓒ이성진 제공

포시즌 호텔에서 시작한 인턴생활

대학에서 제빵을 배운 이성진씨는 지금 토론토 포시즌호텔에서 ‘페이스트리 쿡(Pastry Cook)’으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난 2년을 잘 버텨 여기까지 왔다. 3년짜리 PGWP(Post-Graduation Work Permit)라는 취업 비자를 받은 그는 한발 한발 캐나다에서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 호텔은 어떻게 취직했어요?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성진 : 3학기에 한 달 동안 인턴 수업이 있는데 베이커리, 호텔 등 여러 군데로 갈 수 있어요. 저는 기본부터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호텔로 갔어요. 베이커리에 가면 특정 제품만 배워요. 호텔 뱅킷(Banquet)은 학교에서 배우는 메뉴를 다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제빵 공부를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에서 한 이유가 있나요?

성진 : 제빵이 한국에선 아닌데 캐나다에선 할만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빵집에선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7~10시에 퇴근했어요. 근데 급여는 월 130만, 150만원이고요. 4, 5년 해서 제빵장이 돼도 근무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최대한 보장되길 바라는데, 한국에선 직접 빵집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내 가게를 차려도 사장님 일하는 걸 보면 알잖아요. 사장님은 아침 6시에 문 열고 밤 12시에 문 닫아요. 하루 종일 빵집에만 있는 거예요. 저는 주 6일 일하지만 사장님은 주 7일이잖아요.

지금 저는 일주일에 4일(화, 수, 목, 토요일) 출근해요. 하루에 8시간 일하고 30분 휴식하고요. 호텔엔 노조가 있어 쉽게 자를 수도 없어요.

- 캐나다에서 제빵 분야는 급여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성진 : 3만, 4만 캐나다달러(아래 모두 ‘달러’로 표기)고요. 한국에서도 사장님, 매니저가 아닌 이상 월 300만원에서 더는 안 올라가요. 여기도 같아요.

- 취업을 못하면 영주권을 딸 수 없을 텐데, 취업이 많이 어렵나요?

성진 : 대학에서 기술을 배우고 나오면 바로 건축현장 등에서 일할 수 있지만, 사무직(Office Job) 회사 취업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여기 현지인들도 취업이 어려워요. 주변에 IT전공으로 졸업한 지 1년이 지나도 취업이 안 돼서 마트에서 일하거나, 건설현장 일용직을 나가는 사람들도 봤어요. 어떤 사람은 영주권 취득이 쉽다고 해서 다른 주로 갔는데 아직 일자리를 못 구했다 하고요.

한국은 스펙을 쌓고 면접 준비를 하는데, 여기는 경력 위주 채용이라 경력 없이 취업은 솔직히 어려워요. 어떻게든 졸업 전에 학교 다니면서 인턴, 파트타임으로 일 시작한 사람은 그래도 잘 구하는 것 같아요. 경력을 안 쌓고 있다가 졸업한 뒤 찾으려 하면 힘들죠.

저도 바로 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5월에 대학 입학하고, 6월부터 바로 식당에서 일했어요. 6개월 후에는 친구 소개로 새로 오픈하는 빵집에서 일자리를 구했고요.

이성진, 권세은씨 가족
이성진, 권세은씨 가족 ⓒ김병철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성진씨와 세은씨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캐나다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였다. 육아지원정책도 예상보다 좋았고, 아이와 함께라면 어느 곳에서든 환영받았고 모두가 친절했다. 그 무엇보다 제일 만족스러운 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점이다.

- 세은씨는 교민 신문사에서 일하시는데 출퇴근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세은 :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인데요. 아이가 8시 45분에 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같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회사에 양해 구하고 15분 늦게 출근하고 있어요.

- 일과를 좀 더 설명해주세요.

세은 :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서 아이와 제 도시락을 싸요. 8시 반쯤 나가서 45분에 아이가 등교하면 저도 출근하죠. 아이가 요즘엔 방과후학교를 해요. 오후 6시까지만 데리러 가면 돼서 일이 적으면 4시 반, 많으면 5시쯤 퇴근해요.

월~금요일 7시간씩 근무하는데 여유롭게 일하는 편이에요. 아이가 병원이나 학교에 가야 하면 정오에 출근해도 돼요. 한국 회사지만 사람들이 캐나다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집안일이면 무조건 ‘오케이’예요.

일에 지장만 안 주면 돼요. 오후 1시에 퇴근하면 (남은 일은) 다음날 하면 돼요. 이렇게 애 키우면서 일하기가 편하니까 여자들이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캐나다에서 아이 키우는 건 어떤가요?

성진 : 캐나다는 복지가 좋고, 공부하는 동안 아이가 무료로 유치원에 갈 수 있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더 괜찮았어요. 무상지원이나 아이 양육보조금의 종류도 다양했고요.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세은 : 어린이집 지원금(Child Care Subsidy)이 있어요. 부모가 둘 다 일하거나 공부하면, 정부가 수입에 따라 차등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외국인이든 시민권자든 모두 받을 수 있어요. 국공립 어린이집은 월 1000~2000달러(한화 약 85만~170만 원)예요. 저희 아이는 전액 지원받아 무료로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가 캐나다에 거주한 지 18개월이 지나면 자녀양육보조금(Canada child benefit·일명 우윳값)이 나와요. 신청을 늦게 해서 만약 못 받은 금액이 있으면 일괄 소급 정산해주고, 18세 전까지 계속 나와요. 지금 저희 기준으로는 자녀가 1명이라 월 650달러(한화 약 56만 원)예요.

