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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 대표가 난민 바리스타를 적극 채용해온 이유 (인터뷰)

“저도 처음에는 편견이 있었어요”

ⓒ한겨레

“한국 사람도 성실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난민도 똑같아요.”

난민 바리스타를 고용한 카페 ‘내일의 커피’ 대표 문준석(35)씨에게 ‘고용주로서 난민 노동자에 관해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난민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해 ‘편견과는 다르게 모두 성실하다’ 같은 답변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문 대표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이가 있는 난민이면 아무래도 좀 더 열심히 일하고요, 단골 손님이랑 친구가 돼서 서로 집에도 놀러 갈 만큼 친화력이 좋은 난민도 있고요. 한국 사람도 그렇잖아요. 결론은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2014년 문을 연 이 카페에는 지금까지 8명의 난민 바리스타가 일했다. 이집트, 부룬디 등 바리스타의 국적도 다양하다. 문씨는 매년 가을 두 명의 난민 바리스타를 뽑아 그들이 2년 동안 커피 교육과 서비스 교육,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2년을 채우고 ‘졸업’한 뒤 다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계속 일하고 있다. 문씨는 “이 친구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로 바리스타 일에 관심이 있는 난민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깰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카페를 차렸다고 했다. 2009년 대기업 회사원이었던 문씨는 난민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봉사활동을 하며 난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아이들은 보통의 한국 아이들처럼 떡볶이를 좋아하고 김치도 잘 먹어요. 그런데 (난민이란 이유로) 한국 친구들과 놀 기회도 많이 없고. 난민 자체가 사회적으로 분리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습니다.”

문씨도 처음부터 난민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난민은 어쩐지 무섭고 우울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는 그는 난민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만나본 난민들은 어려운 상황도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려고 했고, 기쁜 일은 서로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회사에 다니던 제가 힘들어하면 도리어 저를 위로해주기도 했고요. 그런 모습들이 저에게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난민을 고용한 입장에서 최근의 ‘난민 사태’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문씨는 난민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 반응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고 했다. 문씨는 “(제주도 난민 사태는) 우리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난민에 대해 온정적인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론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도 난민에 대한 편견 있던 사람이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에 대한 편견은,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를 때 나오는 것 같습니다. 평소의 자기 생각,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주입된 장면 등이 그런 편견을 만들지 않나 싶어요. 만나보면 난민에 대한 오해도 분명 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문씨는 이번 기회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의 난민 정책을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난민들이 있는데, ‘무조건 난민은 본국으로 돌려보내자’고 하는 것은 인권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유엔 난민협약국이자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인데, 법만 제정해놓고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참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난민과 앞으로 들어올 난민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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