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국민연금은 국민 아닌 삼성 편 들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했다

네 시간 만에 등장한 2조 1천억원

  • 백승호
  • 입력 2018.07.04 13:31
  • 수정 2018.07.04 13:55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합병 찬성표를 던진 이유가 조작된 보고서 때문이었음이 국민연금의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기금을 운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정해진 합병비율(0.35:1)을 무시하고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정상적이라면 합병을 거부해야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당장 발생할 삼성물산 주주로서의 손실보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은 조작된 보고서에 의한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해서 조작한 보고서의 내용은 크게 세부분이다.

우선 삼성물산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2차 보고서 작성 당시 실무자 B씨는 삼성물산의 적정 가치 산출을 위해 24%의 할인율을 적용했으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라는 채준규 당시 리서치 팀장의 지시로 할인율을 24%에서 30%, 30%에서 다시 41%로 적용했다. 당시 국내외 전문기관이 삼성물산에 대해 24~30% 할인율을 적용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두번째로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였다. 여기에는 다시 두가지 방법이 쓰였는데 첫번째가 바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왜곡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비상장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4.8조원으로 평가했다. 이후 채 팀장은 실무자에게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를 확 키워보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단 하루만에 4.8조원에서 11.6조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땅값도 근거 없이 부풀렸다. 에버랜드 주변 토지 92만평을 평당 154만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개발이슈가 있다는 자체 평가만으로 에버랜드의 땅값을 평당 2백만 원으로 평가했다. 개발된 주변 시세보다 개발 안 된 에버랜드 땅값이 30% 높은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또 국민연금은 리조트와 골프장 등 40만 평은 영업가치에 반영해놓고도 다시 비영업가치에 중복 반영하는 등의 조작을 벌였다.

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차로 산출된 1:0.64에서 크게 변동된 1:0.39가 되었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다시 말하면 이재용에게 크게 유리해졌다.

 

ⓒPool via Getty Images

 

그러나 내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국민연금 측은 합병 비율을 다시 한번 조정, 1:0.46으로 수정했다. 이 비율에 따라 합병이 되게 되면 국민연금은 두 회사 간의 합병에서 1388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세번째 조작을 가한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당장의 평가손실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채 팀장은 합병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먼저 합병 시너지 2조원을 정하고 실무자에게 2조원을 맞출 수 있는 숫자를 구하도록 지시했다. 평가를 먼저 하고 시너지를 산출해야 함에도 먼저 ‘목표치’를 정하고 이 목표치를 위해 역산한 셈이다. 채 팀장의 지시에 따라 실무자는 단 네시간 만에 합병시너지를 작성 보고했고 채 팀장은 실무자가 산출한 값 중 2조원에 가장 근접한 2.1조원을 임의로 선택했다. 이 내용은 박근혜-최순실 특검 보고서에 나온 내용과 일치한다.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입게 될 손해 최소 1,338억원을 상쇄할 수 있는 2조원 이상의 시너지가 합병 후 법인에 생긴다는 내용으로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회의 자료를 제출해서 이를 근거로 투자위원회에서 위 합병에 찬성한다는 결정”

- 박근혜-최순실 특검보고서

국민연금 감사팀은 이같은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채준규 당시 리서치 팀장(현재는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한 상태다)에게 해임을 요구했고 조작에 가담한 실무자들에게 견책, 경고 등 경징계를 요구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등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숫자 조작을 통해 최소 1,338억원에 이르는 평가 손실을 만들어낸 보고서 조작을 과연 ‘팀장’ 차원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국민연금 보고서 조작에 배경이 되는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수사 내용을 놓고 볼 때 이번 사건을 리서치 팀장의 해임으로만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삼성 #이재용 #국민연금 #보고서 #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