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병무청이 병역거부자 입영일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제 이들은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된다

병무청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의 입영일을 대체복무제 도입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1950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 1만9천여명의 처벌로 이어진 ‘고발과 기소’도 막을 내렸다.

병무청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입영 및 집총 거부자’의 입영 일자를 대체복무제 도입 때까지 연기하는 내용의 병무청장 지침이 오늘부터 시행됐다. 병역거부 처벌 조항(병역법 88조1항)은 합헌 결정이 났지만,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처벌하면 안 된다는 헌재 결정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이날부터 종교적 이유 등으로 입영 거부 뜻을 밝힌 이들에게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한 지방병무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입영 연기 를 안내하며 보낸 확인서. 독자 제공
한 지방병무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입영 연기 를 안내하며 보낸 확인서. 독자 제공 ⓒ한겨레

 

실제 지난 2일이 입영일이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ㄱ(22)씨는 이날 병무청으로부터 대체복무제 도입 전까지 입영 일자를 연기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병무청은 ㄱ씨에게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 종교단체 증명서, 본인 진술서, 확인서 등의 서류를 보내달라고 안내했다. 진술서에는 ‘입영 및 집총거부의 신념을 가지게 된 시기 및 계기와 현재까지 신념과 관련된 가족생활, 학교생활, 사회적 활동(종교나 사회단체활동) 등을 자세히 진술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연기신청에 허위나 속임수가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에는 ‘대체복무제도 도입 시까지 입영(소집) 일자는 한시적으로 연기되며, 대체복무대상자 여부는 제도 도입 이후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나온다. ㄱ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헌재 결정 전까지는 (나도) 기소돼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입영 자체가 연기될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앞서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병역법 5조 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2019년 12월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병무청이 먼저 나서 대체복무제 도입 전까지 입영을 연기해 고발·기소가 중단되면서, 이들의 처벌 근거가 됐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오는 8월30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한편 법원 내 연구모임인 비교법실무연구회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비교법실무연구회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병역법 사건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이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양심적 병역거부 #병역거부 #헌법불합치 #신념 #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