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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기저귀를 갈던 여성은 물티슈 용기의 메시지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행동에 나섰다.

하야카와 나츠미는 현재 1살인 딸을 키우는 여성이다. 하야카와씨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 때마다 물티슈를 썼다. 그녀가 애용하는 물티슈는 아기용품 전문업체인 아카짱 혼포(アカチャンホンポ)의 오리지널 상품은 ‘물 99% Super’물티슈다. 이 제품은 지난 1월까지 약 3억개가 팔린 인기 제품이라고 한다. 

ⓒHUFFPOST JAPAN / YURIKO IZUTANI

그런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 물티슈를 쓰던 하야카와씨에게는 사실 물티슈 용기를 볼 때마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바로 용기에 적힌 메시지 때문이었다.

「全国のお母さんを応援します」 (전국의 엄마를 응원합니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하야카와씨는 “아기를 돌보는 건 엄마뿐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 메시지가 육아를 엄마의 역할로만 한정해 놓았다는 점에 불만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하야카와씨의 집에 있는 육아관련용품들은 모두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서점에서 구입한 육아정보서적에는 ‘엄마를 위한 ◯◯’이란 식의 제목이 적혀있었고, 지자체의 육아교실에서는 “엄마가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었다.

“물론 나는 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육아는 엄마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응원의 메시지가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육아는 엄마만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은 하야카와씨만이 아니었다.

“친구의 남편은 오히려 육아용품을 사용하다가 그런 메시지를 보면 자신이 단역으로 간주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좋았다고 하더군요. 남성의 육아참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는 엄마 외에 육아를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실 남성의 육아참여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의 가사 육아시간은 44분이었고, 여성은 3시간 28분에 달했다. 5년 전 같은 조사보다는 2분이 늘었지만, 선진국 사이에서는 최저인 수치라고 한다. (이 통계를 게재한 일본 내각부 자료의 제목 또한 ‘남편의 협력’이란 문구를 쓰고 있다.)

ⓒJAUNTY JUNTO

하야카와씨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지난 5월 17일,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 사이트인 ‘Change.org’를 통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아카짱 혼포’를 향해 물티슈 패키지의 메시지를 수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 호소에 약 5,0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했다. 그들은 “아빠의 육아참여를 늘리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언니 대신 육아를 맡은 이모도 있다”거나, “육아를 하고 있는 동성커플도 있다”는 등의 의견을 드러냈다.

그리고 약 1달 후, 아카짱 혼포는 패키지 변경을 결정했다. 회사측은 현재 제작된 제품의 재고는 그대로 판매하되, 이후 제작되는 제품부터 새로운 패키지로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짱 혼포’의 홍보담당자는 허프포스트일본판의 취재에 대해 “시대의 흐름과 많은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했다”며 “‘스마일 육아’란 회사의 메시지에 걸맞게 육아를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야카와씨는 “서명운동을 하면서 동성커플도 참여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서명운동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 이번 캠페인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프포스트일본판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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