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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9일 16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9일 16시 23분 KST

공유오피스 전성시대가 열린 이유

서울역 앞 대우빌딩과 여의도 HP 빌딩이 위워크 빌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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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놀라운 변화의 시대가 이전에도 있었을까. 구경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수두룩함에도 이미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 ‘레드오션’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바로 공유오피스 이야기다.

공유오피스 시장, 레드오션 진입하나

2016년 8월 미국에 본사를 둔 위워크가 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유오피스를 내면서 한국에서도 공유오피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워크의 1호점 진출 2년 만에 공유오피스는 그야말로 흔한 개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토종업체인 패스트파이브가 2015년에 1호점을 낸 것을 따져보더라도 그보다 1년 앞설 뿐이다.

2018년이 되면서 새로 문을 여는 공유오피스의 이름을 듣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특히나 공유오피스 브랜드 뒤에 대기업의 이름이 보이는 것은 이제 이상한 일도 아니다. LG그룹의 계열사 서브원은 서울 강남에 8월 ‘플래그원’이란 이름의 공유오피스를 연다. 3개층에 600석 규모를 갖춘 플래그원은 1~2인 스타트업부터 200인 이상의 기업까지 폭넓게 입주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LG제휴업체들로 구성된 온라인 복지몰을 비롯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 ‘에스아이랩’을 열었다. 패션산업 종사자들에게 월 회비 15만원을 받고 테이블, 소파 등의 업무공간, 커피머신과 냉장고 등의 편의 시설을 제공한다. 태평양물산은 올 3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공유오피스 ‘넥스트데이’를 열었다. 입지 특성 상 IT 분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30여 개 기업의 150여 명이 입주해 있는 상태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강남에 15개층 2500석 규모로 공유오피스 ‘드림플러스’를 열었고, 현대카드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강남역 인근에서 공유오피스 ‘스튜디오블랙’을 오픈했다.

위워크와 함께 해외에서 유명한 공유오피스 업체들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공유오피스업체 스페이시즈의 한국 1호점 ‘스페이시즈 그랑 서울’은 2017년 9월 종각역 인근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약 2000㎡의 대규모 공간에 사용 가능한 좌석은 323개 이상이다. 야외로 이어지는 정원과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회원 전용 카페가 있다. 영국 런던 기반의 부동산업체인 체스터톤스 코리아는 6월1일 삼성역 KT&G 대치타워 3층에 공유오피스 클리워크 삼성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 사이 위워크는 테헤란로 3km 사이에 곧 문을 열 선릉점을 포함해 모두 5개의 지점을 열고 서울에 2018년 9월 종로에 10호점을 낼 예정이며, 패스트파이브는 올 1월 홍대에 12호점 문을 열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회사인 존스랑라살르(JLL)가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도시의 공유오피스 사업자를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주요 공유오피스 사업자 수는 2014년에 견줘 2배 증가했고 전용면적은 1.5배 늘었다. 서울은 196% 늘어 조사된 도시 12곳 가운데 4번째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올해 낸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발전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7년 6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7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화된 커뮤니티로 경쟁

이렇게 경쟁이 거세지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중견 규모의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차별화를 선택하고 있다. 유명 인터넷 패션몰 ‘무신사’를 운영하는 그랩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에 있는 현대시티아울렛 4개층에 7272㎡(약 2200평) 규모, 최대 12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무신사스튜디오를 열었다. 올해 6월 서울 코엑스(COEX) 옆인 오트리스 빌딩(강남구 삼성로 100길 24-1) 지하층에 연면적 1000여 평 규모의 공간에는 건설부동산 경영자(CEO)만을 위한 공유 오피스 ‘CEO 라운지’가 문을 열었다. CEO들에게 사업 보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객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 강조하고 있다.

패션 업계를 위한 공유오피스 무신사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쇼룸, 물류창고, 넓은 작업대가 있는 작업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여성창업자를 위한 공유오피스 ‘빌딩블럭스’도 6월 강남(강남대로 511타워)에 문을 열었다. 두 차례의 보안과정을 거쳐 들어갈 수 있는 ‘우먼 온리 존‘이 있고, 수유실과 키즈존도 있다. 블록체인업체들의 전용 공유오피스인 해시드 라운지도 6월 강남에 문을 열었다. 한미글로벌의 인테리어 분야 계열사 이노톤은 인테리어 분야에 특화된 공유오피스 ‘이노스페이스’를 론칭했다. 이노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이노스페이스 1호점을 오픈한다고 6월15일 밝혔다.

