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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빙하기'를 넘어 '마일드 빈곤'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유

27세 남성의 사례를 분석했다

  • 박세회
  • 입력 2018.07.04 15:44
  • 수정 2018.07.04 16:01
ⓒpowerofforever via Getty Images

일본의 매체 주간 다이아몬드가 4일 ‘마일드 빈곤‘이란 키워드로 오늘날 일본의 청년세대를 푸는 기획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4회에 걸친 기획의 첫 꼭지에서 ”국립대학에 합격했지만, 2년 만에 중퇴하고 아르바이트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27세 남성 도야마 겐지(가명)의 사례”로 ‘마일드 빈곤’의 개념을 설명했다.

도쿄 도내의 캐릭터 상점에서 일하고 있는 도야마 씨는 3년 전 시급 900엔(9100원)으로 점원 일을 시작해 현재는 시급 1200엔(1만2000원)의 아르바이트 리더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다.

판매, 접객, 계산, 화물관리, 전화대응 등의 업무를 하며 가끔 캐릭터 행사를 기획하거나 진행한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가끔 야근한다. 이렇게 일해서 받는 돈은 세전 23~24만엔(232만~242만원), 세후 약 18만엔(182만원). 여자 친구와 12만엔의 월세를 공동 부담하며 3DK(방 3개, 부엌, 욕실)짜리 44㎡의 집에서 살고 있다.

이것저것 낼 돈을 내고 나면 남는 3~5만엔(약 30만~50만원)의 돈으로 저축을 하거나 최근에 빠져있는 ‘카드 게임’을 즐긴다. 현재 저축은 약 20만엔(약200만원). 1천만원이나 2천만원 정도의 결혼 비용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한 달에 30만원의 여유자금을 생각하면 먼 나라 이야기다. 앞으로 부모를 보살피는 건 힘들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하지만 10년이나 20년 남은 얘기라 심각하게 여기진 않는다. 언젠가 본사에서 기획 업무 등을 해보고는 싶지만 굳이 정규직을 간절하게 원하지도 않는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도야마 씨의 정서적 특징에 대해 ”생활이 곤란한 심각한 궁핍상태에 빠져 있지 않고, 적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도 있다. 직장이나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만,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피한다. 이것이 ‘마일드 빈곤’의 실태다”라고 분석했다.

‘마일드 빈곤‘은 일본의 90년대 이후 태생들을 일컫는 ‘사토리 세대’의 정서적 특징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말로 ‘달관 세대‘라고도 번역하는 이 세대는 경제적인 성공이나 연애·결혼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분자족하며 소소한 취미를 즐기는 특징이 있다. 주간 다이아몬드가 ‘마일드 빈곤’의 상태를 분석한 의미는 그 원인을 찾은 데 있다.

주간 다이아몬드는 이들이 태어날 때 ‘계급이 결정되어 있다’고 느끼는 세대라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한때 자신을 중산층으로 정의하는 인구가 1억명에 달했던) ‘1억총중류’는 먼 옛날이고, ‘격차 사회‘도 넘어 ‘현대판 카스트 제도‘, 흡사 ‘계급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와세다대학의 하시모토 겐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빠른 속도로 소수의 부유층인 자본가계급(254만명, 일본 인구 중 4.1%), 엘리트인 신(新)중간계급(1285만명, 20.6%), 화이트칼라면서 소득이 낮은 ‘노동자 계급‘(2192 만명, 35.1 %) 그리고 최하층인 ‘언더 클래스’로 나뉘어 고정화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마일드빈곤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있다면 아직 행복하다. 빙하기 세대는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올해 초 발간한 저서 ‘신일본계급사회‘에서 하시모토 교수는 배우자를 두고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전업주부를 제외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언더 클래스’로 분류하고 이들의 연 수입 평균은 186만엔이며, 이들 중 자산이 0원인 사람의 비율이 31.5%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주간 다이아몬드의 분석에 따르면 ‘마일드 빈곤‘을 겪는 계층은 이 언더 클래스의 ”예비군”으로 하시모토 교수가 분류한 ‘노동자 계층‘의 최하위와 ‘언더 클래스’의 최상위에 걸쳐 있다.

대학 시절 성적 때문에 유급과 중퇴 중 중퇴를 택한 것이 도야마 씨의 클래스를 결정 지었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 중에는 공무원이거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 나는 나”라고 말하는 도야마 씨의 이야기를 전하며, 주간 다이아몬드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으로 취직하고 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사회의 레일에서 한 번이라도 벗어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사회”라고 밝혔다.

”최하층으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사회 구조상 결코 위의 계층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마일드 빈곤.” -다이아몬드 온라인(7월 4일)

한편 이 기사는 4일 발행되자마자 야후 재팬 등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트위터에는 관련 트윗 다수가 올라왔다. 개중에는 ”다이아몬드 온라인이 또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늘 내일은 살 수 있지만 10년 20년 후의 일은 외면해 버리는 것. 바로 나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편 ”빙하기 세대는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의 초고도 호황기인 ‘버블 시대‘가 붕괴한 후인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취업한 세대를 ‘빙하기 세대’라고 한다. 2010년~2013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졸업자들의 취직이 어려워진 시기 역시 ‘취업 빙하기’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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