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명에게는 549개의 이야기가 있다. 549개의 서로 다른 삶이, 생명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좀처럼 개별적으로 호명되지 않는다. 뭉뚱그려 ‘제주 예멘 난민’으로 지칭된다. ‘우리’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간주돼 배제와 차별에 시달린다. 이들은 누구일까. 왜 집을 떠나와야 했던 걸까. 질문들은 좀처럼 벽을 넘지 못한다.
허프포스트는 사흘 동안 제주에서 예멘인 다섯 명과 마주 앉아 물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예멘 난민’으로 묶는 대신, 각자의 이름과 삶을 끄집어냈다. 이들의 경험은 비슷하지만 또 각각 달랐다. 오고 가며 인사를 주고 받은 다른 예멘인들의 삶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모든 삶은 개별적으로 말해져야 한다.
모하메드의 이야기
모하메드는 예멘 국책항공사 ‘예메니아예멘항공’ 직원으로 일했다. 아랍연합군의 공습이 있던 날, 그는 사나 공항에 있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공항 바로 옆 공군기지로 사정없이 미사일이 쏟아졌다. 그는 ”겨우 도망쳐나왔다”고 한다. 3년을 훌쩍 넘겨 계속되고 있는 전쟁도, 그의 피난 생활도 그렇게 시작됐다.
그와 아내, 부친은 사나를 떠나 타이즈로 피했다. 공습도 따라왔다. 다시 사나로 돌아갔다. 집은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다시 고향 호데이다로 옮겼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저 기다렸는데 모든 게 더 악화되기만 했다. 그래서 예멘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잃었다. 나 자신과 가족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두달 전, 모하메드는 결혼식을 올렸다. 이집트에서 허니문을 즐겼다. 행복은 짧았다. ”신혼여행 다녀오고 한 달쯤 지나 전쟁이 시작됐다. 아내에게 금을 선물했었다. 우리 사정은 매우 좋았다. 직업도 있고, 땅도 있고, 집도 있고, 모든 게 괜찮았다. 예멘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선물했던 금을 모두 팔았다.”
모하메드는 ”전쟁과 폭격이 벌어지는” 사막지대를 통과해 혼자서 도보로, 자동차와 버스를 타고 오만으로 갔다. 그곳에서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탔다. 비싼 돈을 내가며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레스토랑 주방 일자리를 구했다. 불법이었다. 하루에 17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300달러를 벌었다. 현지인의 4분의1 수준이었다.
1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잠시 전쟁이 멈춘 틈에 아내는 아덴을 출발해 뭄바이를 거쳐 쿠알라룸푸르에 왔다. 2016년 8월1일이었다. 1년 만에 아내와 재회한 날이다. 두 사람은 1년짜리 가족 비자를 받았다. 아이도 생겼다. 그러다가 예멘 커뮤니티를 통해 제주도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