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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7일 17시 27분 KST

가족같은 반려견이 죽고 50만원이 되돌아왔다

민법상 '물건'인 동물. 이대로 괜찮을까?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즐거움과 함께 고민거리도 껴안는 일이다. 집을 구할 때 집주인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동거인과 헤어질 때 함께 키운 반려동물을 누가 키울지, 내 반려동물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게 보상할지, 내 반려동물이 어딘가에서 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등. 대부분 문제는 큰 분쟁없이 해결되지만 때로는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펫분쟁’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맞물린 탓이다. 법원도 이런 인식 변화에 발맞추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여전히 ‘물건’이다. 최근에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심판에 회부됐다. 내 아이, 내 동생 같은 반려동물은 법정에서도 ’물건’이 아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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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사망시에는 동종의 강아지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피고 쪽 변호사)

“같은 종류의 강아지를 받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구입가격 50만원만 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원고 쪽 변호사)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한 소액법정. ㄱ씨는 자신의 강아지를 한 애견학교에 맡겼는데, 강아지가 훈련 도중 사망하고 말았다. ㄱ씨는 애견학교 쪽에 강아지 ‘교환가치’(시장에서 같은 품종이 거래되는 가격), 장례비, 애견학교 훈련비 등 재산상 손해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애견학교 쪽은 강아지에게 기왕증(과거에 경험한 질병)이 있었을 수 있다며 구입가격 50만원만 주겠다고 맞섰다. 결국 ㄱ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두번째 재판이 열렸다.

“강아지 구입 가격인 50만원보단 많이 배상해야겠지만 원고가 바라는 만큼 손해배상을 해주라고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애견학교의 과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과실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조정 절차로 가는건 어떠신가요?”(판사)

“지금 감정이 많이 상해서 조정으로 가긴 어렵습니다”.(원고 쪽 변호사)

“조정이 어렵다면 애견학교에게 과실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강아지가 그동안 다녔던 병원에 진료 기록을 보내달라고 해서, 그동안의 병력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재판기일에 뵙겠습니다.(판사)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8.1%인 593만 가구에 이른다. 1가구를 평균 2인으로 가정한다면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펫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인식이 반려동물의 피해나 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접수되는 민사소송 중 눈에 띄는 추세 중 하나가 펫분쟁의 증가”라며 “소송의 내용 또한 개와 개 사이 사고, 이웃간의 다툼, 애완학교나 애완카페의 관리소홀로 인한 안전사고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반려견 법률상식> 저자)는 “우리나라 인구 다섯 사람 중 한명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반려견과 관련된 분쟁이 잦아지고, 이 중 일부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돼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은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의 합성어)’의 인식과 괴리가 있지만, 법원 또한 사회 변화에 맞춰 동물의 가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최근 3년 이내 반려동물 관련 제기된 민사소송의 주요 판결문을 통해 펫분쟁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반려동물이 ‘피해자’ 되는 소송 늘어

 

 

동물 관련 분쟁이라고 하면 흔히 동물이 사람을 무는 경우를 생각한다. 실제 과거에는 동물이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하는 등 동물이 ‘가해자’가 돼 주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 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행 민법상 동물은 ‘물건’이다. 민법 98조에 규정된 유체물(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에 포함된다. 법적으로만 따지면 물건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에 따라 동물의 손해배상액 역시 동물의 구입 가격이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더해 만약 목줄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주인의 책임을 물어 배상액이 깎인다.
2015년 4월, 강아무개씨는 경기도 양평군 북한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요크셔테리어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차도를 지나가던 이아무개씨의 차에 타고 있던 개가 문 밖으로 나와 요크셔테리어를 물어 다치게 했다. 강씨는 이씨에게 치료비 239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강씨도 개를 목줄에 묶지 않는 등 그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으므로 과실 비율을 30%로 인정한다”며 이씨가 167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아무개씨는 2014년 6월,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 마당에 드나드는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닭뼈와 생선뼈에 ‘피레스’라는 살충제를 섞어 정원 우물가에 놓아뒀다. 집 대문은 평소와 같이 열어 두었다. 박씨의 옆집에 살던 이아무개씨는 18개월 된 자신의 개 도베르만을 운동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와 목줄을 풀어주었다. 도베르만은 문이 열린 박씨 집으로 들어가 닭뼈 등을 먹고 나왔다. 집에 돌아온 도베르만은 거실에서 토하기 시작해 5시간만에 사망했다. 법원은 목줄을 하지 않았다며 견주 책임을 40% 인정했다. 이씨는 도베르만 품종의 한 마리 가격인 300만원의 60%인 180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었다.

