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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농구대회' 평양을 방문한 기자단이 전한 평양의 풍경

북측 인사들은 문대통령의 건강 상태, 서울의 아파트값 등을 물었다.

ⓒ한겨레/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통일농구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에 간 풀기자단이 평양 안팎의 모습과 대회 뒷이야기를 보내왔다. 이를 이모저모 형식으로 엮었다.

●…평양에서 서울 가족과 통화

서울: 여보세요.

평양: 여보세요.

서울: 평양이야?

평양: 잘 들리니? 완전 깨끗하게 잘 들리는데, 여기 평양 고려호텔에서 민간 전화하는 거야.

서울: 어 깨끗하게 잘들리는데.

평양: 완전히 잘 들리네…별일 없지? 밥 잘 챙겨먹고… 아이들 잘 챙기고…

서울: 맛있는거 사올 수 있으면 사와. 일하는 중이라 끊어야해.

평양: 그래 알았어.

서울: 끊어.

평양: 응.

평양을 방문한 남측 풀기자단 중 한 명이 평양에서 서울 가족과 통화한 내용이다. 통화 음질도 깨끗했고 서울의 가족이 잘 들린다며 매우 신기해했다. 기자실 옆 별도의 방에 서울로 연결되는 전화를 놔줘 사실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도 서울의 직원과 통화했다고 한다.

북측은 정부지원단 쪽에도 고려호텔에 설치된 남측 상황실 주변까지 터지는 무전기와 손전화를 제공했다. 취재편의로 회담본부 상황실로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와 서울로 연결되는 별도 전화를 설치했다. 0082-10-****-****식으로 전화를 거는 식이다.

ⓒ한겨레/사진공동취재단

남측 기자들은 고려호텔 기자실은 물론 농구경기가 열리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도 간이로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프레스센터는 경기장 안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기자들이 경기장 코트 가장자리에 마련된 자리에서 상황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차량으로 시내를 이동할 때 풍경 촬영에도 비교적 제지가 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동 중 창밖 촬영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과 달리 촬영해도 당장 막거나 하지 않고 좋은 말로 말리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예전에는 불비한 모습이 나갈 수 있고 해서 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4일 북측의 요청에 따라 정부지원단 쪽에서 차량 내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호텔 정문 밖으로 기자들끼리 나갈 때도 바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몇 분 후 우리측 정부관계자가 나와 안으로 들어가자고 요청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입경시 세관 통과 등 절차 상당히 간소했고 일일이 짐을 뒤지거나 노트북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대체로 편의를 보장해주고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농구 여자경기가 끝난 뒤 북측 여자선수 인터뷰하는 걸로 협의됐던걸 막판에 그건 어렵게 됐다며 말을 바꿔 불발에 그쳤다.

●…평양, 9·9절 집체극 분주

평양은 올해 북한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아 기념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매일 저녁 일과 이후 많은 수의 주민들이 동원돼 대규모 집체극을 준비중이다. 남측 대표단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대규모 인원이 매일 목격되고 있다. 3일 저녁에는 중년 여성들, 4일 저녁에는 청소년들, 4일 저녁의 경우 김일성광장은 물론 평양대극장 앞에서도 청소년들이 많이 모였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경기장에서 이동하는 중 김일성광장 등 주요 광장에 주민들과 소년들이 흰색옷 차림으로 모여있고, 손에 막대풍선같은 도구를 들고 나와 있는 그룹들도 눈에 띄었다. 북측 관계자에게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묻자 ”아… 우리 구구절 있으니까, 그거 준비하는거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측 기자들 중 아리랑 공연 본 기자들 많지 않디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반미구호 거의 사라져

평양시 곳곳에 설치된 선전문구와 선전화 가운데 반미구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내부결속과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독려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3~5일 사이 평양 취재 과정에서 반미구호는 만수대언덕 주변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평양 시내 거리에 대형 간판식 선전구호 줄어든 편.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빈번하게 눈에 띄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당국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 인사들의 관심사…서울은 방값이 얼마?

“서울은 방값이 한달에 얼마나 합니까?” “그런걸 월 얼마씩 내고 있는거죠?” “그 돈이면 달러로 얼마나 됩니까?” “(전세냐 월세냐에 따라 다르다고 하자) 그럼 월세는 얼마고 전세는 얼맙니까?” “전기, 난방 이런돈까지 합하면 한달에 한 200달라쯤 냅니까?”

남측 기자단이 고층아파트(살림집)를 지날 때 이동하는 차량안에서 옆에 있던 북측 관계자에게 “저런 살림집 한 채는 얼마입니까?”라고 물어보니 “우리 000선생, 0000년부터 이쪽 취재하고 했으니 여기 사정 다 알텐데 우린 집을 사고 팔지 않습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에이~다 사고 팔고 하는거 알아요. 얼마에요 대략?“이라고 물으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결혼은 했느냐”, “나이는 몇 살이냐” 등 남측 기자들에게 개인적인 질문도 많이 물어봤다. 결혼한 기자들에게는 아내 직업과 사는 곳 등을 물어봤다.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좋으신거냐“, ”근데 왜 그렇게 되신거냐“ 등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냉면 육수 비법은 ”식당비밀입네다“

ⓒ한겨레/사진공동취재단

고려호텔의 쟁반국수 맛이 훌륭하다는 입소문을 들은지라 식당에서 먹어보니 소문대로 맛이 아주 좋았다. 호텔 직원에게 “육수에 뭘 넣고 만든거냐”고 물어보자마자 “식당 비밀입네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평양 시내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양산은 다양한 색깔과 반짝이 장식 등으로 굉장히 화려했다. 서울 백화점에서 파는 양산보다도 화려한 양산이 많이 눈에 띄었다. 샌들과 힐을 신은 여성들이 많이 보였는데 20~30대 여성들은 물론 40~50대 중년들도 상당수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고, 10㎝ 이상의 힐을 신은 모습도 많이 보였다.

고려호텔 상점에는 북에서 생산된 화장품 식료품 가방 기념품 등을 판매. 일제 식료품을 비롯해 누텔라, 펩시 다이어트 등 외국 상품도 많았다. GUCCI, 마이클 코어스 등의 로고가 박힌 가방도 북에서 생산된 가방과 매대에 같이 진열돼 있었으나 가격대가 100달러 정도였다. 상점 내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샤넬, 불가리, 디올, 랑콤 명품 브랜드 향수와 화장품 다수 판매됐다. 향수가 200~300달러대로 가격은 우리돈으로 환산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격 표시는 모두 ‘10,000원’ 이런 식으로 북한 화폐단위로 표시돼 있고 이 경우 100달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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