아라워크앤올은 오는 7월 경기 판교에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워크앤올‘을 연다. 아라워크앤올은 ‘김기사’ 서비스를 개발한 록앤올 창업팀과, 공유오피스를 다수 운영해온 아라테크놀로지가 함께 만든 스타트업이다. 공유오피스 워크앤올은 판교역 판교알파돔타워IV 4∼5층 총면적은 약 4천㎡(1200평) 규모의 공간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위워크는 디캠프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과 협력해 7월부터 을지로·여의도 등 4개 지점에서 ‘위워크랩스’를 운영해 스타트업들의 컨설팅과 교육,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공유오피스가 뜨는 이유

사실 공유오피스는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1998년 르호봇이 등장해 비즈니스센터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사실상 현재 우후죽순 등장하는 공유오피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비즈니스센터는 7인 이하의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월정액을 받고 사무실을 임대해주며, 회의실과 응접실, 카페 등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형태였다. 개념으로 보면 지금의 공유오피스와 다르지 않다. 토즈는 2009년 비즈니스센터 강남 1호점을 열며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등장한 공유오피스가 왜 지금에 와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창업 붐이다. 2012년 2만8000개 수준이던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3만5000개로 늘었다. 소규모 창업자들은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도심지의 첨단 빌딩에서 일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도심지 빌딩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지만, 그 동안은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것을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대형빌딩을 임차한 뒤 잘게 쪼개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니즈가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직원을 끌어 들이는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는다. 위워크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임대료가 비싸긴 하지만, 직원들을 선발하고 유지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스타트업들은 조직의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변동성이 커서 기존의 경직적인 임대차 관행과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유업체들이 월 단위로 계약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같은 오피스 안에서 규모를 손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가변형 공간으로 설계해 두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역시 신규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일시적으로 만들 경우 젊은이들이 많은 공간에 잠시 태스크포스팀을 넣어뒀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해체하는 등의 유연한 팀 운영 방식이 늘고 있는 것도 공유오피스 증가 이유 중 하나다.

정해진 근무시간, 고정된 업무공간에서 일하는 관행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IWG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6개국에서 다양한 산업분야 전문가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업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매주 원격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53%는 일주일에 절반 이상 원격근무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1%가 일주일의 2.5일 이상을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향한 고속도로는 제도,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보다 더 큰 배경에 대해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는 열풍 속에 공유경제도 빠르게 한국 사회로 진입했다. 그 중 유독 빠르게 성장한 분야가 공유오피스다. 그 이유는 공유오피스가 새로운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는 앞서 르호봇의 사례처럼 이미 오래된 산업이다. 쉽게 말하면 건물을 임차한 뒤 재임차하는 ‘부동산관리업’이라는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창업을 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은 경쟁을 통해 더 진화하고 보완되며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다. 공유오피스의 등장은 도심지 대형 빌딩이 안고 있던 오래된 고민인 공실률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위워크는 역삼대세빌딩 14층 공실 전부를 비롯해 PCA생명타워 공실을 메웠다. 여의도 HP빌딩은 HP 이전으로 공실 우려가 컸으나, 위워크가 7개층에 들어오면서 우려를 잠재웠다. 태평양물산은 구로 본사사옥에 공유오피스 넥스트데이를 오픈한 후 두달 만에 60%가량 임대율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금 다른 공유경제 분야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징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기술의 변화를 통해 산업이 먼저 발생하고, 이를 토대로 법과 제도를 바꿔온 역사를 쌓아오지 못 했다. 그 같은 경험 부족은 우리에게 기존 법 체계 바깥의 산업에 대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어렵지 않게 만들어 왔고, 이를 통해 새로 등장하는 산업의 싹부터 자르는 일을 서슴 없이 자행해 왔다. 민간이 먼저 산업을 창출하고 필요에 따라 정부 기능을 만들어 온 미국과 같은 나라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미국은 은행들이 스스로 룰을 만들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만든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완성된 기술, 2차 산업의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위한 법 제도와 이를 지원하는 부처(산업자원부)를 만들어 관련 산업의 증진을 꾀했던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각 나라 별, 도시 별 특성을 담아내 로컬 특유의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때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불법’에 대한 몰이해 탓에 기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산업에 대해 불법 딱지를 붙이고 싹을 말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리 사회는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카풀업체 풀러스 홈페이지 캡쳐화면.

통근시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돼 그 시장을 파고 들었던 카풀업체인 풀러스가 제도의 벽에 막혀 그 제한적인 시장을 뛰어넘지 못하고 70% 감원을 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여행객을 위해 공항과 집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인 벅시도 여전히 그 시장 바깥을 넘보지 못하는 등 많은 공유경제 업체들이 성장의 길이 가로 막힌 채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만약 공유오피스처럼 제도적으로 열린 시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공유오피스가 그랬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이미 상당 부분 해결해주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불법’이라는 딱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리 적절하지 않은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