목줄을 하지 않았다며 아예 손해배상을 못받는 경우도 있다. ㄹ씨는 2016년 7월 24일 오후 3시께 강원도 춘천의 한 도로변에서 반려견인 요크셔테리어에 참외를 주려고 이름을 부르며 손짓했다. 강아지는 주인 쪽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 ㄹ씨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 골반이 부러졌다. 이 일로 강아지 치료비와 수술비로 180만원을 쓴 ㄹ씨는 사고 차량 운전자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진료비 등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목줄을 한 상태로 피해를 입었다면 치료비 전액을 배상 받을 수 있다. 2014년 4월,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푸들이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게 목덜미가 물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푸들은 목줄을 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푸들의 주인은 치료비 전액을 손해배상 받을 수 있었다.

정신적 피해도 인정 추세…위자료는 300만원 안팎

그렇다면 ‘물건’인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치료비나 같은 종의 시장 가격 외에 위자료도 받을 수 있을까. 반려동물이 그저 물건이라면 재산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해주면 될 것이다. 정신적 피해 부분에 대한 위자료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주인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해주는 추세다. 동물을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 즉 인간과 물건 사이, 제 3의 존재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위자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사망한 경우, 통상 200만원~300만원이 인정된다. 법원은 반려동물의 사망 경위, 반려견을 키운 기간, 반려견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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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기 이천시 효양산 산책로에서 진돗개가 요크셔테리어를 물어가 행방불명된 사건이 일어났다. 법원은 재산상 손해인 80만원(요크셔테리어 구입비 100만원, 주인 목줄 안한 책임 20% 인정) 외에 위자료도 80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옆집 마당에 뿌려진 살충제를 먹고 사망한 도베르만의 주인은 당시 배상액 180만원 외에 도베르만 품종의 거래가격인 300만원을 위자료로 받았다. 반려견이 다친 경우에도 30만원 정도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주인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크게 인정해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별도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판결까지 나왔다. 2005년 태어난 반려견 ‘해탈이’는 2015년 2월 이웃집 남성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다친 뒤 한 달 후 숨졌다. 광주지법은 지난 5월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여타의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반려견의 소유자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고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들이 10년간 애정과 정성으로 이 사건 반려견을 양육해 왔으며, 이 사건 이후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치료를 하였던 점이 인정된다. 반려견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해탈이의 주인 부부 각각에게 300만원, 자식에게 200만원을 인정해 총 8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수호)는 “동물이 누군가의 고의나 과실로 죽게되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50만원~10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하지만, 피해자는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뒤 겪는 상실감과 우울증상)을 겪을 정도로 슬픔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법원도 정신적 피해 부분을 인정해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키운다고 전세 계약 파기 못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집을 임대할 때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했다가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고민이 많다. 법원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집주인에게 반드시 말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우아무개씨는 지난해 2월 16일,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4억원에 2년간 살기로 집주인 김아무개씨와 계약을 하고 계약금 4천만원을 지급했다. 위약금은 8천만원이었다.

“누구와 함께 살건가요?”(아파트 주인 김아무개씨)

“우리 부부가 살건데요.”(세입자 우씨)

“집이 넓은데 두 명만 살건가요?”(김씨)

“네. 두 명만 거주합니다.”(우씨)

김씨는 우씨가 반려견 3마리를 키울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계약 12일만에 계약을 파기했다. 우씨는 위약금 8천만원을 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반려견을 키운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금 4천만원만 돌려줬다. 우씨는 결국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집주인이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을 계약의 조건으로 내세운 적이 없고 누구랑 살거냐는 질문이 ‘반려견과 함께 거주하는 것이냐?’라는 취지가 들어있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며 “사회통념상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고, 세입자가 키우는 반려견이 3마리이기는 하지만 모두 소형견이라 이를 집주인에게 먼저 말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집주인의 위약금은 계약금 4천만원 외에 1200만원만 추가로 인정했다. 집주인은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싫은 것일뿐 계약을 파기할 다른 목적이 없는데다, 세입자도 다른 집을 동일한 조건으로 구했기에 크게 손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강아지 분양합니다. 책임비는 3만원이고, 주기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는 조건입니다.”

반려견 온라인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계속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생겼거나, 반려동물이 낳은 새끼를 키워줄 사람을 찾는 경우다. 이때 반려동물의 근황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주인들이 많다. 유아무개씨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1월, 유씨는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강사모)’에 자신이 키우던 푸들 ‘코코’를 책임비(분양받는 사람이 분양하는 사람에게 주는 보증금 성격의 돈) 3만원에 분양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한아무개씨는 유씨에게 자신이 키우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고 3일 후 유씨는 코코를 한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코코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던 한씨는 점차 연락이 두절됐다.

