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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6일 17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6일 18시 24분 KST

현대 고양이의 위기

KIATKAMJORN NITIWORANUN via Getty Images
huffpost

식빵 굽는 고양이를 봤나? 냥모나이트는? 무선랜집사들이 주고받는 인기 사진인데, 당신이 지금 살짝 웃고 있다면 고양이교도이거나 그들에게 전도를 받은 사람이다.

최근 몇년간 우리는 폭발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양이를 새로 들이는 사람들이 개를 들이는 사람 수를 앞질렀고, 직접 키울 환경이 안 되는 사람(무선랜집사)은 네발을 오므린 사진(식빵 굽는 고양이)이나 몸을 돌돌 만 사진(냥모나이트)을 인터넷으로 공유한다. 침묵 속에서 고양이 사진만 주고받는 채팅방도 있다. 자기 고양이의 일상을 중계하는 전업 유튜버도 생겼다.

우리는 왜 고양이를 좋아할까? 인류동물학에서는 아기처럼 네발로 걷고 귀여운 얼굴을 가진 고양이가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화적인 이유를 들자면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양이를 필요로 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 수요가 는데다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개보다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고양이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는 홀로 사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출현 이후 우리가 지금 가장 혁명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겪고 있는 것처럼, 고양이도 종의 탄생 이래 가장 큰 격동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고양이는 과거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소속 집은 있되 외출을 나갔다가 들어오고, 언젠가는 기어이 가출해 길고양이 집단에 합류했다. 내가 어렸을 적 키웠던 고양이도 그렇게 사라졌다.

자주 외출을 나가는 고양이라 곧 오겠지 싶었는데, 일년이 지난 어느 날 소식이 끊겼다. 고양이를 찾는 꼬마와 달리 어른들은 ‘고양이 나갔네’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4년 전 영국에 머물 때 유난히 나를 따라다니는 길고양이가 있었다. 그래서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놈이 대형마트 피비(PB) 상품으로 사료를 바꾸자 안 먹는 게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고양이의 정체가 헛갈려지기 시작했다. 놈은 낮에 잠깐 외출을 나온 옆집 고양이였던 것이다.

국내에선 주거문화의 변화가 고양이의 전통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다. 고양이는 야생성을 지키면서 인간과 공존해온 드문 종이다. 행동과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회색늑대와 달라진 개와 달리 고양이는 여전히 사냥을 할 줄 알고 독립적인 생활을 꾸릴 줄 아는 영역동물이다. 전세계에는 네 종의 야생고양이가 있는데, 지금도 집을 나간 고양이와 교잡한다.

하지만 아파트나 빌라로 채워진 콘크리트 도시는 고양이에게 외출을 불허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뒤안길도 없으며, 집도 대문도 획일적이어서 집 나간 고양이가 돌아올 수 없다. 연결이 끊긴 생태 환경에서는 고양이를 가두어 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집마다 뒤뜰이 있고 생태 통로가 미로처럼 공원과 강변으로 이어진 도시라면 고양이는 자신의 본능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개처럼 살기를 원한다. 배에 올라 꾹꾹 눌러대는 스킨십에 우리는 위로를 받고, 발밑에서 부드러운 털로 새벽잠을 깨우는 존재가 사랑스럽다. 하지만 캣타워(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올라가도록 만든 구조물)에 올라 창밖 풍경을 아스라이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며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반려동물이란 사실 다른 세계에 속한 종을 자꾸 자기 세계에 편입시키려는 인간의 굴레에 갇힌 존재다. 그럼에도 고양이들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도시가 푸른색으로 숨통이 트인다면, 고양이들도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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