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8년 07월 05일 12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7월 05일 13시 11분 KST

양승태 시절 현직 판사는 왜 세일러문 복장을 입어야 했나?

그는 교주였다

KBS/captured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에서 마치 교주와 같은 권력을 휘둘렀으며, 현재 수사 중인 박근혜 행정부와의 판결 거래가 이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방송한 KBS2의 ‘추적 60분’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상고법원 제도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적 쟁점이 되는 몇몇 ‘재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 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3차 조사로 드러난 20개의 판결을 협상의 대가로 꼽았다. 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법원이 KTX 여승무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긴급조치 손해배상 소송, 쌍용차 정리해고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 등 20개가 넘는 판결을 이른바 ‘국정 협력사례’로 취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KBS/captured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이런 ‘위험한 거래’를 시도한 이유는 뭘까? 

제작진은 양 전 대법원장이 꿈꾸던 사법부의 체계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항상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사법부 내부의 분위기를 보면, 독립된 사법부 내에서 교주와 비슷한 지위를 행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한 현직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어떤 하나의 소왕국의 왕이었던 것”이라며 ”상징적인 예를 들자면 전국의 판사들, 전국의 법원 직원 중에 대표를 뽑고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한마음 체육대회’라는 걸 했다”고 밝혔다.

 

KBS/captured

이 판사는 ”관중석을 채우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등장해 (운동장을) 한 바퀴 돈다. 그러면 (양 전 법원장이) 자기 앞을 지나갈 때마다 카드 섹션도 하고 비둘기를 날리기도 하고 그 지역 특산물을 가져와서 먹여드리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용비어천가를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의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한 법원 직원은 ”여판사님이 세일러문 복장 같은 걸 입고 머리에 가발을 쓰고 내레이터 모델처럼 하기도 했다”며 ”남자 판사가 웨이터 복장을 하고 나와서 대법원장이 오니까 몸에 좋으신 거라고 하면서 사랑을 담았느니 어쩌니 했다”고 밝혔다.

이 시절 굉장히 낯 뜨거운 플래카드들을 펼쳐 추앙의 마음을 나타내는가 하면 ”목말을 태우고 다니면서 양승태를 연호하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판사였던 박판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소통하는 법원‘을 강조했던 이런 행사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에 ‘소통하는 법원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는데, 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지휘계통의 확립’이라는 단어로 변경하면 이해가 된다”며 ”자신의 뜻이 제일 말단 직원까지 다 전달될 수 있는 그런 법원을 원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KBS/captured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전 대법원장이 20개의 판결로 얻어내려 했던 ‘상고법원 제도’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임 교수는 ”(상고법원은 어떻게 보면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확 넓혀주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전국에 있는 3천명의 법관 이외에 다시 상고법원이라는 걸 만들어서 그 상고법원의 재판관들에 대한 임명권 인사권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종합해보면 양 전 대법원장은 독립된 사법 왕국의 교주를 꿈꿨으며, 그 왕국이 좀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