코코가 걱정됐던 유씨는 한씨에게 “코코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코코는 유씨에겐 자식이나 다름없지만 법적으론 ‘물건’이기에 소송 이름은 ‘유체동산인도’ 소송이었다. 그러나 판사는 “반려견을 분양 받으면서 생활상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 주기적으로 보내주기로 약정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분양 조건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써두지 않았다면, 약정 위반을 이유로 다시 반환받기 어렵단 의미다.

애견학교, 애견카페 등 반려동물 관련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관리 소홀로 일어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도 늘고 있다. 말라뮤트 품종인 ‘하나(암컷)’와 그레이트 피레니즈 품종인 ‘동해(수컷)’는 2012년 10월 한 애견관리업체에 맡겨졌다. 같은 우리에서 키워진 하나와 동해는 교배를 하게 돼 하나가 임신을 하게 됐다. 하나와 동해의 주인인 최 아무개씨는 2013년 4월, “잡종견의 출산을 원하지 않는다”며 하나에게 자궁적출 수술을 시켰다. 최씨는 애견관리업체에 수술비 등 치료비 146만원과 “하나가 잡종견이 아닌 자견분양(같은 품종까리의 교배를 통한 분양)을 했다면 5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치료비는 배상해주되 장래의 분양대금까지 배상해줄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하나의 임신과 수술로 자견분양이 불가능하게 돼 장래 분양대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정은 애견관리업체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라고 설명했다.


강아지도 자식? 이혼 후 양육권 누구?

만약 부부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이혼을 하게 된 경우, 반려동물은 누가 키워야 할까. 반려동물은 현행법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양육권 다툼의 대상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이다. 혼인 기간이 길 경우 공동재산으로 분류되며, 대개 분양비를 낸 사람이나 평소 주로 돌봤던 사람이 데리고 가게 된다. 하지만 양쪽간 합의가 잘 안될 경우에는 ‘양육권’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 국내에는 아직 이 문제로 법정까지 간 경우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소송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2016년 4월, 16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하기로 한 캐나다 부부가 반려견 두 마리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아내는 자신이 개를 키우고 남편에겐 개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기회만 주겠다고 했다. 캐나다 법원은 “개는 어떤 이들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인정하면서도 “개는 개일 뿐이다. 법에서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 중 누군가 버터 바르는 칼에 깊은 애착을 가졌단 이유로 내가 한쪽에 버터칼 임시 소유권을 주고, 다른 편은 주당 1시간30분씩 버터칼에 제한된 접근을 하도록 판결을 내려야 하나? 부부가 계속 법정 다툼을 이어간다면 개를 팔아서 수익금을 양쪽이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는 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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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의 ‘복지’ 등을 고려해 양육자를 지정해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2010년 미국의 한 여성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반려견을 돌라달려며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은 동거를 하던 중에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면서 1500달러를 주고 반려견을 구입했고, 공동소유로 반려견을 등록했다. 두 사람은 동거 13년만에 헤어지게 되자 여성이 반려견을 키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법원은 “남자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반려동물을 반환하는 것이 비정상적이거나 가혹하지 않기 때문에 반려견을 예전 여자 친구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 소송에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지정받지 못한 배우자에게는 면접 교섭권이 인정될 수도 있다. 미국 법원은 양육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복지’ 등을 고려해 면접 교섭권을 판단하고 있다. 한 남성이 반려견을 만나러 전 아내의 집에 갔는데 못 만나게 하자, 반려견을 만나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남편이 키우는 다른 반려견과 부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심각하게 싸운 적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1월부터 알래스카주에서는 미국 최초로 주법원에서 열리는 이혼소송 중 반려동물의 양육권 결정을 판사가 내리도록 하는 조항을 법률에 명시했다. 홍완식 교수는 “반려동물이 가정생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부부가 이혼하거나 동거인들이 헤어지는 경우 자녀의 양육권 분쟁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찬 변호사는 “예전에는 동물이 ‘애완’의 지위였다면 지금은 ‘반려’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권리나 피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의 주인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것인데, 민법상으론 동물이 물건으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괴리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한 반려동물 주인이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민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번달초 이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등 일부 나라에서는 동물을 물건에서 제외하고 있다. 동물이 국내에서도 인간과 물건 사이 ‘제 3의 존재’로 인정받게 된다면 ‘펫분쟁의 세계’는 다시 한번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