어떤 사람은 학교만 다니는데 일 안 해도 애가 둘이니까 월 1400달러(한화 약 119만 원) 정도 나와요. 월세 정도 충당할 정도인 거죠. 저희 집 월세가 1400달러예요.

- 예산은 얼마나 가져오셨어요?

성진 : 첫 학비를 내기 전에 한국 은행 외화통장에 4만 달러(한화 약 3400만 원)를 넣어놓고 시작했어요. 다른 통장에 예비비가 있긴 했는데,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고 잘 버텨왔네요. 실제 살아보니 자동차 보험비, 주유비, 월세가 월 2000달러(한화 약 170만 원) 정도라 매달 생활비로 2800~3000달러(한화 약 238만~255만 원) 정도 나가요. 지금은 저희 둘이 버니까 한 명분 소득은 저금하고 있고요. 세금은 소득의 20% 정도 떼간다고 보면 될 거예요.

- 캐나다 어린이집은 한국과는 어떤 면이 다른가요?

세은 : 한국에선 거의 엄마처럼 돌봐주잖아요. 애가 밥을 안 먹어도 옆에서 한 숟가락 더 먹이고. 근데 여기선 애가 아파도 약을 함부로 주면 안 돼요. 꼭 부모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알레르기가 다양하게 많다 보니 아이 스스로 밥을 안 먹으면 딱 거기까지만 주고요. 아무리 아기라도 독립적으로 키우더라고요.

2016년 이성진씨가 아들의 현장 학습에 도우미로 참여했다.
2016년 이성진씨가 아들의 현장 학습에 도우미로 참여했다. ⓒ이성진 제공

내 가치관대로 살고 있는가

이성진, 권세은씨는 한국이 싫어서 떠난 건 아니다.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전업과 아이 교육 등에서 캐나다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이 둘은 자신의 성향과 적성, 직업을 잘 따져보고 이민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캐나다에 와보니 한국에서 삶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성진 : 가족과의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어요. 아들 학교 문제와 교육, 놀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등하교를 같이 할 수 있게 됐고요. 그리고 정치 문제 같은 고민을 덜하고, 경제적 문제 특히 수입에 대해 오히려 덜 걱정하게 된 것 같아요.

- 캐나다에서 살아보니 좋은 점은 뭔가요?

성진 : 직장에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한국에서 상사 눈치와 퇴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어요. 초과근로하면 돈을 더 줘야 하니까 바로 퇴근하죠. 그리고 ‘이거 일 누가 했어?’ 같이 잘잘못 따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뭘 잘못 만들었다면 그걸 확인 못한 상사의 책임이에요.

- 불편하거나 안 좋은 점도 있지요?

세은 : 의료시스템이 안 좋은 건 유명해요. 아프거나 병원 갈 때 불편해요. 한국은 한 군데서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선 피 검사, 초음파 검사하러 다 따로 가야 해요. 그 대신 다 무료이긴 해요. 약값은 들지만요.

성진 : 제가 아침 8시에 응급실을 간 적이 있어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저녁 6, 7시 다 돼서야 치료를 받았어요. ‘아파서 죽겠다’는 아니라서 기다리긴 했는데 너무 오래 걸리죠. 천천히 하지만 정확하게 한다는 건 있어요.

교회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미국 핑거 레이크스(Finger Lakes)로 떠난 여행
교회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미국 핑거 레이크스(Finger Lakes)로 떠난 여행 ⓒ이성진 제공
토론토 조지브라운대학
토론토 조지브라운대학 ⓒ이성진 제공
이성진, 권세은씨가 처음 1년간 지냈던 아파트에서 바라본 토론토 전경
이성진, 권세은씨가 처음 1년간 지냈던 아파트에서 바라본 토론토 전경 ⓒ이성진 제공
붉은 화살표가 있는 곳이 토론토다.
붉은 화살표가 있는 곳이 토론토다. ⓒ구글맵스 캡처

[캐나다]

- 기본 정보

o 인구 : 약 3598만 명

o 면적 : 997만㎢ (세계 2위, 한반도의 약 45배)

o 유럽계 백인 약 80%, 여타 지역 유색인종 20%

o 언어 : 영어, 프랑스어(연방 공용어)

o 영어 사용자 68%, 프랑스어 사용자 12.5%, 영어·프랑스어 사용자 17.5%

o 종교 : 가톨릭 43.6%, 개신교 29.2% 등

o 동포 : 22만4000명(2015년)

출처 : 외교부 홈페이지

- 이민 정보

o 캐나다 이민국

o 주캐나다 한국대사관 이민정보

o 2017년 이민정책 보고서

글쓴이의 한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이야기는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혹은 훈계)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요약본입니다.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 #이민 #토론토 #이민자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