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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5일 1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5일 17시 15분 KST

검색창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성적 취향까지

[다른시선⑧]

UruphongK via Getty Images
huffpost

재미난 설문조사가 있다. 미국인의 행동양식을 분석하는 ‘종합사회조사’에서 이성애자 남녀를 대상으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연간 몇 회 섹스를 하며, 콘돔 사용률은 얼마나 되나요?”

그랬더니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50회 섹스를 하고 그중 콘돔 사용률은 16퍼센트라고 답했다. 계산해보면 연간 약 11억 개의 콘돔이 사용되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남자들도 같은 대답을 했을까? 아니다. 남성들은 매년 16억 개의 콘돔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5억 개 이상의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남녀의 콘돔 사용량은 같아야 하는데, 여성이든 남성이든 둘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과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결과는 닐슨(세계적 정보 기업)의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닐슨에 따르면 매년 판매되는 콘돔은 6억 개에도 못 미친다. 여성의 콘돔 사용 수인 11억 개에 비교해도 턱도 없는 수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남자와 여자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설문조사가 대부분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면서 ‘이러이러 해야한다’, 혹은 ‘이렇게 보이고 싶다’고 생각 하는대로 답한다. 그러다보니 실제 콘돔 사용은 6억 개에 불과한데 사용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답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매일 만나는 작고 네모난 검색창에 있다.

bigtunaonline via Getty Images

검색창,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곳에 단어와 문장을 적어 넣으며 검색을 한다. 뉴스, 사람, 장소, 물건, 갖가지 도움이 필요한 질문들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시시때때로 궁금한 모든 것을 이곳에 넣고 답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 네모난 빈칸 앞에서는 그 어느 곳, 어느 상대 앞에서 보다 용감해진다. 이곳에서는 의식해야 할 시선도, 지켜야 할 사회적 체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작고 네모난 빈칸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솔직해지며 모든 것을 쏟아낸다. 나도 모르던 더 깊숙이 숨은 욕망까지. 

“이런 데이터에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정보가 담겨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특정 개인의 두려움, 욕망, 행동에 관해 절대 알 수 없도록 익명성을 유지하고 데이터 과학을 조금 첨가하면 우리는 인간의 행동, 욕구, 본성에 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_29쪽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을 지켜보며 왜 설문조사와 수많은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틀렸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그 답을 ‘구글 트렌드’(구글의 검색 키워드 추세를 지수화하고 이를 도표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에서 찾아낸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깜둥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단어 검색이 많았던 것. 겉으로는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트럼프의 인종주의를 지지했던 것이 그 누구의 시선도 필요 없는 검색창을 통해 드러났던 것이다.

이 책은 검색 데이터를 통해 인종주의 뿐 아니라, 성생활, 아동학대, 낙태, 종교, 정신질환 등 대놓고 말하기에는 껄끄러운 주제들에 대한 사람들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본다. 부부는 얼마나 자주 성생활을 하는지, 동성애자는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데이트를 하며 어떤 점을 보는지 등등 설문조사로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우리들의 사적인 욕망을 데이터로 파헤친다.

흔히들 빅데이터라하면 어렵고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 여기지만 알고보면 이 빅데이터만큼 나를 잘 알려주는 것은 없다. 그리고 데이터만큼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어쩌면 앞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연구는 대면조사가 아닌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가능해지는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나의 검색 성향을 토대로 심리상담을 해주는 AI 점성술사가 등장할지도!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