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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산모들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그만둘 때가 되었다

아이를 낳을 때 산모가 반드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기괴한 신념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 한국에서는 ‘자연 분만을 해야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기괴한 이야기가 임산부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옆 나라 일본에선 암묵적인 ‘출산 격차’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고 한다.

야후뉴스는 지난 2일 일본의 임산부들이 ”배가 아파야 (아이에 대한) 애정이 솟는다”는 등의 가치관에 묶여 무통 분만을 하거나 제왕 절개를 택한 여성들이 ”제대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야후뉴스의 보도를 보면 지바현 가시와시의 한 30세 여성은 무통분만을 선택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진통이 무서워 임신 8개월째에 무통 분만 동의서에 서명했는데, ”골반도 제대로이고 순산형인데, (무통 분만을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으냐”는 의사의 말에 ”나 교활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겪는 고통”에서 도망치는 죄책감이었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후 두고두고 ‘출산격차’를 느낀 여성의 이야기도 있다. 임신 40주에도 통증만 있고 출산이 진행되지 않아 제왕절개를 택한 도쿄 나가도 구의 37세 주부는 무사히 아이를 낳은 뒤 엄마들 사이에서 미묘한 공기를 느꼈다.

엄마들 사이에서 출산이 화제에 올랐을 때 ”제왕절개를 했다”고 말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럼 그 아픔을 모르는구나”라고 말하며 서로 ”힘들었지요”라고 말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

특히 제왕절개를 택한 한 여성은 지인으로부터 ”스스로 낳지 못했군요”라는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제왕절개는 얼마 전 한국의 방송에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 4월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개그맨 김재욱과 아내 박세미가 출산의 방법을 결정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당시 의사는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은 박세미에게 자궁이 파열될 수 있다며 제왕절개를 권했으나 남편 김재욱이 ” 아버지가 제왕절개를 반대하신다. 소견서를 써 줄 수 있냐”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특히 이후 소식을 들은 김재욱의 아버지가 ”수술하려고 항생제 놓으면 아이들 아이큐에 좋지 않다. 아이에게 아토피도 생길 수 있다”라며 산모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제왕절개를 거부해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아직 여러 변수를 제대로 통제해 질식 분만(vaginal delivery)과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의 아이큐를 비교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는 없다. 아이의 지능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의 지능지수다.

‘고통과 모성애의 관계’ 역시 비과학적이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고통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송미현 씨는 야후뉴스에 ”통증을 느끼면 모성이 강해진다는 것은 근거 없는 가치관의 강요”라고 밝혔다. ”출산이 피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확실히 진통 때 모성에 관련된 호르몬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는 통증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이 나옵니다.”

송 씨가 아사히 신문에 밝힌 말로 무통 분만을 한다고 해서 모성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야후 뉴스와 공동 기획 연재하는 ‘헤세이 가족’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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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임산부 #무통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